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순간
*중앙도서관 1층, 오후 2시 15분*
거대한 얼음 괴물이 강설을 향해 돌진해오는 순간, 시간이 느려지는 것 같았다.
‘침착해. 백두산에서 배운 걸 기억해.’
강설이 두 손을 앞으로 뻗으며 조화 만다라를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괴물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위험해!”
린이 강설 앞으로 뛰어들며 얼음 궤적으로 방어벽을 만들었다. 하지만 괴물의 주먹이 방어벽을 산산조각 냈다.
“으아악!”
린이 벽에 부딪치며 쓰러졌다.
“린!”
강설이 비명을 지렸다. 분노가 치솟으면서 손끝에서 강력한 서리가 분출됐다.
“감히!”
하지만 그 순간, 덴진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분노로는 진정한 조화를 이룰 수 없다.’
강설이 마음을 가라앉혔다. 분노 대신 린에 대한 걱정과 사랑의 마음을 떠올렸다.
“프로스트 만다라: 보호의 빛!”
이번에는 공격용이 아니라 보호용 만다라였다. 부드럽지만 강력한 빛이 린을 감쌌다.
“좋아!”
민혜 선배와 서연이 동시에 공격했다. 얼음꽃과 얼음검이 괴물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괴물은 쉽게 막아냈다.
“크하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무극의 목소리가 괴물을 통해 들렸다.
“진정한 시험은 지금부터야!”
갑자기 도서관 2층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으아아악! 도와주세요!”
강설이 위를 올려다봤다. 분명히 모든 학생들이 대피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몇 명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학생들이 아직 있어!”
“함정이야!”
린이 일어서며 말했다.
“무극이 일부러 학생들을 숨겨둔 거야!”
괴물이 계단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층의 학생들을 노리는 것 같았다.
“선택해봐라!”
무극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를 막을 것인가, 아니면 학생들을 구할 것인가?”
강설이 딜레마에 빠졌다. 괴물을 막으려면 모든 힘을 집중해야 했다. 하지만 그러면 위층의 학생들을 구할 수 없었다.
“둘 다 하면 돼!”
강설이 외쳤다.
“민혜 선배, 서연이! 학생들을 구해주세요!”
“하지만 너 혼자서는…”
“괜찮아요!”
강설이 결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린이 도와줄 거예요!”
린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아, 나는 부상을…”
“괜찮아요. 우리 함께라면 할 수 있어요.”
강설이 린의 손을 잡았다.
“조화 만다라는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어요. 누군가와 함께해야 해요.”
린의 눈에 감동이 스며들었다.
“알겠어. 함께 하자.”
민혜와 서연이 2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강설과 린이 괴물 앞에 섰다.
“둘이서 나를 상대하겠다고?”
무극이 비웃었다.
“흥미롭군!”
괴물이 두 사람을 향해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던졌다.
“같이!”
강설과 린이 동시에 손을 들어올렸다.
린의 우아한 얼음 궤적과 강설의 신성한 만다라가 공중에서 만났다. 두 힘이 합쳐지자,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합성 만다라가 완성됐다.
“합성 만다라: 조화의 방패!”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만다라에 부딪치자, 파괴되지 않고 아름다운 얼음꽃으로 변했다.
“뭐야, 저게?”
무극이 당황했다.
“공격을 방어하는 게 아니라 변화시키고 있어!”
“이게 진짜 조화예요.”
강설이 자신 있게 말했다.
“파괴하는 게 아니라 변화시키는 거예요.”
괴물이 더 강한 공격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 순간, 위층에서 민혜의 목소리가 들렸다.
“학생들 구조 완료!”
“좋아!”
이제 강설은 마음 놓고 싸울 수 있었다.
“린, 준비됐어요?”
“언제든지!”
두 사람이 다시 손을 맞잡았다. 이번에는 더 큰 만다라를 만들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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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도서관 밖*
“저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도서관이 완전히 얼어붙었네!”
대피한 학생들이 멀리서 바라보며 웅성거렸다.
“누가 저런 걸 만들 수 있는 거야?”
“혹시 영화 촬영인가?”
유진도 그 중에 있었다. 그녀는 강설이 걱정돼서 도서관 앞까지 왔던 것이다.
“설아… 혹시 안에 있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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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1층*
“합성 만다라: 정화의 폭풍!”
강설과 린의 최대 합격기가 완성됐다. 도서관 전체를 감쌀 정도로 거대한 만다라였다.
만다라에서 나오는 빛이 괴물을 감쌌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격하지 않았다. 대신 괴물 안에 숨어있던 무극의 분노와 고통을 정화하기 시작했다.
“이건… 뭐야?”
무극의 목소리에 당황이 묻어났다.
“내 분노가… 사라지고 있어?”
“분노를 없애는 게 아니에요.”
강설이 평온하게 말했다.
“치유하고 있는 거예요.”
만다라의 빛이 점점 따뜻해졌다. 괴물의 검은 얼음이 투명한 얼음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무극의 진짜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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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극의 내면세계*
강설의 의식이 무극의 마음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그녀가 본 것은 상처받은 소년이었다.
어린 무극이 혼자서 울고 있었다.
“왜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을까?”
“왜 세상은 이렇게 불공평할까?”
“내가 뭘 잘못했다고…”
강설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안녕.”
어린 무극이 고개를 들었다.
“누구야?”
“널 이해하려는 사람이야.”
강설이 무극 옆에 앉았다.
“많이 아팠겠구나.”
“넌… 나를 미워하지 않아?”
“왜 미워해? 넌 그냥 상처받은 아이일 뿐이야.”
강설이 무극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 혼자가 아니야. 내가 있잖아.”
어린 무극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정말… 내 곁에 있어줄 거야?”
“응. 약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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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도서관*
괴물이 완전히 변화했다. 검은 얼음 괴물이 아니라, 아름다운 얼음 조각상이 됐다.
그리고 그 조각상에서 진짜 무극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대적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무극이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100년 만에 처음으로… 평화로워.”
“이제 알겠어요?”
강설이 미소지었다.
“조화가 뭔지.”
“그래… 이게 조화구나.”
무극도 처음으로 진심어린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강설아.”
“이제 함께 해주실 거예요?”
“함께라…”
무극이 잠시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말하는 세상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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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후, 도서관 앞*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거야?”
학생들이 의아해하며 도서관을 바라봤다. 얼어붙었던 건물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난방 고장이었다고 하네.”
“그래도 이상했어. 갑자기 그렇게 추워지다니.”
유진이 강설을 찾아 헤맸다.
“설아 어디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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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옥상*
“정말 괜찮은 건가?”
린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무극이 그들과 함께 서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검은 옷 대신 평범한 코트를 입고 있었다.
“처음이라 어색하지만… 나쁘지 않네.”
무극이 솔직하게 말했다.
“100년 만에 누군가와 함께 있는 기분이야.”
“혼돈교단은 어떻게 할 거예요?”
강설이 물었다.
“해산시킬 거야. 이제 필요 없으니까.”
무극이 결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대신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싶어.”
“새로운 조직이요?”
“설화회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조직. 진짜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린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물론 시간이 걸릴 거야. 100년간 쌓인 원한을 하루아침에 풀 수는 없으니까.”
무극이 강설을 바라봤다.
“하지만 네가 보여준 길을 따라가보고 싶어.”
“고마워요.”
강설이 감동했다.
“함께 하면 정말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할머니였다.
“여보세요, 할머니.”
설아, 무극이 정말로 마음을 바꾼 거니?
“네! 어떻게 아세요?”
전 세계 성역에서 이상한 신호가 감지되고 있어. 혼돈의 기운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강설이 무극을 바라봤다.
“혼돈교단을 해산시키니까 그런가 봐요.”
그럼 이제 성역 순례가 더 쉬워질 거야. 방해꾼이 없으니까.
“그런데 할머니, 다음 성역은 언제 가요?”
일단 이번 일을 정리하고 나서. 무극도 함께 간다고 하니까, 계획을 다시 세워야겠어.
무극이 함께 간다고? 강설이 놀라서 무극을 바라봤다.
“저와 함께 성역을 다녀줄 거예요?”
“당연하지. 내 과거의 상처들도 치유해야 하니까.”
무극이 미소지었다.
“그리고… 네가 혼자 다니기에는 아직 위험해.”
린이 약간 질투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도 함께 가는데요.”
“물론 너도 함께 가야지. 우리 셋이 함께.”
강설이 웃었다.
해가 지면서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들었다.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정말 평화로운 눈이었다.
“이제 진짜 새로운 시작이네요.”
강설이 중얼거렸다.
“그래. 새로운 시작이야.”
무극도 동의했다.
“조화로운 세상을 향한 첫걸음.”
세 사람이 함께 석양을 바라봤다. 앞으로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함께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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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강설의 기숙사*
“오늘 정말 이상한 하루였어.”
유진이 말했다.
“도서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그냥… 난방 고장이었대.”
강설이 대충 둘러댔다.
“그런데 넌 오늘 어디 있었어? 도서관에서 못 봤는데?”
“어… 급한 일이 있어서 밖에 나가 있었어.”
“혹시 그 선배 만난 거야?”
유진이 눈을 반짝였다.
“이제 확실해. 넌 분명히 남자친구 생긴 거야!”
강설이 얼굴이 빨개졌다. 린뿐만 아니라 이제 무극까지 함께 다니게 됐으니, 유진한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아니라니까!”
“그럼 언제 소개시켜줄 거야?”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강설은 언젠가는 유진에게도 진실을 말해야 할 때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했다.
휴대폰에 메시지가 왔다.
[린: 오늘 정말 고생했어. 잘 자.]
[무극: 고마워, 강설아. 내일부터 새로운 삶을 시작해보겠어.]
강설이 두 메시지를 보며 미소지었다.
이제 정말로 새로운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