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자리
魚
그저 헐떡이는 살이, 한 마리 펄떡이는 거대한 물고기로만 보이는 것은, 조금 전에 이 푸른 침대 위를 함께인지도 모르며 뒹굴었던 이보(異甫)로서는 무척이나 당황스럽기도 했던 탓에, 헌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지금 푸른 침대의 밝은 이불위에서 펄럭이고 있는, 이보의 몸뚱이만한 물고기란 대체 이 방까지 어떻게 올라 온 것인지, 혹간 이 물고기는 본디 사람이었다고 물으면 무슨 까닭에 어화(魚化)된 건지, 그리고 심지어는 이보가 있는 이곳의 방이란 대체 어디인지도 가물하여, 이보는 침대 위를 여전하게 펄떡이 뛰고 펄럭거리는, 모로 누운 한 마리의 물고기를 한 눈으로 두고, 더불어 이 창백한 벽이 사방으로 있는 방의 전경(全景)을, 한(寒) 벽에 닫힌 듯 서리 열려, 뿌옇게 뵈는 창(窓) 너머로 안개가 끼어드는 산을, 아연(啞然)히 한쪽 남은 눈으로 흘겨가며 바라보고 섰는데, 간밤에 몹시도 추웠고, 많이도 취했었고, 토했었다는 기분만이, 가시지 않은 취기로 얼큰 떠오를 뿐, 조금 더 앞으로도 조금 뒤로도 기억의 일편(一片)은 이어지지를 못해서 이보는 꼬옥 감았다던 눈을 뜨고 다시 고개를 저어 눈을 감고 제 머리를 흔들어, 보는 꼴이란 마치 엎어놓은 밥그릇 속에 12면체의 주사위라도 들어 있어서 탁~하고 고갯짓을 멈추고 나면 한 면(面)의 기억이라도 데구르 멈추어 드러나기를 바라는 걸로만 여겨졌다.
座
근데 여긴 어데냐, 길은 그리 밝지도 않았고 발에 차지도 않아, 신발이 헐렁벌렁, 가까스로 중학(中學)에 오르는 까까머리 위로 빙글 도는 사각모(四角帽)와도 같아, 질척이는 걸음결에 제 몸 살리지도 못하고서는, 옴팡진 물구멍 속에 빠지기를 한 손 코 풀듯이, 하여 젖은 신발 속에 젖은 발은, 아마 팅팅 퉁퉁 불어, 오르기를 차오르는 달 마냥이라. 꼴까닥, 그 달이 그리워 고개를 들고 목을 빼어 매어달아, 찾아도, 빠등 뜬 눈깔에 달님은 뵈지를 않고 꺼먼 하늘을 연실 세로로 베고 내달리는 웬 놈들이 주르륵 툭닥. 님 찾는 눈 위로 후둑, 길어진 목줄기로 호드득, 호들갑에 염병이 난 암탉이 홰치는 푸드득 꺼리, 날지도 못하는 날개 짓으로 여전히도 추락하여, 언제부턴지도 모르게 더워진 몸뚱이를, 달 그리워진 몸뚱이를, 식혀 주니, 아마도 달님에 눈물인가 보다고, 하여 달달도 허니라. 님에 눈물이 달달도 허니라. 달은 님은 보이지 않으셔도 님에 달에 눈물은 달아달아, 닳아 없어만 지셨는가 보네. 너무 보아 닳아 없어진 달이 울어 날은 맑지를 못허고, 그믐에 지워진 길은 밝지를 못허고, 물 진 길에 퉁퉁 불은 발은 닳고 닳아, 달게도 우는 달아. 아얏. 근데 여긴 워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