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첫 번째 파트너 - 린

11화: 첫 번째 파트너 - 린

by 시더로즈




1주일 후, 설화회 서울 지부



"히말라야 성역으로 가기 전에 한 가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어."

설악이 회의실에서 말했다. 강설, 린,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무극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무슨 일인가요?"

강설이 물었다.

"무극의 공식적인 신분 문제야."

설악이 무극을 바라봤다.

"100년 동안 혼돈교단 교주로 살아온 사람이 갑자기 설화회에 합류한다고 하면, 다른 지부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야."

무극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일이지. 나라도 의심스러울 거야."

"그래서 신뢰를 쌓는 과정이 필요해."

할머니가 말했다.

"작은 미션부터 시작해서 점차 입증해 나가는 거야."

"어떤 미션이요?"

린이 물었다.

"부산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어."

설악이 파일을 꺼냈다.

"해운대 해변에 계속해서 얼음 조각들이 떠내려오고 있어. 며칠째 계속 되고 있는데, 원인을 찾을 수 없대."

"혼돈교단 잔당의 소행일까요?"

강설이 추측했다.

"그럴 가능성이 높아."

무극이 말했다.

"내가 교단을 해산시켰지만, 일부는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어."

"그럼 우리 셋이 가서 해결하면 되겠네요."

강설이 말했지만, 설악이 손을 들었다.

"잠깐. 이번 미션은 조금 특별해."

"특별하다고요?"

"강설이는 빠져."

"네?"

강설이 놀랐다.

"왜요?"

"네가 너무 앞서가고 있어."

할머니가 설명했다.

"프로스트 만다라의 힘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그만큼 위험도 커지고 있어."

"무슨 뜻인지..."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

설악이 지적했다.

"백두산에서도, 도서관에서도 네가 중심이 되어서 해결했지만, 그건 건강한 방법이 아니야."

"진정한 조화는 혼자서 이룰 수 없어."

할머니가 덧붙였다.

"다른 사람들과의 진정한 파트너십을 배워야 해."

강설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저는 뭘 해야 하나요?"

"린과 함께 특별 훈련을 받는 거야."

설악이 미소지었다.

"파트너십 훈련."

같은 시간, 한강공원

"파트너십 훈련이라니..."

강설이 중얼거렸다.

린과 둘이서 한강변을 걸으며 얘기하고 있었다.

"어색하지?"

린이 웃으며 물었다.

"갑자기 둘이서만 훈련하라고 하니까."

"조금요."

강설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지금까지는 혼자서 하는 게 익숙했는데..."

"나도 그래."

린이 공감했다.

"피겨스케이팅도 혼자 하는 스포츠였거든. 다른 사람과 호흡을 맞춘다는 게 쉽지 않아."

두 사람이 벤치에 앉았다. 한강이 평화롭게 흐르고 있었다.

"린은 언제부터 저와 파트너가 되고 싶었어요?"

강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린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네가 카페에서 처음 만다라를 만들 때, 뭔가 특별하다는 걸 느꼈어."

"특별하다고요?"

"응. 다른 사람들은 능력을 쓸 때 경계심이나 두려움을 가지거든. 하지만 넌 순수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돕고 싶어 했어."

린이 강설을 바라봤다.

"그런 네가 좋았어."

강설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부끄러워요."

"왜 부끄러워해? 사실인걸."

린이 웃었다.

"그런데 설아,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

"궁금한 거요?"

"내 과거라든지, 왜 피겨스케이팅을 그만뒀는지라든지."

강설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궁금하긴 하지만... 린이 말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릴게요."

"정말?"

"네. 저도 아직 말하지 못한 것들이 많아요."

강설이 솔직하게 말했다.

"유진한테도, 부모님한테도 아직 아무 말 못 했어요."

"힘들지?"

"가끔요. 거짓말하는 것 같아서."

린이 강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언젠가는 말할 수 있을 거야. 시간이 필요할 뿐이야."

"고마워요."

두 사람이 잠시 조용히 앉아 있었다. 편안한 침묵이었다.

"그럼 이제 진짜 훈련 시작할까?"

린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은 뭘 배워요?"

"진정한 합성 만다라."

린의 눈이 진지해졌다.

"지금까지 우린 그냥 능력을 합친 것뿐이야. 하지만 진짜 합성 만다라는 마음을 합치는 거야."

"마음을 합친다고요?"

"그래. 서로의 감정과 의도를 완전히 공유하는 거지."

린이 시범을 보였다.

"일단 손을 잡아."

강설이 린의 손을 잡았다. 순간 이상한 감각이 들었다. 린의 마음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따뜻하고... 든든해.'

"느껴져?"

린이 물었다.

"네. 신기해요."

"이게 시작이야. 이제 더 깊이 들어가보자."

30분 후

"와..."

강설이 감탄했다.

린과 함께 만든 합성 만다라가 공중에서 빛나고 있었다. 지금까지 만든 것 중 가장 아름다웠다.

"이게 진짜 합성 만다라구나."

"그래. 두 사람의 마음이 완전히 하나가 될 때 만들어지는 거야."

린이 만족스러워했다.

"정말 빨리 배우네. 보통 몇 달은 걸리는데."

"린이 잘 가르쳐줘서요."

"아니야. 네가 특별한 거야."

그때 갑자기 한강 위로 검은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뭐지?"

두 사람이 긴장했다.

강물에서 거대한 검은 손이 나타났다. 누군가가 물속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혼돈교단!"

물에서 나타난 것은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 같은 존재였다. 키가 2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다.

"프로스트 만다라의 계승자여!"

기사가 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

"무극의 배신자! 교주를 배신한 죄를 치르라!"

"무극을 배신자라고?"

강설이 화가 났다.

"무극은 더 나은 길을 선택한 거예요!"

"흥! 조화 따위는 약자의 변명에 불과하다!"

검은 기사가 거대한 얼음 검을 뽑았다.

"진짜 힘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

기사가 검을 휘두르자 강력한 검은 얼음 파도가 두 사람을 향해 몰려왔다.

"위험해!"

린이 강설을 안고 옆으로 굴렀다.

"고마워요!"

"이번엔 우리 둘이서 해보자."

린이 일어서며 말했다.

"방금 배운 진짜 합성 만다라로."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어. 우리니까."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마음을 집중했다. 서로의 감정이 완전히 연결되는 것을 느꼈다.

린의 우아함과 강설의 순수함이 만나 새로운 힘을 만들어냈다.

"합성 만다라: 순수한 우아함!"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만다라가 완성됐다. 우아한 곡선과 순수한 빛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

"뭐야, 저 빛은?"

검은 기사가 당황했다.

만다라의 빛이 기사에게 닿자, 그의 검은 갑옷이 서서히 벗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평범한 중년 남자가 나타났다.

"어? 나는... 뭘 하고 있던 거지?"

남자가 혼란스러워했다.

"아... 맞다. 나는 혼돈교단에 조종당하고 있었구나."

"조종당했다고요?"

강설이 놀랐다.

"네. 제 의지와 상관없이... 미안합니다."

남자가 깊숙이 인사했다.

"혼돈교단의 잔당들이 무고한 사람들을 조종하고 있는 거구나."

린이 깨달았다.

"그럼 부산 쪽도..."

"아마 비슷한 상황일 거예요."

강설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무극이랑 민혜 선배가 위험할 수도..."

같은 시간, 부산 해운대

"이상하다."

무극이 해변을 걸으며 중얼거렸다.

"분명히 혼돈의 기운이 있는데, 적이 보이지 않아."

"혹시 함정일까요?"

민혜가 경계하며 물었다.

"그럴지도. 아니면..."

무극이 갑자기 멈춰 섰다.

"누군가 내 이름을 이용하고 있는 건지도."

바다에서 거대한 파도가 밀려왔다. 하지만 물이 아니라 검은 얼음이었다.

"조심해!"

무극이 민혜를 보호하며 손을 들어올렸다.

"예전 같으면 혼돈으로 맞섰겠지만..."

무극이 미소지었다.

"이제는 다른 방법을 써보자."

"조화의 바람!"

무극의 손에서 새로운 힘이 나왔다. 검은 혼돈이 아니라 회색빛 조화의 힘이었다.

검은 얼음 파도가 회색 바람에 닿자, 아름다운 무지개빛 물보라로 변했다.

"와... 무극님도 조화 만다라를 쓸 수 있게 되셨네요!"

민혜가 감탄했다.

"강설이한테서 배운 거야."

무극이 뿌듯해했다.

"조화라는 게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어."

저녁, 설화회 서울 지부

"둘 다 고생했어."

설악이 강설과 린을 맞이했다.

"진짜 합성 만다라를 완성했다고?"

"네! 린이 잘 가르쳐줘서요."

강설이 대답했다.

"그리고 부산에서는 어떻게 됐어요?"

"무극과 민혜가 잘 해결했어. 무극이 조화의 힘을 쓰더라고."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정말 변했구나."

"그럼 이제 히말라야 갈 준비를 해도 될까요?"

강설이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이제 진짜 파트너십을 배웠으니까."

설악이 승인했다.

"다음 주에 출발하자."

그날 밤, 한강변

강설과 린이 다시 벤치에 앉아 있었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강설이 말했다.

"진짜 파트너가 뭔지 알 것 같아요."

"나도."

린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처음으로 누군가와 마음을 완전히 공유해봤어."

"어떤 기분이었어요?"

"따뜻했어. 그리고... 안전했어."

린이 강설을 바라봤다.

"네가 옆에 있으니까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어."

"저도요."

강설이 웃었다.

"린이 있어서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첫눈이네."

"예뻐요."

"응. 하지만 네가 더 예쁘다."

린의 갑작스러운 말에 강설이 얼굴이 빨개졌다.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왜? 사실인데."

린이 웃으며 강설의 손을 잡았다.

"히말라야에서도 이렇게 함께하자."

"네!"

강설이 환하게 웃었다.

눈이 내리는 한강변에서, 두 사람의 진정한 파트너십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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