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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 Sep 01. 2021

취준생, 면접, 그리고 맥주

, 완전히 망했다.’


 생각은 면접관이 ‘  새로운 아이디어 없을까요?’라고 심드렁하게 눈길을 거두던   머리를 강타했다.

 

지독히도 더운 스물 몇 살의 여름이었다. 몇 번의 고배를 마시던 중, 외국계 회사의 면접 일정이 잡혔다. 아무리 걸쳐도 적응이 되지 않는 H라인 치마 정장에 몸을 우겨넣고 새벽부터 나섰다. 열차 안을 채운 넥타이와 서류가방 부대는 ‘나도 이 면접만 잘 보면’으로 시작하는 달뜬 마음에 부채질을 했다.

으리으리한 빌딩 , 사무적이지만 친절한 직원들의 손짓으로 면접대기실로 향했다. 먼저  있던 몇몇의 지원자들은  눈에 봐도 한국말보다 영어가 편해보인다. ‘여기가 한국이야, 미국이야.’하며 슬그머니 했던 생각은 ‘저런 애들이랑 경쟁해야 하는거야?’하는 발상에서 나온 약간의 불안과 초조함의 발현임을 인정한다.


( 기준)말도  되게 어려운 시험을  , 호명되어 면접장에 들어섰다. 5분만에 망쳤음을 인정했다. 회사가 원하는 고민의 깊이와 참신함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찝찝하게 면접을 마무리한  스스로에게 ‘그래도 괜찮다, 이것도 좋은 경험이었다하는 등의 위로의 말을 건냈다. 가방을 둘러메고 면접장을 나서는데 누군가 ‘저기요!’하고 외친다.  부르는건가? 돌아보지 않으니    ‘저기요!’ 외치는 목소리가 탁탁 하는 발소리와 호흡을 맞추며   가까워진다.

 

그제야 돌아보니 아까 면접장에서 봤던 교포 느낌의 키가  여성분이다.


면접 어땠어요?”라고 물었고

나는 “완전 망했네요.”라고 답했다.


우리 둘은 “어휴 무슨 면접이…”라며  웃었다.


괜찮으면 맥주   할래요?”라고 하길래,

어머 좋아요 답했다.


그렇게 곧장 눈에 보이는 맥주집으로 들어섰다.

 

한 잔, 두 잔 맥주를 들이키며 면접 이야기에서, 연애로, 인생으로 난생 처음 보는 사람과 가게가 떠나가라 떠들어댔다. 면접장에서의 무너진 기분은 어디로 쓸려나갔는지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이름이 Carol인 이 언니는 밝고, 에너지가 넘치고,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두어시간 떠들다 “조심히 가, 정인아!” 하고 꼭 안아주던 언니를 이후에도 종종 만났다. 만날 때마다 우린 맥주를 마셨고 이 날을 추억했다. 아, 참고로 면접은 둘 다 떨어졌다.

 

여전히  맥주를 좋아한다. 거품이 바스라지는 소리는  날의 웃음소리를 불러온다. 목을 긁으며 넘어가는 까슬한 탄산은 목구멍에 걸려 있던 모든 착잡함과 답답함을 쓸어보낸다. 배를 통통 두드리게 하는 포만감은 바짝   있던 신경을 풀어주고 ‘ 좋은 내일이 올거야.’라며  격려한다. 어느덧 나도 누군가 힘이 든다   “맥주   할래?”하는 사람이 되었다.  맥주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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