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거인은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레몬도 천으로 덮인 새장 안에서 조용히 잠들었다.
집 안은 고요했다.
"드디어 내 시간이야!"
나는 2층 침실에서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햄스터는 야행성이거든. 밤이야말로 진짜 활동 시간이다!
먼저 운동 바퀴로 향했다.
"오늘은 100바퀴 목표다!"
끼익끼익끼익—
바퀴가 돌아가는 소리가 조용한 밤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달리는 게 너무 즐거웠으니까!
그런데 10분쯤 지났을까?
거실 쪽에서 불빛이 켜지더니 거인이 비틀비틀 걸어 나왔다.
"루미야... 지금 몇 시인 줄 알아?"
거인의 목소리가 졸린 듯했다. 머리도 산발이었다.
"어? 저 달리고 있어요!"
나는 바퀴를 멈추지 않았다. 거인이 한숨을 쉬었다.
"그래... 네가 야행성이라는 걸 깜빡했구나. 근데 바퀴 소리가 좀...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나는 그저 운동하고 있을 뿐인데!
거인이 뭔가를 가져왔다. 작은 기름통이었다.
"이걸로 바퀴를 좀 조용하게 만들어볼게."
끼익끼익— 소리가 나던 바퀴에 거인이 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렸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소리가 훨씬 작아졌다!
"우와, 조용해졌어요!"
"그래, 이제 네 맘껏 뛰어. 하지만... 너무 시끄럽게 하지는 마."
거인은 다시 침실로 돌아갔다.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소리가 작아지니까 더 신나게 뛸 수 있었다!
30분쯤 달렸을까? 목이 말랐다.
"물 마시러 가야지."
물병으로 가서 물을 마시는데... 갑자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아, 배고파."
간식을 찾아 집 안을 뒤졌다. 아까 거인이 준 해바라기씨를 2층 침실에 숨겨뒀었지!
볼주머니에 넣어뒀던 씨앗도 꺼내서 우물우물 먹었다.
"맛있다!"
그런데 먹다 보니... 심심해졌다.
"뭐 재미있는 거 없나?"
주변을 둘러보니 톱밥 더미가 보였다.
"오! 이거 파볼까?"
나는 열심히 톱밥을 파기 시작했다.
샤샤삭— 샤샤삭—
앞발로 파고, 뒷발로 차내고. 터널을 만드는 기분이었다!
"이거 정말 재미있는데?"
한참 파다 보니 톱밥이 사방으로 튀었다.
집 밖으로도 날아갔다.
"이 정도면 터널 완성!"
톱밥 터널 안으로 들어가 보니 정말 아늑했다.
"여기서 낮잠 자도 좋겠다!"
그때였다.
"루미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거인이 또 나타났다!
"어... 터널 만들고 있어요?"
거인이 한숨을 쉬며 집 주변을 봤다.
톱밥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루미야, 네가 파는 건 좋은데... 너무 많이 튀겼어. 아침에 청소하기 힘들겠는걸."
"죄송해요..."
거인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네가 즐거우면 됐지. 하지만 다음엔 조금만 파자, 응?"
"네!"
거인이 다시 침실로 돌아간 뒤, 나는 조금 미안했다.
"나 때문에 거인이 잠을 못 자네..."
하지만 밤은 아직 길었고, 나는 여전히 활기찼다.
"뭘 하면 조용히 놀 수 있을까?"
그때 눈에 들어온 게 있었다.
바로 새로 생긴 나무 집!
"아, 여기 들어가서 쉬면 되겠다!"
나무 집 안으로 들어가 솜 위에 누웠다.
창문으로 달빛이 살짝 들어왔다.
"생각보다 아늑한데?"
조용히 누워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달빛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거인은 낮에 활동하고, 나는 밤에 활동하네. 시간이 반대구나.'
그렇게 한참 쉬고 있는데, 새장 쪽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삐약..."
레몬이었다! 잠꼬대를 하는 것 같았다.
"레몬도 자면서 노래하나 봐. 귀엽다."
나는 미소 지으며 다시 눈을 감았다.
'오늘도 재미있는 하루였어. 아니, 재미있는 밤이었어.'
다음 날 아침, 거인이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내 집 주변 청소였다.
"루미야, 너 정말 밤새 열심히 놀았구나."
흩어진 톱밥을 쓸고, 물병을 확인하고, 간식 그릇도 채웠다.
나는 2층 침실에서 스르르 눈을 떴다.
"좋은 아침이에요!"
거인이 웃으며 말했다.
"루미야, 오늘은 너한테 선물이 있어."
"선물이요?"
거인이 작은 공을 하나 꺼냈다.
방울이 들어 있는 공이었다!
"이건 햄스터 장난감이야. 굴리면 소리가 나거든. 밤에 심심하면 이걸로 놀아봐."
"우와!"
거인이 공을 집 안에 넣어줬다.
나는 곧바로 코로 공을 굴렸다.
딸랑딸랑—
"재미있어요!"
그날 밤부터 나는 새로운 장난감으로 조용히 놀 수 있었다.
방울 소리는 작았지만, 나에겐 충분히 재미있었다.
거인도 편히 잘 수 있었고, 나도 신나게 놀 수 있었다.
"완벽한 밤이야!"
레몬도 가끔 잠꼬대로 노래하고, 나는 방울 공을 굴리며 놀았다.
우리는 각자의 리듬으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가족이란 건, 서로의 리듬을 이해하는 거구나.'
거인은 낮을, 나는 밤을.
레몬은 아침을.
우리는 각자 다른 시간을 살지만, 같은 집에서 함께했다.
"이게 바로 가족이야."
나는 행복하게 웃으며 방울 공을 한 번 더 굴렸다.
딸랑딸랑—
오늘 밤도 평화롭다.
다음 화 예고:
어느 날, 집에 새로운 손님이 찾아온다. 그런데 그 손님은... 나를 무서워한다?! "햄스터가 이렇게 작은 줄 몰랐어요!" 과연 나는 새 친구와 친해질 수 있을까? 5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