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같은 그런 날이 있다

by 정인

아주 가끔 얼굴도 모르는 분들께 선물을 받곤 한다.

수줍게 다가와서 '두 분 모습이 예뻐서 찍었어요' 하며 내미는 우리 뒷모습이 담긴 사진이 그것이다.


놀라는 것도 잠시, 감사와 행복이 밀려온다.

돌아서면 곧장 잊힐 사람에게 시선을 주고, 어여삐 보아주고, 그 모습을 담아 내밀어주는 그 마음을 생각하면 이건 정말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멋진 이벤트 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1533048555980_Original.jpg 2018년 쿠알라룸푸르
IMG_1491.HEIC 2023년 인천 솔찬공원

얼마 전 이탈리아 여행 중 '세체다(Seceda)'란 곳을 올랐다. 보고 있자면 경외감마저 들게 하는 어마어마한 풍경 속에서 샌드위치를 꺼내던 차였다. 널찍한 들에 자리를 깔고 앉았는데, 내 눈을 사로잡는 장면이 있었다. 1살 정도 되었을까 싶은 아기와 함께 여행을 온 여성분이었다. 방긋방긋 웃는 아가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아기 엄마는 그 모습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오빠, 너무 보기 좋다. 그치" 하고 샌드위치를 베어 물다가, 문득 내가 받았던 그 행복, 완벽한 타인으로부터 받았던 선물을 이번에 내가 주고 싶었다.


셔터를 몇 번 누르지도 않았는데 끝도 없이 펼쳐진 초록의 세상 속에서 그 둘만 있는 것 같은 아름다움이 자그마한 액정 밖으로 넘쳐흘렀다. 막막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가, 넌 모르겠지.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너의 엄마가 널 어떤 눈으로 바라보았는지.


찍긴 찍었는데 이제 건네줄 차례다. 사진을 건네주기 전에 몇 번을 망설였는지 모른다. 몰래 찍었다고 기분 나빠하진 않을까, 당황하진 않을까, 안 받겠다고 하면 그 앞에서 지워야 하나 별별 생각을 다 했다. 우리에게 사진을 준 그분들도 이런 쿵쾅거림을 안고 우리에게 다가왔겠지 싶었다. 뭐, 그렇게까지 싫어하겠어하고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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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지만 당신과 아기가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었어요, 원하신다면 바로 드릴게요."


잠깐 했던 걱정이 무색하게도 정말 정말 정말 환한 그 웃음이 잊히지 않는다.

안 그래도 아기와 둘이 여행하며 둘의 사진을 남기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너무 고맙다고, 완벽하다고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까지 행복에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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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녀도, 그리고 이전에 내게 선물을 안겨줬던 그네들과도 아마 앞으로 인생에서 다시 마주칠 일은 희박할 것이다. 다만 이 자그마한 따뜻함이 우리의 맘 한 귀퉁이에 아주 작은 반짝임으로 오래도록 남아 있다는 것, 그건 참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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