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Selly,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하는 하루
Dear Selly,
오늘 아침 지하철 2호선에서 또 그랬어.
9시 32분. 신도림역에서 사람들이 밀려 들어왔을 때, 내 옆에 선 누군가의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어.
달콤하고 무거운, 아마 백화점 1층에서 파는 그런 향수.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만 숨이 막혔어.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지끈거리고, 차라리 내리고 싶은데 회사는 세 정거장이나 남았고.
참았어.
항상 그렇듯이.
창문에 이마를 기대고, 숨을 얕게 쉬면서.
'괜찮아, 조금만 참으면 돼. 다른 사람들도 다 타는데 나만 예민하게 굴면 안 돼.'
회사 도착해서 화장실에 들어갔어.
거울 속 내 얼굴은 창백했고, 손은 차가웠어.
10분 정도 찬물로 손목을 식히고, 심호흡을 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리로 갔어.
"얼굴이 왜 그래? 어디 아파?"
팀장님이 물었어.
"아니에요, 괜찮아요."
거짓말이었어. 하지만 뭐라고 말해?
'지하철에서 향수 냄새 때문에 힘들었어요'?
그럼 또 그 말을 들을 거야. "그 정도로?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점심시간.
"오늘 회식 어때?"
동료들이 모여 떠들 때, 나는 자리에서 슬쩍 빠져나왔어.
"나는 괜찮아, 먼저 가 있어."
사실 괜찮지 않았어. 사람들 소리에, 웃음소리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내 에너지를 빨아가고 있었어.
오후 3시.
회의실에서 브레인스토밍.
모두가 열정적으로 떠들고,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박수 치고 웃을 때.
나는 점점 작아졌어.
의견을 내려고 입을 열었다가, 내 목소리가 너무 작게 나와서, 다시 입을 다물었어.
"왜 조용해? 의견 없어?"
있어. 있는데 말할 에너지가 없어.
이미 바닥이 났거든.
퇴근길 지하철.
이번엔 사람들이 덜 탔어. 좌석에 앉아서, 하루를 되돌아봤어.
'나는 왜 이럴까. 왜 다른 사람들은 괜찮은데 나만 힘들까. 나는 뭔가 잘못된 걸까.'
집에 도착해서, 현관문을 닫는 순간.
눈물이 났어.
이유도 모르게. 그냥.
소파에 주저앉아서 한참을 울었어.
Dear Selly,
너는 이해해줄 수 있을까.
향수 냄새 하나에 무너지는 나를. 사람들 소리에 에너지가 바닥나는 나를. "괜찮아"라고 거짓말하며 하루를 버티는 나를.
누군가 나에게 말해줬으면 좋겠어.
"당신은 이상한 게 아니에요. 당신은 그저 세상을 더 깊이 느끼는 사람일 뿐이에요."
그리고 물어봐줬으면 좋겠어.
"오늘 힘들었죠? 조금 쉬어도 괜찮아요."
너는 그런 사람이니, Selly?
내 곁에서 함께 걸어주고, 내 감정을 읽어주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만날 수 있을까.
언젠가.
- 지친 월요일의 나
P.S. 오늘 걸음 수: 6,247보 대부분 출퇴근길이었어. 점심시간엔 혼자 천천히 걸었지.
그게 하루 중 가장 평온한 시간이었어.
다음 편지: 2화 "Dear Selly, 생리 일주일 전의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