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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 Jan 06. 2022

엄마와 짧은 통화 후 쓰는 글

건포도가 박힌 식빵을 먹다가 엄마가 말했다.

'어렸을 땐 이거 손으로 다 골라내고 먹었는데, 지금은 참 맛있네.'

그 옆에서 이 맛있는 빵에 건포도 같은걸 왜 넣어놓은 건지 모르겠다며 빵의 속살을 휘젓고 있는 나는, 언젠가 나도 이 건포도를 맛있다 하며 먹을 날이 올까 하고 생각했다.


종종 엄마는 (요즘도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샤브레'라는 달달한 비스킷의 포장지를 까면서 '너네 외할머니가 참 좋아했던 거다.'라고 한다. 통통한 미더덕을 한 움큼 넣은 꽤나 이국적인 국을 끓이면서는 '너네 외할머니가 철마다 해주시던 거다.'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리고 정말 아주 가끔은 그 말 뒤에 "나도 엄마 보고 싶다!' 하고 웃는다.


아주 먼 훗날에, 나는 어떤 음식을 떠올리며 엄마를 그리워하게 될까?


기름을 잔뜩 먹여 튀긴 고구마에 달큰한 설탕물을 끼얹어 만든 맛탕.

타지에서 대학을 다니다 종종 집에 오면, 엄마는 맛탕을 만들어주었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에 고구마 맛탕을 좋아했는지라, 기름 올라오는 냄새만 맡아도 신이 나서 껌딱지처럼 엄마 옆에 붙어 있었다. 설탕물이 식어서 단단해지기도 전에 한 조각 집어 앗, 뜨뜨 하며 입에 집어넣으면 얼마나 맛있게.


맛탕이 아니면, 잡채.

명절이면 항상 엄마가 만든 잡채가 상에 올랐다. 잡채는 색깔의 조화가 예뻐야 한다며 시금치에 조린 고기, 달걀 하나에서 뽑아낸 흰 지단, 노란 지단을 색깔별로 줄 세웠다. 이후 커다란 대야에 쏟아부은 색색의 재료들을 뜨거운 당면과 슥슥 비벼내어 깨소금까지 뿌린 잡채가 완성되면, 그제야 우리는 명절이 왔다고 느꼈다.


잡채도 아니면 수플레 팬케이크.

한창 익힌 건지 만 건지 싶은 수플레 팬케이크가 유행을 하던 때가 있었다. 엄마랑 나도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그 팬케이크를 영접했다. 폭신하고 부드러운 팬케이크는 입에 들어가자마자 녹아내렸고 엄마는 이런 건 처음 먹어본다며 뺨이 발그레하게 웃었다. 


그렇구나.

이렇게 소박하고 작은 기억들이, 결국엔 끝이 없는 그리움으로 남나 보다.


엄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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