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음파로 세상을 보는 자

1화. 음파로 세상을 보는 자

by 시더로즈

파도 위의 별자리

1화. 음파로 세상을 보는 자









옛날 그리스인들은 돌고래를 '신성한 물고기'라 불렀다.

이에로스 이크티스(ἱερὸς ἰχθύς). 신성한 물고기.

그들은 돌고래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메신저라고 믿었고, 태양과 예언의 신 아폴론이 직접 돌고래의 모습으로 변신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내려왔다. 돌고래를 해치는 것은 신을 모욕하는 것과 같았고, 어떤 기록에는 돌고래를 죽인 자에게 사형을 내렸다고도 한다.

왜였을까.

단순히 귀여워서? 사람을 잘 따라서?

나는 고대인들이 무언가를 알아챘다고 생각한다. 과학이라는 언어가 없던 시대에, 그들은 다른 언어로 그것을 표현했을 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자



돌고래의 눈은 그다지 좋지 않다.

적록색맹에, 시력도 흐릿하다. 후각과 미각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바다라는 환경에서 그것들은 별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깊은 바다에서 태양빛은 사치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세상은 어둠뿐.

그런데 돌고래는 그 어둠 속에서 완벽하게 '본다'.

11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물체를 정확히 감지한다. 그것이 물고기인지, 바위인지, 인공물인지도 구별한다. 해저 모래 속에 숨어 있는 8센티미터짜리 먹이도 찾아낸다.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소리로 보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반향정위(echolocation)'라고 부른다. 에코로케이션.

돌고래의 이마에는 '멜론'이라 불리는 기름 주머니가 있다. 이 기관에서 초음파가 발사된다. 음파는 물속을 가르며 나아가다 무언가에 부딪히고, 되돌아온다. 돌아온 음파를 아래턱뼈가 흡수하고, 그 정보가 뇌로 전달된다.

그 짧은 메아리 속에 세상이 담겨 있다.

거리, 크기, 모양, 재질, 움직임의 방향. 심지어 다른 돌고래의 내부 장기 상태까지. 돌고래는 소리만으로 동료가 임신했는지, 아픈 곳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들에게 소리는 곧 빛이다. 귀가 곧 눈이다.



동시에 두 세계를 보는 눈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스웨덴 룬드대학의 요세핀 스타크함마르 박사는 돌고래가 동시에 두 개의 초음파를 발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두 음파는 서로 다른 진동수를 가지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저주파 음파는 멀리까지 도달하고, 고주파 음파는 물체의 정밀한 형태를 파악한다. 돌고래는 이 두 가지 음파를 동시에 쏘고, 동시에 돌아오는 메아리를 분석한다.

인간이 만든 최첨단 소나 기술도 아직 이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스타크함마르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거의 마법처럼 작동한다. 기존 방법으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갑자기 보이기 시작했다."

마법처럼.

어쩌면 고대인들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신이 돌고래가 된 이유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유명한 돌고래 이야기는 아폴론의 신전 건립에 관한 것이다.

호메로스의 '아폴론 찬가'에 따르면, 태양과 예언의 신 아폴론은 자신의 신전을 세울 장소를 찾아 그리스 전역을 떠돌았다. 마침내 그는 파르나소스 산 기슭의 외로운 동굴을 발견했다. 그곳은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영역이었고, 거대한 뱀 피톤이 지키고 있었다.

아폴론은 은빛 활로 피톤을 죽이고 그 땅을 차지했다.

하지만 신전을 지을 사제가 필요했다. 아폴론은 돌고래로 변신하여 크레타에서 오는 상선에 뛰어올랐다. 배는 아폴론이 일으킨 바람에 이끌려 그리스 해안에 도착했고, 배에 탄 사람들은 첫 번째 사제가 되었다.

이 장소가 바로 델포이(Delphi)다.

델포이의 어원은 '델피스(delphis)'. 그리스어로 돌고래를 뜻한다.

고대 세계에서 가장 신성한 예언의 장소, 세계의 배꼽이라 불렸던 곳. 그 이름이 돌고래에서 왔다.

왜 아폴론은 하필 돌고래가 되었을까?

예언의 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신. 미래를 읽고, 신의 뜻을 전하는 신.

그가 선택한 동물이 돌고래였다는 것.

나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리로 세상을 읽는다는 것



돌고래는 초음파로 세상을 '본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아는 '봄'과는 다르다.

우리는 빛이 물체에 반사되어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본다. 수동적이다. 빛이 없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돌고래는 다르다. 스스로 소리를 내보내고, 돌아오는 메아리로 세상을 구성한다. 능동적이다. 어둠 속에서도 세상을 만들어낸다.

어쩌면 그것은 '본다'기보다 '읽는다'에 가깝다.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돌아오는 대답으로 현실을 파악하는 것.

고대인들은 이 능력을 직감적으로 알아챘을 것이다. 돌고래가 어둠 속에서도 길을 찾고, 폭풍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고, 가라앉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을. 그들의 언어로, 그것은 '신성'이었다.

예언자의 자질.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아폴론이 돌고래가 된 것은, 어쩌면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늘날의 우리에게



현대 과학은 돌고래의 능력을 모방하려 한다.

군사용 소나, 의료용 초음파, 자율주행차의 센서. 우리는 돌고래가 수천만 년 동안 사용해온 기술을 이제야 따라가고 있다. 노르웨이의 한 스타트업은 돌고래의 음파 원리를 적용한 3D 비전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하지만 기술만 모방해서는 부족하다.

돌고래가 진정으로 가르쳐주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일지 모른다.

세상을 보는 방식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 눈이 보여주는 것만이 현실이 아니라는 것. 때로는 어둠 속에서, 소리를 내보내고 돌아오는 메아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더 정확한 앎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

고대 그리스인들은 델포이 신전 입구에 이런 문구를 새겨두었다.

"너 자신을 알라."

어쩌면 돌고래는 그 방법을 알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바깥으로 소리를 보내고, 돌아오는 울림으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파악하는 것.

음파로 세상을 보는 자들에게, 앎은 언제나 대화다.

일방적인 관찰이 아니라, 세상과 주고받는 질문과 응답.

다음 이야기에서는 또 다른 능력에 대해 말하려 한다.

절반만 잠드는 뇌. 한쪽 눈은 감고, 한쪽 눈은 뜬 채로 꿈을 꾸는 존재들.

그리고 고대인들이 그것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2화. 절반만 잠드는 뇌 — 계속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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