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히말라야로 가는 길

히말라야로 가는 길

by 시더로즈









1주일 후, 인천국제공항

"정말 히말라야까지 가는 거야?"

유진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강설이 큰 백팩을 메고 있는 모습을 보며 걱정스러워했다.

"응. 교환학생 프로그램이야."

강설이 거짓말을 했다. 히말라야 성역을 찾으러 간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네팔에서 한 달 정도 있을 거야."

"한 달이나? 중간고사는?"

"교수님께 미리 말씀드렸어. 레포트로 대체하기로 했어."

"너 정말 요즘 이상해."

유진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분명히 뭔가 숨기는 게 있어."

강설이 죄책감을 느꼈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계속 거짓말을 하는 게 괴로웠다.

"미안해, 유진아. 나중에 다 설명해줄게."

"정말? 약속이야?"

"응, 약속해."

두 사람이 포옹했다.

"조심해서 다녀와. 그리고 그 선배한테 잘 보이고!"

유진이 마지막으로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니라니까!"

출국장 안

린과 무극이 이미 와 있었다. 할머니는 며칠 전에 먼저 네팔로 출발했다.

"늦었네."

린이 웃으며 말했다.

"친구한테 작별인사 하느라?"

"응. 거짓말하는 게 너무 힘들어."

강설이 한숨을 쉬었다.

"언젠가는 진실을 말할 수 있을 거야."

무극이 위로했다.

"나도 100년 동안 거짓된 삶을 살았지만, 이제는 진실하게 살고 있잖아."

"고마워요, 무극."

세 사람이 탑승 게이트로 향했다. 카트만두까지는 약 6시간이 걸렸다.

비행기 안

"히말라야 성역에 대해 알려줄 게 있어."

무극이 태블릿을 꺼냈다.

"티베트의 성역은 다른 곳들과는 차원이 달라."

화면에는 히말라야 산맥의 웅장한 사진이 떠 있었다.

"왜요?"

강설이 물었다.

"덴진의 고향이거든. 그가 처음으로 프로스트 만다라를 깨달은 곳이야."

"그럼 가장 중요한 기억이 숨겨져 있겠네요."

"맞아. 그리고 가장 위험한 시험도."

린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무슨 시험이요?"

"마음의 시험."

무극이 설명했다.

"히말라야 성역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면의 두려움과 싸워야 해."

"내면의 두려움요?"

"그래. 네 마음 깊은 곳에 숨겨진 가장 어두운 부분과 마주해야 하지."

강설이 긴장했다. 외부의 적과 싸우는 것보다 자신의 내면과 싸우는 게 더 어려울 것 같았다.

"겁먹지 마."

린이 강설의 손을 잡았다.

"우리가 함께 있잖아."

"맞아.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야."

무극도 격려했다.

"진정한 파트너십을 배웠으니까, 함께 극복할 수 있을 거야."

12시간 후, 네팔 카트만두

공항에서 나오자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히말라야 산맥이 멀리서 보였다.

"와... 정말 웅장해요."

강설이 감탄했다.

"저기 어딘가에 성역이 있는 거죠?"

"그래. 하지만 정확한 위치는 할머니만 알고 있어."

린이 주변을 둘러봤다.

"할머니는 어디 계시지?"

"여기 있다."

뒤에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옆에 낯선 노인이 함께 있었다.

"소개하마. 이분은 텐진 라마님이셔. 티베트 불교의 고승이시지."

"안녕하십니까."

텐진 라마는 70대로 보였지만, 눈빛은 맑고 깊었다.

"프로스트 만다라의 계승자를 드디어 만나게 되었군요."

라마님의 한국어가 유창했다.

"한국어를 하세요?"

"젊었을 때 한국에서 수행한 적이 있지요."

라마님이 미소지었다.

"그리고 덴진 스승님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덴진님을요?"

"제 전생의 스승이셨지요."

강설이 놀랐다.

"그럼 라마님도 환생을..."

"그렇습니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고승들이 환생을 통해 계속 수행을 이어갑니다."

라마님이 강설을 자세히 바라봤다.

"당신에게서 덴진 스승님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역시 진정한 계승자시군요."

카트만두 시내, 게스트하우스

"내일부터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됩니다."

텐진 라마가 지도를 펼쳤다.

"성역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서쪽으로 3일 거리에 있습니다."

"3일이요? 생각보다 멀네요."

린이 말했다.

"성역은 함부로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라마님이 설명했다.

"오직 순수한 마음을 가진 자만이 도달할 수 있지요."

"그럼 우리 모두 갈 수 있을까요?"

강설이 걱정했다.

"걱정 마세요. 당신은 덴진의 환생이고, 이분들은 당신의 진정한 동료들이니까요."

라마님이 무극을 보며 특별히 미소지었다.

"특히 당신. 100년간의 어둠을 벗어나 빛을 선택했으니, 자격이 충분합니다."

무극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자, 이제 모두 푹 쉬세요. 내일부터 힘든 여정이 시작됩니다."

다음날 아침, 히말라야 등반로

"숨이... 차네요."

강설이 헐떡거렸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공기가 희박해져서 숨쉬기가 힘들었다.

"천천히 걸어."

린이 옆에서 강설을 부축했다.

"고산병 걸리면 안 돼."

"저는 괜찮습니다."

무극이 앞서 걸으며 말했다.

"100년 동안 시베리아에서 살아서 추위와 고도에 익숙해요."

"부럽네요."

강설이 웃었다.

3시간을 걸어 올라가니 작은 티베트 사원이 나타났다.

"저기서 점심을 먹고 쉬었다 가겠습니다."

텐진 라마가 말했다.

사원 안은 향 냄새로 가득했다. 불상 앞에서 승려들이 염불을 하고 있었다.

"옴 마니 반메 훔..."

강설이 염불 소리를 들으며 마음이 평온해지는 걸 느꼈다.

"이 사원은 500년 된 곳입니다."

라마님이 설명했다.

"덴진 스승님도 젊은 시절 이곳에서 수행하셨지요."

강설이 사원을 둘러보다가 벽면에 그려진 만다라를 발견했다.

"저게..."

"덴진 스승님이 직접 그리신 만다라입니다."

라마님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강설이 만다라에 다가갔다. 순간 이상한 감각이 들었다. 만다라가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만져봐도 되나요?"

"물론입니다."

강설이 조심스럽게 만다라에 손을 댔다. 그 순간 강렬한 비전이 쏟아졌다.

덴진의 기억

젊은 덴진이 이 사원에서 수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왜 세상에는 고통이 존재하는가?"

"왜 사람들은 서로 상처를 주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덴진이 밤새 명상을 하다가 새벽녘에 깨달음을 얻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고통도, 기쁨도, 생명도, 죽음도."

"그리고 진정한 조화는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덴진이 첫 번째 진정한 만다라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벽면에 남아있는 이 만다라였다.

현재

"설아! 괜찮아?"

린의 목소리에 강설이 정신을 차렸다.

"네, 괜찮아요. 덴진님의 기억을 봤어요."

"무슨 기억?"

"첫 번째 깨달음이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강설이 감동했다.

"이제 조금 더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좋은 징조입니다."

텐진 라마가 말했다.

"성역에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기억들이 깨어날 것입니다."

저녁, 산장

"오늘 하루 정말 힘들었네요."

강설이 침낭에 누워 말했다.

여자들은 한쪽 방에, 남자들은 다른 쪽 방에 묵고 있었다.

"내일은 더 힘들 거야."

할머니가 말했다.

"하지만 이틀만 더 견디면 성역에 도착해."

"할머니, 무서워요."

강설이 솔직하게 말했다.

"내면의 두려움과 싸워야 한다니... 제 안에 뭐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괜찮아."

할머니가 강설을 안아줬다.

"누구나 어두운 면이 있어. 중요한 건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거야."

"받아들인다고요?"

"그래. 부정하지 말고, 도망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지."

할머니의 말에 강설이 조금 마음이 놓였다.

남자들 방

"무극, 너도 내면의 시험을 받을 거야?"

린이 물었다.

"아마도."

무극이 창밖의 별을 보며 말했다.

"100년간 쌓인 죄책감과 마주해야겠지."

"힘들겠네."

"괜찮아. 이미 각오했어."

무극이 미소지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잖아."

린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우리 함께니까."

다음날 저녁, 성역 입구

이틀간의 힘든 등반 끝에, 세 사람과 할머니, 텐진 라마가 성역 입구에 도착했다.

거대한 얼음 동굴이 산 중턱에 뚫려 있었다. 백두산 성역과 비슷했지만 규모가 훨씬 컸다.

"여기가 히말라야 성역입니다."

텐진 라마가 경외심을 담아 말했다.

"1000년 동안 아무도 들어가지 못한 곳이지요."

"왜요?"

강설이 물었다.

"마음이 준비되지 않은 자가 들어가면 미쳐버리거든요."

라마님의 말에 모두가 긴장했다.

"하지만 당신들은 괜찮을 겁니다. 진정한 조화를 배웠으니까요."

"들어가 볼까요?"

강설이 용기를 내어 말했다.

"가자."

린과 무극이 양옆에 섰다.

세 사람이 손을 잡고 동굴로 들어갔다.

동굴 안은 어두웠지만, 강설의 손에서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프로스트 만다라의 빛이었다.

"계속 가자."

깊숙이 들어갈수록 이상한 환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강설에게는 유진이 자신을 비난하는 모습이 보였다.

"넌 거짓말쟁이야! 나를 속였어!"

린에게는 피겨스케이팅 경기에서 넘어지는 자신이 보였다.

"너는 실패자야! 다시는 일어설 수 없어!"

무극에게는 자신이 파괴한 모든 것들이 보였다.

"너는 괴물이야! 용서받을 수 없어!"

세 사람 모두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그때, 서로 잡은 손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혼자가 아니야."

세 사람이 동시에 생각했다.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어."

환영들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굴 끝에 거대한 만다라가 나타났다.

덴진의 두 번째 만다라였다.

- 12화 끝 -

13화 '산신령의 시험'에서 계속...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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