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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 Oct 13. 2024

흑백요리사, 서사의 완성

얼마 전까지 난리였던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이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요리 경연 프로그램이 있었을까. 나도 밥 먹으며 한 편만 보자 하고 틀었다가 기본 두 편, 세 편씩은 후루룩 몰아 봤을 정도로 재밌었다. 다들 각자의 스타일대로 어찌나 맛깔나게 만드는지, 보는 내내 아.. 나도 저거 한 입만 입에 떠 넣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중에서도 에드워드 리(이균)의 떡볶이를 재해석한 디저트는 맛있어 보인다를 넘어서 울컥할 정도의 울림이 있었다. 재미교포인 그는 디저트를 심사위원석으로 내놓으며 "나의 이름은 이균입니다"로 입을 열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눌러쓴 종이에는 한국에서는 음식을 너무 많이 줘서 떡볶이를 먹어도 꼭 두세 조각은 남기기 마련인데, 그렇게 차고 넘치도록 주는 것이 한국의 정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러한 풍족함과 사랑을 매번 남기곤 했던 세 조각의 떡볶이 떡으로 형상화했다는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조금은 어눌한 발음이지만 진심을 다해 읽어 내려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이균'이라는 정체성에 단단하게 뿌리를 딛고 뻗어나가고 있는 그의 요리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다만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 그의 서사가 스크린을 넘어 우리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이제껏 경연의 매 순간 파격적으로 창의적이면서도 동시에 맛까지 잡은 말도 안 되는 결과물을 내놓는 그의 실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한국의 맛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의도를 일관성 있게 요리에 풀어내는 그의 발상과 실력은 요알못인 내가 봐도 놀라웠다. 결국 요리사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음식의 퀄리티가 완벽했기에, 그에 곁들여지는 서사가 더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에드워드 리뿐만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무섭도록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바탕 보고 나니 괜히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나의 스토리가 누군가에게 영감감을 줄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 내실을 꾹꾹 다지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리고 나의 요리 실력도 업그레이드를 꿈꾼다....)

 본래 의도에서 꽤나 많이 벗어나버린 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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