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상을 사는 친구들
아침 7시.
거인이 창문을 열었다.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나는 나무 집 안에서 눈을 비비며 깼다. '아, 또 새벽이구나.'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새장 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삐약삐약! 짹짹! 삐욕!"
레몬이 신나게 울고 있었다. 천으로 덮여 있던 새장이 벗겨졌고, 햇빛이 들어와 있었다.
"좋은 아침이야, 레몬!"
거인의 목소리였다.
"어제 밤은 어땠어? 좋은 꿈 꿨어?"
거인이 새장에 물과 모이를 채워줬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생각했다. '레몬은 밤중에 자고, 아침에 깬다. 나랑 정반대네.'
그날 밤, 나는 방울 공으로 놀고 있었다.
딸랑딸랑—
조용한 밤이었다. 루미의 활동 시간이 시작됐고, 집 안은 나의 놀이터가 됐다.
"오늘은 물병 옆에서 놀까?"
방울 공을 굴리며 돌아다니다 보니 새장이 보였다.
레몬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천이 다시 덮여 있어서 안이 어두웠다. 새의 목에는 솜털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음... 레몬은 지금 깊은 잠을 자는 거겠지."
나는 조용히 방울 공을 굴렸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아직 졸렸다. 거인이 레몬의 새장 천을 벗겨냈고,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루미야! 헤헤, 자고 있었네?"
거인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흐릿한 눈으로 인사했다. "네... 지금 자고 있었어요..."
그 순간.
"삐약! 삐약!"
레몬이 갑자기 울었다. 아직 반쯤 깬 상태인 나를 본 것 같았다.
"어? 루미는 아직도 자고 있네?"
레몬이 나를 쳐다봤다.
나는 나무 집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 네. 저 밤새 놀았거든요."
"밤새? 루미, 너 밤에 뭐 해?"
레몬이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어? 나요? 저는... 밤에 뛰어다니고, 놀고, 음식도 먹고 그래요."
"밤에? 근데 밤에는 어두운데?"
"아, 저 야행성이거든요. 햄스터는 밤에 활동하는 동물이에요."
"오... 그럼 나랑 반대네?"
레몬이 고개를 기울였다.
"네, 레몬은 언제 활동해요?"
"나? 나는 아침에 깨서 밤새 놀다가... 아, 잠깐. 아니다. 나는 아침에 깨서 낮에 활동하고, 밤이 되면... 음..."
레몬이 생각에 빠졌다.
"밤이 되면 힘들어져. 내 눈이 어두워지고, 신체가 쉬라고 신호를 보내는 거야. 그래서 밤에는 자. 항상."
"오! 그럼 진짜 반대네요!"
나는 신기했다.
"루미는 낮에 뭐 해? 나는 낮에 엄청 바빠!"
"저요? 저는 낮에 자요. 거인이가 아침에 제 집을 청소해주고 밥도 줄 때 잠깐 눈을 떠봐요. 근데 대부분 자는 시간이에요."
"그럼... 너는 밤에 혼자 노는 거야?"
레몬의 목소리가 조금 외로워 보였다.
"네, 보통 혼자 놀았어요. 레몬은 자고 있으니까."
"그래... 나는 낮에 혼자야. 루미는 자고 있고, 거인은 밖에 나가 있고..."
레몬이 창밖을 보며 작게 울었다.
"삐약..."
그 순간 나도 깨달았다.
'아, 레몬도 외로워했구나. 우린 같은 집에 있는데, 절대 만날 수가 없었어.'
나는 나무 집에서 나왔다.
"레몬! 그럼 우리 시간표를 맞춰보는 게 어때요?"
"시간표? 어떻게?"
"음... 예를 들어, 저녁에는요. 저녁은 밤도 아니고 낮도 아니잖아요. 그 시간에 우리 함께 놀 수 있지 않을까요?"
레몬의 눈이 반짝였다.
"정말? 우리 저녁에 만날 수 있어?"
"네! 저는 저녁부터 활동하고, 레몬은 아직 어둠이 완전히 오기 전이니까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오! 루미, 정말 좋은 생각이야!"
레몬이 새장 안에서 폴짝 뛰었다.
"그럼 내일 저녁에 만나자!"
"좋아요!"
그날 저녁이 왔다.
해가 지면서 하늘이 주황색으로 변했다. 그 시간이 바로 우리의 '만남의 시간'이었다.
나는 나무 집에서 나왔고, 레몬은 새장에서 몸을 쭉 펴고 있었다.
"루미! 왔어?"
"네, 레몬! 어때요? 저녁 시간?"
"좋아! 나도 아직 깨어 있을 수 있어. 해가 아직도 조금 보이잖아."
"그래요! 그럼 뭐 할까요?"
내가 방울 공을 굴려 보였다.
딸랑딸랑—
"오! 이게 뭐야?"
"이건 거인이가 준 장난감이에요. 같이 봐요?"
나는 공을 굴렸고, 레몬은 새장 안에서 그 움직임을 따라 고개를 움직였다.
"루미! 다시 해봐!"
"네! 다시!"
딸랑딸랑—
우리는 웃으며 놀았다. 아직 어색했지만, 뭔가 특별했다.
"루미, 너는 밤에 이런 걸로 노는 거야?"
"네, 근데 혼자 놀 때는... 좀 외로웠어요."
"나도! 나는 낮에 밖의 새들 소리도 듣고, 햇빛도 보고, 거인도 자주 봐. 근데 너는... 뭘 하니?"
"저는 밤중에 달빛을 봐요. 그리고 생각해요."
"뭘 생각해?"
"그냥... 이 집 안의 모든 것들을 생각해요. 거인은 왜 나한테 그렇게 친절한지, 레몬은 무슨 꿈을 꾸는지... 이런 거요."
레몬이 조용히 들었다.
"루미... 나는 밤에 뭘 했는지 몰라. 자니까."
"저도 낮에 뭐 해요, 레몬이 뭘 하는지 몰랐어요."
"그럼 이제 알겠네!"
레몬이 새장의 봉에 머리를 기댔다.
"루미, 너는 밤의 세상을 살고, 나는 낮의 세상을 살고 있었구나."
"네, 우리는 같은 집에 살지만... 다른 시간을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저녁에 만날 수 있잖아?"
레몬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저녁이 우리 만나는 시간이 되자!"
"좋아요! 저녁은 우리 함께하는 시간!"
나도 웃었다.
해는 점점 내려갔다. 하늘은 보라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첫 별이 떴다.
"루미, 저 별 봤어?"
"네! 우와, 아름다워요."
"맞지? 낮에는 안 보여. 나는 낮에 놀다가 밤이 되니까 자. 그래서 별을 못 봤어."
"저도 밤에 있긴 한데, 창문을 통해서만 봤어요."
"이제 우리 함께 봐!"
레몬과 나는 함께 하늘을 봤다.
어둠 속에 작은 빛들이 하나둘 떴다.
"루미, 여기 좋네."
"네, 레몬. 정말 좋아요."
"너는 언제 자?"
"음... 밤이 깊어가면 자고 싶어져요. 보통 새벽에 자요."
"그럼 내일은?"
"내일 저녁에 또 만나요?"
"약속이야!"
레몬이 새장에서 날갯짓을 했다.
"내일 저녁도 별을 함께 봐!"
"좋아요!"
다음 날, 거인이 일어났다.
"루미, 오늘은 뭔가 다르네? 레몬도 낮에 더 활발해 보이고, 루미도 낮에 자는 시간이 줄어든 것 같은데?"
거인이 웃으며 말했다.
"혹시 넌들이 친해졌나?"
나와 레몬은 서로를 봤다.
'거인은 아직 몰라.'
우리 만남의 시간은 저녁이었다. 낮과 밤 사이의 그 순간.
그 시간에만 우리는 함께할 수 있었다.
해가 지면서, 저녁 하늘이 물들었다.
"루미! 왔어?"
"네, 레몬!"
"오늘은 뭐 할까?"
"오늘은... 우리 이야기를 해봐요. 낮의 이야기, 밤의 이야기."
"좋은데! 나부터 할게. 오늘 낮에..."
레몬이 자신의 하루를 이야기했다. 창밖의 다른 새들을 봤던 것, 햇빛이 새장에 들어왔을 때 따뜻했던 것, 거인이 모이를 줄 때의 즐거움.
그다음 나의 차례였다.
"저는 어제 밤에 방울 공을 굴렸어요. 그리고 톱밥으로 터널을 파다가 거인한테 혼났어요."
"정말? 뭐라고 혼냈어?"
"아, 톱밥을 너무 많이 흩뜨렸거든요. 하지만 거인은 제가 재미있으면 된대요."
"오... 거인은 좋은 거인이네."
레몬이 감탄했다.
"레몬, 혹시... 밤에 뭐 하고 싶은 거 있어요?"
"밤에? 흠... 나는 밤이 무서워. 어두우니까. 근데 너는 밤에 놀면서 행복하잖아?"
"그렇긴 한데..."
나는 생각했다.
'어둠도 나쁜 게 아니다. 그냥 다를 뿐이야.'
"레몬, 밤도 좋아요. 낮과는 다른 아름다움이 있거든요."
"정말?"
"네! 밤에는 별이 보여요. 달도 나와요. 그리고 조용해요. 낮처럼 바쁘지 않고."
레몬이 생각해 보는 듯했다.
"그럼... 내일 밤에 한 번 깨어 있어볼까?"
"정말요?"
"응! 루미가 밤의 세상이 좋다니까, 나도 봐야지!"
"좋아요!"
다음 날 밤.
거인이 뜻밖에도 레몬의 새장 천을 벗겨냈다.
"어? 오늘은 천을 안 덮어요?"
나는 놀랐다.
"루미, 오늘은 밤인데도 레몬을 좀 내버려 뒀어. 새들도 가끔 밤하늘을 봐야 하거든."
거인은 그렇게 말하고 침실로 가버렸다.
밤이 깊어갔다.
보통 같으면 나는 열심히 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날 밤은 달랐다.
"루미...?"
레몬이 나를 찾았다.
"네, 레몬! 깨어 있네요?"
"응, 어둠이... 생각보다 무섭지 않네?"
레몬이 새장의 봉에서 몸을 펴고 있었다.
"저 봐, 루미. 별이 있어."
"네! 그래요! 밤의 세상 봤어요?"
"응... 낮과는 다르네. 조용하고, 차분하고... 아름다워."
레몬이 밤하늘을 봤다.
나는 방울 공을 조용히 굴렸다.
딸랑딸랑—
"루미, 너는 이 속에서 얼마나 행복했을까?"
"음... 혼자라고 생각했을 때는... 조금 외로웠어요. 하지만 이제는 레몬이 있으니까..."
"그래, 이제 넌 혼자가 아니야."
새벽이 가까워졌다.
레몬은 천천히 고개를 아래로 향했다.
"루미, 나 이제 자야 할 것 같아. 어두운 밤이 길어질수록... 눈이 무거워."
"네, 충분히 봤잖아요. 밤의 세상."
"응. 그리고 너는 밤이 끝나가니까... 아직 좀 더 활동해도 돼?"
"네, 저는 아직 할 게 많아요."
"그럼 낮에 봐!"
"낮에 봐요, 레몬!"
레몬은 눈을 감았다. 천천히 몸을 웅크렸다. 밤의 적응이 끝났다.
나는 그제야 방울 공을 다시 굴렸다.
딸랑딸랑—
같은 집 안에서. 다른 시간을 살면서도. 우리는 함께였다.
낮은 레몬의 세상. 밤은 내 세상. 그리고 저녁과 새벽은.
우리 함께하는 시간.
"이게 바로 가족이구나."
나는 다시금 깨달았다.
시간이 다르고, 세상이 달라도. 같은 심장으로 뛰는 가족이 있다는 것.
새벽이 오고 있었다.
거인은 아직 자고 있었다. 레몬도 이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활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혼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또 다음 저녁에 봐, 레몬."
나는 방울 공을 한 번 더 굴렸다.
딸랑딸랑—
밤의 세상에서. 나는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