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자리
魚사
역시나 이보의 표정이란, 뒤로 보낸 염두 속으로 뛰쳐 들어가 열심히 누군가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도 있었던 게 분명하여, 아마도 이보는 그게 언제의 누구였는지, 어제의 이 육체일 그 물고기인지, 육 년 전의 저 육신이었는지, 사십년 전의 그 골짝이었는지, 칠십 년 전 그 강가의, 조리 모양을 한 포구인지, 백오십년 전의 도성을 향해 거꾸로 흐르는, 흰 강을 거슬러 오르던 바람이었다는 건지, 오백년 전에 말머리를 돌렸던 구름 뭉게 진 그 강물인 건지, 대체 어느 물가를 말하는 거냐며 바락! 악을 쓰고 제 염두에 끄트머리까지 뒤져볼 심사로 발이 뵈지도 않는 말을 타고, 지금 그 냄새가 부르는 강을 쫒아 나서기도 하였지만 푸시식, 말의 기운도, 말고삐를 쥐었던 기운도 식간에 순순 사라져, 후후, 한 방울의 땀이 코 옆을 스칠 적에, 이보는 되돌아와서 조금 흐느끼는 척 눈가가 붉게도 붉어지는 것이었는데, 아마도 이보는 분명코 그 냄새의 꼬리를 잡기는 했던 모양이라, 다만 그 몸뚱이란 제 꼬리를 뚝하고 잘라버리고는 홀연히도 이보의 기운이 닿지 않는 깊은 물속에 더 깊은 동굴 속, 하여 그것은 어느 산중으로 숨어들어버렸던 탓에 이보는 한 손을 꼭 쥐고 왔음에도 펼치고 나면 그냥 빈손이어서, 헌데도 이보에게는 그 꼬리를 닿았던 촉감이, 그게 무엇인지 의심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가 되어, 눈가에 노을을 두고 있는 게라고 여겼지만, 주르륵 이보의 노을을 가로 지른 눈물은 한 덩이의 육신에 닿지 못하고, 빈 침대위에로만 흐르니, 이보 스스로도 저기 가늘게 흔들리는, 이제 그 떨림 마저 사그라지려는 한 덩이의 육체를 차마 깨우지 못하고 있음이 아쉽기에도 자못 서글프던 것이었다. 달이라도 잡아 잡수신 적이 있으신 겐가. 이보의 휑한 표정에 문득, 말 잃고 난 뒤에야 외양간에 정조대를 채우던 꼴의 한숨이 허깨비 그림자만큼 잠시 들었다 나갔다. 금방.
座사
싸리문 밖으로는 새벽 눈(雪)이 내리고 있었고, 해님을 슬쩍 산이 뱉어내어, 봉우리들 사이서 허공에 둥둥 떠오르고도 있었지만, 내리는 눈 탓에, 두꺼운 겨울 구름 탓에 밝지도 않게 파리해진 땅을 비추는 둥 마는 둥, 어린 이마위에 두었던 얼음이 녹지말기를. 짧은 손가락을 뻗어, 아직은 곤한 잠에 진심을 다해 꿈을 꾸는, 아이의 흘러내린 머리칼을 쓸어다 귀 뒤로 넘겨, 달님에 이마여, 단님에 밝은 볼이며, 따님에 기러기 발자국 깊은 미간(眉間)이여, 얼음주머니 들쳐 매느라 투박해진, 검수레한 손을 부끄러워, 만질라 떼고, 거둘라 아쉬워, 다가서지도 끌어안지도 아니하는 떨림으로, 보고 또 보고만 하였던 아침이, 스러져 땀 흘리는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똑 닮은 상처, 미간 깊이에서 솟는 땀스런 온기에 놀라, 어찌된 일이냐고, 두개의 누른 얼음으로 잘도 먹고 잘 또, 지내야할 일이지, 여기 찬 비 내리는 숲길에, 이런 그림자 꼴은 어인일이냐고, 아우아우, 잘려나간 혀를 아쉬워 서러워하며, 웅얼거리고 섰다. 아우아우우, 쓰다듬고 쓸어 담아, 흩어지려고 흘러내리는 온기를 모아 다시 그 입에로 넣어도, 열은 가시지를 않고, 눈은 뒤집혀 흰자위만 가득하고, 볼을 비비고 몸을 문질러, 굳어진 팔과 다리를 주물러도 보았지만, 그럴수록 서투른 맘에 서두른 손이 중얼중얼, 뻔한 답을 내지 못하고, 홍조(鴻爪) 띈 미간의 상처에 부르트고 갈라진 입술을 대고, 뜨끈한 혀를 열쇠 삼아 그림자를 깨워보려, 잠 속에라도 들어, 이제 깨어나라고, 신열(身熱)에 몽롱해져 꿈속을 헤매이는 어린 이마를 찾아 나서기도 나서고, 있었다. 아우아으으, 어느 바보의 눈물이었나. 줄줄줄, 꿈속에서도 더운 비가 내린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