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자리
魚이
때마침 이보는 모로 저어대던 머리채를 멈추고 찬찬히 눈을 떠 보니 펄떡이던, 광장을 세로 질러 솟았던 깃발마냥 침대 위를 펄럭이던 예의 물고기는 간데온데없이 사라지고, 어인 까닭에 피부가 희고 머리카락이 몹시도 밝은 한 덩이의 육체가 핸드폰 진동을 똑 닮은 떨림을 작게나마 떨고도 있었던 게라, 왜라는 말이 번뜩 이보의 염두에서 솟아난 것이었다가는 아니지 왜가 아니라 그게 뭣이냐 그러니깐 해도 도무지 이 지경에 적합한 감탄이 떠오르지가 않아, 육하원칙(六何原則)을 하나씩 들이대어 보기로 하였는데,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왜! 라며 골목에 숨은 여섯 동무들을 불러낼 적에의 추억을 다시 겪어 육하의 이름들을 차례로 육갑하듯 호명해 보았지만, 이보에게는 불리어진 육갑할 여섯 개의 원칙이 도무지 들어맞지를 않고 꼭꼭 숨어, 참 잘도 숨어버린 채로 답답하고 궁금하기가 이를 데 없어 그만 이보의 팔목 안쪽에 핏줄 위로 톡톡하게 뛰는 맥박만이 아까의 침대 위 물고기 꼴로 펄떡이고 있기만 하여, 물이라도 한 모금 마시면 나아지려나? 하고 창가에 생수병을 들고 벌컥였더니, 생수 위에는 'HYDROXY D' 라고도 적혀 있는데, 대체 이 물맛은 요상키도 요상타 하는 차에 미끌거리는 것 사이로 무엇인가 탄산이 입안에서 투둑-하고 터져버리고는, 그때마다 체면상 흠칫 놀라기도 부끄러울 만큼에 따끔함이 생기어, 사르르 혓바닥을 긁고 뱃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버리는 순식간을 느끼다가, 혹시나 그 ‘D’란 행여 ‘DISEASE’가 아닐까하는 터무니없는 공상을 이보는 빈 생수병을 들고 막연히도 지었는데, 스믈스믈 이보의 안으로 잘도 들어간 그 미끌한 생수란 이름의 물고기 비늘 삶은 용액은 이보로 하여금 육하원칙 밖에서 침대위의 한 덩이 널브러진 육신에 대해 걱정을 삼아보라는 듯 하게 트림을 꺼내어도 주어서, 끄억~ 이보란 듯이 이보는 트림을 마치고 귓속을 가지르는 미진(微震)을 후벼 판 다음, 한 덩이 육체 앞에로 한 걸음에 보(步)를 옮기었다.
座이
낙루(落淚)를 빈 몸으로 받기가 아파, 너무 아파서, 라기 보다는, 발을 불리고 신발 안으로 들어와 나가려 하지 아니하는 미련을, 이제 그만 헤어지자고, 그리 열심으로 스며들지 않아도, 우중(雨中)에 눈썹 달 찾는 꼴을 보면 모르겠냐고, 달래고 달래듯이 탈탈 털어, 물은 물대로 발은 발대로 고단하신 신(鞋)은 또 그대로, 배부른 나무아래서 각자에게 맡겨진 습기를 말리고 있었던 게다. 습습하고 쾌쾌한 바람이 배부른 나무의 근심들을 연방 흔들어, 쉬이솨아, 눈썹을 삼켜버린 불닭(火鳥)의 그림자가 토해내는 트림으로 치면, 적당하게도 여겨졌다. 처음도 아닌 것을, 불닭이 달을 삼키고 꿀떡 새 알을 낳는 일이란, 신통하기도 해라. 붉어진 달을 보고 아랫배를 문지르며, 살살, 배가 아파요, 라던 어린 것의 아침에, 붉닭이 처음으로 다녀가신 모양새(初經)를 보고, 이제 그만 떠날 때가 되었구나. 서둘러 빙낭(氷囊)을 몰래 지고, 이제 초조(初潮)를 지나는 어리지 않을 것이 두려워, 여전히 아직은 어린 이마위에 두개의 황금 얼음을 놓아주고, 폴폴 떠난 새벽이 몇 해 전이라더라. 에라 지워라, 달아 치워라, 그래 불닭의 그림자가 지워주어라. 피식, 습한 바람결에 바랑에도 차지 못해 질질 흘러 신발에 고였던 미련이 고개를 디밀고 있구나. 그렇구나, 그래. 애써 감추지 않으마. 보고도 싶으다. 아훔. 뱉은 하품이 무색케 배가 살살 아파오기도 해서, 벌써 앓고만 싶어진 것인지, 무섭다 미련한 놈의 미련(未練)이, 밀연(密戀)이기도 했다는 둥이라. 팔을 베개 삼아 배부른 나무에 발랑 기대어 불어터진 발 아래로 연실 내리는, 검은 목구멍 같은 허공의 어디를 출발했을 또 검기만한 비를 보며, 말라라 말라, 말으리 말라, 말리다 말라, 말라르 매라. 말라 말라 말마라 말마하. 염병, 알아듣지도 알지도 못하는 주문을 외우며, 미련하게 밀연하였던 미련(未練)을 베슬거리며 누웠다. 감아라, 떠 무어 볼게 있다느냐. 말(說)마라. 듣는 귀도 없달 만큼 콧등 시어 못 듣겠다고, 닫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