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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 Mar 03. 2024

일본 벚꽃놀이에 대한 주의해야 할 매너

일본인이 말하는 매너위반이란

벚꽃시즌이 이제 곧 돌아온다.

일본어로는 사쿠라 (桜).

일본인들의 정신 속에는 아주 신성한 곳 깊숙이 박혀있는, 이곳 사람들은 꼭 지키는, 벚꽃에 대한 매너가 있다고 했다.


한때 한 방송사에서 번역알바를 한 적이 있다. 유명한 개그맨 코토우게가 돌아다니면서 인터뷰하는 것을 번역하는 알바였다. 학교 선배 중에 방송사에서 일하는 분이 계셨고, 한국사람이 필요하다 해서 하게 됐던 아르바이트였다.


그때의 내가 번역하는 주제는 다음과 같았다.

외국에서 오는 사람들 때문에 너무 관광지가 된 곳들은 벚꽃이 금방 시들어 수명이 짧아지고 있고, 직접 현장에 나가서 일본의 벚꽃을 괴롭히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당신이 지금 한 것은 일본의 매너위반!입니다.‘라고 하는 아주 뻘쭘한 주재였다.  


일주일 동안밖에 피지 못하는 벚꽃을, 일본인들은 그것을 바라만 보고 나무아래에서 돗자리를 깔며 떨어지는 벚꽃을 즐기며 피크닉을 하는 것이 이들의 ‘하나미(花見)’라는 문화이다.


그런데 바라만 보던 벚꽃을  외국인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나무 위에 올라타거나 꽃을 꺾어 머리에 꽂는다니! 이건 일본인의 벚꽃 문화에 매너를 위반했다고 방송을 통해 알려야 겠다. 라는것이 방송의 취지인 듯했다.


사람들이 아주 많이 찾는 신주쿠 교엔에서 유명 개그맨 코토우게와 함께 다른 영어권 번역으로 필리핀 사람, 중국어 번역으로 중국인 그리고 한국어 담당인 나, 이렇게 3명의 번역가와 하루 5시간, 이틀 동안 촬영을 했다.


일본인이 생각하는 매너위반이 아주 많았으면 하루 만에도 촬영이 끝났을 것을, 계속 서성거리며 나무에 올라타기를 기다리고, 벚꽃을 꺾는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말인즉슨, 대개의 사람들은 아주 멋지고 즐겁게 그 나라의 문화를 지키며 벚꽃놀이를 하고 있었다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다.


그중에서 더욱 어려웠던 건, 말을 걸려고 가면 대개 일본 어린이들이나 나무 위에 올라타 결혼사진을 찍는 일본분들이었던 거다.

‘아니, 일본의 매너라며. 외국인들에게 일본의 매너를 알려야 한다며. ’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한국인과 중국인, 다른 영어권나라의 사람의 인서트를 딸 때까지 기다렸고, 미끼에 걸린 외국인 관광객 분들은 공중파 촬영에 기분 좋게 응해주셨다.


어떤 한 중국분이 나무 위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고 즐겁게 친구분들과 놀고 계신 분들께 다가가봤다. 일본에 온 이유, 즐겁게 놀고 계시는지, 일본은 어떤지,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것저것 질문을 한 후 마지막에, 사실은 벚꽃나무 위에 올라타거나 꽃을 귀에다가 꺾는 것은 매너위반인 것 아시나요?라고 물었고, 중국어 번역해 주시는 분과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선 매우 어색한 기류가 흐르더니 급기야 화를 내시며, 그 인서트는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중국인 분께서도 내가 의아하게 생각했던 부분을 짚어주셨다. ”우리 중국인도 일본여행에 갈 때 중국이 욕보이지 않기 위해 일본에선 하면 안 될 행동들을 숙지하고 온다.

중국만의 나라분위기가 있고, 물론 그 분위기를 안 좋게 생각하는 외국 분들이 많다는 걸 알기 때문에 우리도 최대한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려고 한다.  멋지게 핀 일본의 벚꽃을 보러 왔지만, 여기에서까지 매너를 운운할 줄을 몰랐다. 이 방송의 취지가 이해가 안 되는데, 일본에 좋은 마음을 갖고 관광하러 온 관광객들을 욕보는 행동으로 밖에 안 보인다. 중국을 욕보이는 촬영엔 나는 응할 수 없다. “ 였다.

아주 내가 생각한 대로 똑 부러지게 대답을 해주셨고, 우리 모두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후 마칠 때 즈음엔 중국팀, 한국팀, 영어권팀 공평하게 하나씩 인서트를 찍고, 방영허가를 받은 후 2일에 1만 엔 아르바이트가 끝났다.


각국의 나라마다 지켜야 하는 문화는 다르다.

다른 예절 중에, 일본에서 메밀 소바는 후루룩 크게 소리 내서 먹어야지 맛있다는 뜻이지만, 외국에서 소리 내서 먹는 것은 안 좋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르는 게 맞지만, 일본은 그렇다 해도 지켜야 할 매너가 손가락 발가락으로 세도 너무 많다. 가끔은 매너라 하며 뻘쭘하게 만드는 상황도 있다. 매너라 말하는 차별일까? 싶지만 그런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선 전부를 이해하는 것보단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며 자신의 나라를 욕보이게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으로 나온 이상 나는 이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 되는 거니까.


일본에 11년 차 생활하는 이나입니다.

아래 유튜브에 일본에서 했던 알바를 정리해서 만들어봤어요. 안에는 방송에 방영했던 일부 영상도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보러 오세요!


https://youtu.be/nvVaJGxGvp8?si=fCIsiNkqrl3nJO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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