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나타난 그림자들
9화: 대학교에 나타난 그림자들
*3일 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설아! 드디어 왔네!”
유진이 강설을 보자마자 달려왔다.
“연락도 없이 사라져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미안해. 할머니가 갑자기 많이 아프셔서…”
강설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백두산에서 돌아온 지 하루밖에 안 됐지만,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이상하게 어색했다.
“할머니는 괜찮아지셨어?”
“응, 다행히 많이 좋아지셨어.”
강설은 백두산에서 일어난 일들을 떠올렸다. 무극과의 대결, 조화 만다라의 완성, 그리고 린과의 그 순간들…
“왜 그래? 얼굴이 빨개졌어.”
“아, 아니야. 그냥 좀 피곤해서.”
“그럼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어. 내일부터 중간고사 준비해야 하잖아.”
중간고사. 강설은 그제야 자신이 아직 대학생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세상을 구하는 모험을 다니다가 갑자기 시험 공부를 해야 한다니, 현실이 참 복잡했다.
“맞다, 중간고사…”
“너 정말 괜찮아?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
유진이 걱정스럽게 강설을 바라봤다.
“예전보다 더… 성숙해진 느낌이야.”
틀린 말이 아니었다. 백두산에서의 경험을 통해 강설은 많은 것을 깨달았다. 무극과의 대화, 진정한 만다라의 의미,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일들.
“그냥 좀 더 생각이 많아졌나봐.”
“요즘 너 정말 이상해. 혹시 남자친구 생긴 거 맞지?”
강설이 또 얼굴이 빨개졌다. 린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아니라니까!”
“봐! 또 얼굴 빨개져!”
유진이 신나서 놀렸다.
그때 강설의 휴대폰이 울렸다. 문자 메시지였다.
[린: 오늘 오후 3시에 학교 앞 카페에서 만날 수 있어? 중요한 얘기가 있어.]
[강설: 무슨 일이에요?]
[린: 혼돈교단 관련해서.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할게.]
강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뭐야? 누구 문자?”
“어… 그냥 선배요.”
“선배? 혹시 그 사람?”
유진이 눈을 반짝였다.
“나중에 소개시켜줘!”
-----
*오후 3시, 학교 앞 카페 ‘블루문’*
린이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표정이 심각했다.
“무슨 일이에요?”
강설이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좋지 않은 소식이야.”
린이 태블릿을 꺼내서 보여줬다. 화면에는 여러 뉴스 기사들이 떠 있었다.
“전국 각지 대학교서 이상 현상 발생… 학생들 집단 실신…”
“부산대, 연세대, 고려대 등에서 동시다발적 사건…”
“정체불명의 한파로 강의실 전체 얼어붙어…”
강설이 기사를 읽으며 놀랐다.
“이게 다 혼돈교단 소행이에요?”
“그런 것 같아. 패턴이 너무 비슷해.”
린이 설명했다.
“모두 대학교를 타겟으로 하고 있고, 젊은 학생들을 노리고 있어.”
“왜 하필 대학생들을?”
“아마도 너를 노린 거 같아.”
린의 표정이 더욱 심각해졌다.
“네가 대학생이니까, 너와 비슷한 또래들을 공격해서 네 마음을 흔들려는 거야.”
“그럼 여기 우리 학교도 위험한 건가요?”
“그럴 가능성이 높아. 특히 네가 다니는 학교니까 더욱.”
린이 주변을 살펴보며 말했다.
“사실 이미 이상한 징조들이 보이고 있어.”
“어떤 징조요?”
“오늘 아침부터 학교 주변 온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 그리고…”
린이 카페 창밖을 가리켰다.
“저기 봐.”
강설이 창밖을 보니, 대학 캠퍼스 곳곳에 검은 새들이 앉아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건 새가 아니라 검은 그림자 같은 것들이었다.
“감시꾼들이야.”
린이 설명했다.
“혼돈교단이 네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어.”
강설은 소름이 돋았다. 평화로워 보이던 캠퍼스가 갑자기 위험한 곳으로 느껴졌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일단 평소대로 생활해. 하지만 절대 혼자 다니지는 마.”
린이 당부했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생기면 즉시 연락해.”
그때 카페 안의 온도가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른 손님들이 추위에 떨기 시작했다.
“벌써 시작됐어.”
린이 일어섰다.
“설아, 내 뒤에 서.”
카페 입구로 검은 후드를 쓴 인물들이 들어왔다. 총 3명이었고, 각자 손에서 검은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프로스트 만다라의 계승자여.”
그들 중 하나가 말했다.
“무극님께서 전언이 있다.”
“뭔데요?”
강설이 앞으로 나섰다.
“백두산에서 보여준 조화의 힘… 흥미롭더라.”
“그래서?”
“다른 성역들도 그런 식으로 정화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다고 하시더군.”
후드 인물이 손을 들어올리자, 카페 안의 다른 손님들이 모두 얼어붙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얼음 조각상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을 놔줘요!”
“조화의 힘으로 이들도 구해보시지.”
후드 인물이 비웃었다.
“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을 걸? 5분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이들은 영원히 얼어붙은 채로 남게 될 거야.”
강설이 당황했다. 백두산에서처럼 천천히 조화 만다라를 만들 시간이 없었다.
“설아, 침착해.”
린이 옆에서 말했다.
“네가 할 수 있어. 조화는 마음에서 나오는 거잖아.”
강설이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백두산에서 느꼈던 그 평화로운 감정을 떠올렸다.
“프로스트 만다라: 따뜻한 품!”
이번에는 조화 만다라가 아니라 치유 만다라를 만들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빛이 카페 안을 감쌌다.
얼어붙었던 손님들이 서서히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흥미롭군. 역시 무극님 말씀이 맞았어.”
후드 인물들이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해. 더 큰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그들이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말했다.
“내일 오후 2시, 대학교 중앙 도서관. 진짜 게임이 시작될 거야.”
-----
*그날 밤, 강설의 기숙사*
“정말 괜찮은 거야? 오늘 하루 종일 이상했어.”
유진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니야, 괜찮아.”
강설이 대답했지만 사실 마음이 무거웠다. 내일 중앙도서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걱정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반 학생들이 위험에 빠질까 봐 두려웠다.
휴대폰이 울렸다. 린이었다.
[린: 내일 도서관 일, 혼자 가면 안 돼. 설화회 멤버들과 함께 갈 거야.]
[강설: 하지만 일반 학생들이 다칠 수도…]
[린: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해. 우리가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잖아.]
[린: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강설은 그 메시지를 보며 조금 안심했다. 린이 있으면 무슨 일이 생겨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설: 고마워요. 내일 봐요.]
[린: 잘 자. 내일을 위해 푹 쉬어.]
-----
*다음날 오전 10시, 컴퓨터공학과 강의실*
“데이터베이스 설계 과제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교수님이 말했지만, 강설은 집중할 수 없었다. 계속 시계를 보며 오후 2시를 걱정하고 있었다.
“강설 학생, 준비됐나요?”
“네? 아, 네!”
강설이 당황하며 앞으로 나갔다. 다행히 과제는 미리 준비해둔 것이 있었다.
“제가 설계한 데이터베이스는 학교 도서관 관리 시스템입니다.”
발표를 하면서도 계속 도서관 생각이 났다. 몇 시간 후면 그곳에서 또 다른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질문 있나요?”
“강설아, 보안 부분은 어떻게 처리했어?”
민수라는 동기가 물었다.
“보안…”
강설이 대답하려는 순간, 강의실 창문에 검은 그림자가 지나갔다. 혼돈교단의 감시꾼이었다.
“보안은… 다중 인증 시스템을 사용했습니다.”
어떻게든 발표를 마쳤지만, 강설의 마음은 이미 도서관에 가 있었다.
-----
*오후 1시 30분, 중앙도서관 앞*
강설이 도서관 앞에 도착했을 때, 린과 민혜, 서연이 이미 와 있었다.
“일찍 왔네.”
린이 미소지었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학생들은 어떻게 해요?”
강설이 물었다. 도서관에는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었다.
“최대한 피해를 줄이도록 노력해야지.”
민혜 선배가 말했다.
“만약 상황이 심각해지면 화재 경보를 울려서 대피시킬 거야.”
“하지만 그럼 너무 눈에 띄잖아.”
서연이 걱정했다.
“어쩔 수 없어. 사람들의 안전이 먼저야.”
린이 단호하게 말했다.
시계가 2시를 가리켰다.
갑자기 도서관 주변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추위에 떨기 시작했다.
“시작됐어.”
도서관 1층부터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연기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으아아악!”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린이 외쳤다.
“화재 경보!”
서연이 재빨리 화재 경보 버튼을 눌렀다. 도서관 전체에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학생들이 모두 대피한 후, 네 사람이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다.
1층 로비에는 거대한 얼음 괴물이 서 있었다. 높이가 3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고, 눈에서는 붉은 빛이 나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크기가 다르네.”
민혜 선배가 중얼거렸다.
“무극이 직접 만든 건 같아.”
그때 괴물이 입을 열어 말했다.
“프로스트 만다라의 계승자여!”
목소리는 무극의 것이었다.
“백두산에서 보여준 조화의 힘, 정말 인상적이었다.”
“무극!”
강설이 앞으로 나섰다.
“왜 무고한 학생들을 위협하는 거예요?”
“위협? 아니야. 시험이지.”
괴물의 눈이 더욱 붉게 빛났다.
“진정한 조화라면 이 정도 상황에서도 해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이건 공정하지 않아요!”
“세상이 언제 공정했던 적이 있나?”
무극의 웃음소리가 도서관에 울려 퍼졌다.
“힘을 보여봐라. 네가 말하는 조화의 힘을!”
거대한 괴물이 강설을 향해 돌진해왔다.
이번 싸움은 지금까지 중 가장 어려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