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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 Jan 18. 2024

일본을 너무 몰라서 10년 동안 있었나 봐요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

일본에 살고 있지만, 이곳의 문화를 빠져들 만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나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지만 일본어만 배우고, 오타쿠가 되지 못했고, 이 나라의 방송, 예능, 개그, 음악, 문화적으로 깊이 공감되고 좋아하는 것도 딱히 없었다.


일본에 있으면서도 한국 예능을 봤고, 케이팝을 들었으며 한국친구들과 교류하며 일본인 친구들에게 한국의 위대함을 홍보하는 오히려 더욱 한국을 사랑하게 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물며 모두의 상식일 수도 있는 일본의 기본 문화도 잘 알지 못했다. 일본에 처음 왔을 때 내가 몰랐던, 살면서 발견한 일본은 아래와 같다.


•일본은 서기(西暦)가 아닌 와레키(和暦)로 햇수를 센다는 것.


•일본 특유의 꽃가루 알레르기 (카훈쇼)에 많은 국민들이 앓고 있고, 일본에 7년 이상 거주하면 몸에 쌓여서 증상이 나온다는 것. 그래서 코로나 훨씬 이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는 것. (다행히 나는 카훈쇼 알레르기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스기(삼나무)라는 나무에서 나오는 꽃가루가 도심 속의 콘크리트, 매연과 만나면서 만들어지는 알레르기를 말하는 일본 시민들의 아주 큰 골칫덩어리 중 하나다.


•두 명이서 개그 하는 일본의 전통적인 만담에 공감이 된다거나 재밌는 부분을 못 찾겠다는 점.


•일본 감성노래인 락, 혹은 옛날 트로트 노래를 사람들에게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이해가 안 됐었고,


•텔레비전 방송은 한국의 무한도전 같은 재밌는 예능은 왜 못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왜 네이버 같은 국민 사이트가 없고 블로그가 없어서 검색이 이렇게 불편하며


•일처리는 왜 이렇게 느린지, 카메라 수리를 맡기면 1달 후에 찾으러 오라는 말에 어이가 없어했다.


•음식은 먹을 때마다 너무 짰고 간이 세서 라멘에 뜨거운 물을 받아먹었다.


•국물을 뜨끈하게 숟가락으로 퍼서 먹고 싶어도 숟가락이 따로 없었고, 국자로 앞접시에 덜어서, 앞접시를 들고 먹는 것이 일반적인 문화가 신기했다.


•언어에 대해 말하고 듣는것은 자신이있었지만, 한자는 둘째치고 가타카나, 히라가나도 빨리 읽거나 쓸수없어 최대한 읽거나 쓰는 일이있으면 피해다니기 바빴다.


이외에도 무수히 공감을 할 수 없었던 부분이 많았던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들이 혹시 일본의 매력이었을까.

10년을 있다 보니 일본의 이런 감성에 스며들며 이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를 이해가 안 된다고 하면서도 공감하며, 느끼고 있었고, 어느 한구석 안정적인 위치를 찾아 자리를 잡고 편안하게 앉아있는 나를 발견했다.


저녁에 티비를 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고 있고, 일본의 감성 젖은 노래를 들으면서 추억을 회상하고 있었다. 점점 일본의 생활에서 불편함이 줄어들고 있었고, 마음 통하는 일본인 친구들도 많이 생겼다. ‘공감대’라는 것이 10년이란 기간 동안 아주 천천히, 내 안에서 형성된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완전한 이방인에서 이곳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주민, 이 나라 친구들과 정말 친구가 되기까지 나에겐 약 8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그렇다고, 원래 네모였던 내가 세모가 되기 위해 나를 바꾸고 변형시킨 게 아닌, 노란 네모가 빨간 세모에 오랜 기간 살아가면서 빨간 네모가 된 것 정도라고 생각한다.


한국음식이 먹고 싶으면 먹으러 가면 됐고, 한국인 친구들도 많이 사귀면 됐다. 힘들게 적응하지 않으려 해도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걸 배웠다.


네모인 내가 세모에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네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일본만이 아닌 어느 나라에서도 이렇게만 생활하면 될 것 같다는 확신을 얻었다.


글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일본의 일상, 여행 등을 영상으로도 담고 있어요. 올해로 10년 차인 도쿄의 직장인의 삶, 슬쩍 보러 와주세요.

https://youtube.com/@ina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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