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나 Sep 20. 2023

일본에서 본명 쓰면 생기는 일

오해와 인종차별의 아슬아슬한 관계

일본에 10년간 외국인으로서 살아온 한국 이름에 관한 일화다.


내 본명은 이나영이다. 일본에서는 이나짱이라고 불린다.

이나욘 (イナヨン)으로 밖에 발음이 안되기 때문에 ‘이나’가 내가 외국에 있을 때 쓰는 나의 분신 같은 두 번째 이름이다.

트와이스의 ’나연‘ 도 나욘으로 발음되기 때문에 많이들 ‘엇, 트와이스의 나욘짱’ 이네!라고도 한다…ㅎ

그럴 때마다 혓바닥과 입구조를 보여주면서 혀가 닿는 위치가 다르다며 열심히 차이를 알려주곤 했다.


일본은 사람 이름을 부를 때 성만 부르는 게 일반적이다.

보통 평소에는 ’이‘ 사마라고 불린다.

보통 가게나 택시, 무언가를 주문할 때 알아듣기 쉽게 일본에서 흔한 이름인 ‘稲田‘ 이나다사마 라고 한다.


평소처럼 ’이‘ 데스(イです) 라고 하면

’이데 ‘ 사마.

’이이‘  사마.


‘이나’데스(イナです) 라고하면

‘이나데’ 사마

… 내 이름 언제 불러줄래..?

라는 상황이 흔하게 있다.

그냥 어차피 한번쓰일 이름 편하게 ’이나다‘ 사마라고 하면 바로 알아듣는다.


한때는 이런 일이 있었다.


택시에 타고 택시기사가 내가 한국인일걸 알았을 때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한국인이구나~! 한국은 공항에 내릴 때 마늘냄새가 엄청나더라고! ”

뭘까. 매우 불쾌했다. 왜 그런 말을 할까. “아 그렇군요,”라고 하면서도 인종차별임을 느껴 기분이 썩 좋지 않았었다. 이때는 같이 일본인 친구도 앉아있었는데 택시에 내리고 “저 아저씨 완전 인종차별 기분 나빴어”라고 했더니 친구는 “내가 느끼기엔 그런 느낌 전혀 안 받았는데~? 그냥 아저씨는 오히려 한국에 대한 공감대를 이야기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았는데 네가 그렇게 느끼다니 신기하다!”라고 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한참 한국에 안 들어갔다가 오랜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문득 택시기사아저씨가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아, 정말 그런 한국 특유의 마늘 냄새가 나는 거 같네 ‘.

나라별로 나는 특유의 그런 냄새가 한국에 오랜만에 들어가니 나긴 나더라.

안 좋은 생각이 들었던 게 미안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두 번째 일화는 어제 일어났다.


성이 ‘이’씨라서 그런지, 종종 중국인으로 오해받을 때도 적잖이 있다. 그래서 보통 택시 탈 땐 귀찮아서 최대한 한국인인걸 들키지 않으려고 한다.


언제나처럼, 아 이번엔 실수로 내 본명으로 콜택시를 불렀다.


대뜸 택시기사아저씨가 큰소리를 냈다.

“ あんたたち日本嫌いでしょ!“

”너네 일본 싫어하잖아! ”

이런 말을 직접 이렇게 듣는 건 처음이었다.

“일본엔 왜 왔어? 출장? 요즘 맨날 뉴스에 너네 나라 얘기 나와!”라고 택시기사가 말해서

“그런 말 직접적으로 하는 사람 처음 봐요^^;”라고 직접 얘기를 했다. 아무리 싫어해도 그렇지.. 하하

“왜~ 그 오염수 방류 문제 때문에 일본 엄청 괴롭히잖아!”

“아~ 그 문제라면 지금 세계적인 문제이지 않을까요? 하핳;”

“너 어디 중국에서 왔어? 산? 바다?”


아 뭐야, 중국인으로 오해하신 건가..?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중국인이라도 이렇게 대해도 되는 건가? 싶으면서 “아, 저 한국인데요?”라고 대답했더니 백미러로 한 2-3초 쳐다보더니 “아~ 어쩐지 예쁘더라” 이런다.

“한국인 예쁘지~ 한국 너무 좋아 아름다워!! 누님 한국분이시구나~ 너무 아름답다! “

라며 ”아깐 미안해, 이름만 보고 착각했네 중국인인 줄 알았어 진작에 알려주지 난 한국 너무 좋아~^^“.


라고 하면서 아까와 정반대의 태도로 호의를 베풀어줬지만, 이건 이거대로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아니, 손님한테 이렇게 차별적인 대우를 한다고?!


중국인이면 아까처럼 해도 됐었던 건가?


이 택시기사의 마지막도 너무 웃겼다.

”나 한국 너무 좋아~! 한국의 디제이 음악도 너무 좋아해! “라고 해서 대충 얼버무리며 “아~^^저도 좋아해요”

라고 했다. 일본에 오래 있다 보면 이런 일이 더러 있다. 한국의 유명 가수, 배우 너무 좋아한다고 하지만, 모른다고 하면 귀찮아지기 때문에 대충 나도 너무 좋아한다고 둘러댄다. 삶의 지혜랄까.


”난 디제이 #% 너무 좋아해! “

(누굴까) ”아~ 저도 너무 좋아해요^^“

라고 말하며 택시에 내렸고 궁금해서 검색해 봤다.

이런, 온몸에 문신이 있는 중요한 부분만 천으로 가린 전혀 내 관심사와는 다른 그런 사람이 이미지로 뜰 줄이야..!!! 아, 수치스럽다..라고 생각하며 보는데


국적: 중국인 


? 아저씨.. 뭐야 중국 좋아하잖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