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자리
魚오
그제야 이보는 흰 덩어리의 한 육신을 양팔로 끌어 모았더니, 그 몸뚱이란 그저 바람이 빠지는 풍선 꼴이라, 벌린 이보의 팔위로 모여들어선 곡선을 따라, 새초롬히도, 고요하게도, 온전히 이보의 양손에 담기었는데, 이리도 손이 쉽던 일이 있을까. 이보는 쉽게 모은 양손에 두 방울의 기약 없는 눈물과 두 숨을 소리 없이 누정(漏情)하더니, 누렇게, 손(手) 안이 더워지고, 뜨거워져서 손이 도가니가 되었나. 도가니 안에 무슨 쇠(金)가 무슨 새(鳥)라도 될까 해서 녹고라도 있나. 그 안에서는 무언가(無言歌) 소리도, 외침도 들려오다가, 더 없이 뜨거워져, 두 개의 손이 이제 하나로 붙어버리려고, 합(合)이나 될까, 접(接)이나 될까. 하나의 누정된 숨결이 손쉽게 모였던 불명의 덩어리를 넘어 그 도가니까지도 녹이려는다. 이보는 앙당그러진 손을 떼어내려 있는 힘을 다해 조개비 꼴로 겹친 양 손의 문을 벌려, 쩌억, 겨우 허공에 닭트림스러운 비명을 올리고, 열어, 허공 안으로, 손 위에 묽어지고 붉어진 그것을 던져, 허공 밖으로, 풀어 놓아 버렸다. 두둥 두둥, 실하기도 하다.
座오
흘레구름이 멀리로 지나셨나. 흐르셨나. 엉겨 붙은 콧물이며 눈물이며 더운 비는 다 씻어도 주어서, 나 깨었소, 아지배. 참말인가 비네. 흔들어도 꿈쩍 않던 어린 이마가 꿈을 깨었다구나. 부둥켜 쓸고 끌어, 안아, 으스러져라마라 다시 아니 보아도 될 만큼 일절에 미련도 허락되지 않게, 안아, 안아. 그 아주비는 지지배배, 우어으어, 하며 말이 되지못할 말을 하였지만, 얼레, 바람이라도 불었거든, 아주비의 코허리에 저리게 질러지고 시리게 실렸던 감격을 냉큼 치워, 버렸던 거냐. 아지배, 알았다긍, 우지마라긍, 나 깨었시니다. 겨울 끝에 비는 그치고, 사는 게 말만큼, 잊는 게 맘만큼, 버리는 게 몸만큼이나 어리고 어려워, 쉽지를 안해, 도, 우지 말고 나는 새, 그저 훌쩍이기로만 하고 보면, 아지배, 이리오라긍, 갈 길은 멀고 배부른 나무에 옴팡진 구덩이 깊기도 깊어, 나오기에 깊은 잠이라, 깨어지지 않는, 우지 않고 나는 새의 유리병이라. 왼편으로 쑤셔드는 미련(未練)한 뱀이 가슴 새로 삐죽 둥근 달을 닮은 동근 궁딩을 떠올려, 하나에 씨를 심으라고, 하나에 씨(氏)를 심을라고 벌리고, 입 내밀어, 쭈삣주뼛, 물 만 밥에 목 메일라. 다사롭고도 따습고나. 설문(雪門) 앞에 설운 싸리문 열어 떠나던 그날, 그 새벽 맹키로, 소롯, 오목, 움푹하여 다시 돌아보면 기둥이라도 소금처럼, 짠 내 건너 걸어온 사람 꼴이어라. 비집고 들어선 홍조(鴻爪) 물린 자리에, 어린 이마, 그 이름으로 불리우고 아직, 여전하게 눈 밝히고 불 떠오르는 중(中)의 바로 그 때(時)라면, 더운 김, 더운 숨, 더운 말 붙여, 색(色)에다가 맘이라도 심어, 그래 우어우어, 그래 끄억끄억, 다 토해내도 모자랄 소원을 간절히 빌고, 이고지고 닦아, 베고 누워, 우흘레 저흘레, 취기에 놓지 못한 미련이 다시 꼬리를 들고 기어 나온다는, 봄이구나. 이런 아지배, 무루(無漏) 가는 길이 아니었냐는긍. 깨우려 든 자리에서 졸아버린 아주비 깨우는, 어린 이마에서 핀 바람꽃이 잔망스러워, 도 서서 (徐徐) 격(隔)한 틈바구니를 그만, 아쉬워도 그만 빠져도 나와야겠구나. 헬헬, 흘흘, 깜박이는 눈 맞춤에 껌벅, 끔벅스레 낯 붉혔던 해 앞이라. 멀지도 밭지도 않은 중간에 피어났다는 그 연(蓮)을 연(鳶)삼아 날려 연(緣)을 불러, 깊게도 얕게 못(淵)을 삼아 나오면, 그럴라치면 깨어난 꿈이여, 아직 잠 안이로구나. 수중(睡中)이구나. 아직 젖어 그리다만 꿈이 잠 안에서 마르지 않는다. 습(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