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원이 원을 부른다

by 시더로즈



「원이 원을 부른다」



당신은 이 문양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오래된 책의 페이지 사이에서.

어쩌면 박물관 유리관 너머로.

어쩌면 누군가의 문신으로, 혹은 꿈속에서.


일곱 개의 원이 겹쳐 만들어낸 꽃.


당신은 그것을 보았을 때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마치 아주 오래전에 알았던 것을 다시 만난 듯한, 기시감 같은 것.


그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태초에, 하나의 점이 있었습니다.


점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움직임은 선이 되었습니다.

선은 돌아와 자신과 만났고, 그렇게 첫 번째 원이 태어났습니다.


첫 번째 원은 외로웠습니다.


그래서 원은 자신의 가장자리 위에 또 하나의 점을 찍었고,

그 점에서 두 번째 원이 피어났습니다.


두 원이 겹치는 곳에 눈 모양의 공간이 생겼습니다.

사람들은 훗날 그것을 ‘베시카 파이시스’라 불렀습니다.

물고기의 방광.

혹은 세상의 자궁.


원은 계속 피어났습니다.

셋, 넷, 다섯, 여섯.


그리고 일곱 번째 원이 완성되었을 때,

문양은 꽃이 되었습니다.


그 안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습니다.


세상을 이루는 다섯 가지 형태

정사면체, 정육면체, 정팔면체, 정이십면체, 정십이면체.


생명을 만드는 비율

황금비, 피보나치.


우주를 움직이는 화음

천체의 음악.


그것은 설계도였습니다.

세상이 만들어지기 전에 존재했던, 세상의 청사진.



그러나 완전한 것은 위험했습니다.


문양을 온전히 이해한 자는 세상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치유할 수도, 파괴할 수도 있었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읽고, 운명의 실을 다시 짤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태초의 수호자들은 결정했습니다.

문양을 일곱 조각으로 나누기로.


각 조각은 하나의 원이 되어 세상 곳곳에 심어졌습니다.


수메르의 지구라트 꼭대기에.

이집트의 오시리스 신전 지하에.

히말라야 깊은 곳의 동굴 벽에.

대홍수 이전, 에녹이 걸었던 길 위에.

피타고라스가 밤마다 숫자를 세던 방에.

노반이 나무를 깎아 만든 첫 번째 건물의 대들보에.

다빈치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노트 속에.


그리고 각 조각 곁에는 수호자가 태어났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몰랐습니다.

수천 년의 시간이 그들을 갈라놓았으니까요.


그러나 그들은 꿈속에서 만났습니다.


문양이 부를 때마다.

원이 원을 부를 때마다.




기원전 2100년, 우르.


엔키두아는 지구라트 꼭대기에서 잠들었습니다.


그녀는 열네 살이었고, 신전의 서기관 수습이었습니다.

별을 세는 것이 그녀의 일이었습니다.

오늘 밤 하늘에는 몇 개의 별이 떠 있는지,

어떤 별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점토판에 새기는 것.


그러나 오늘 밤, 그녀는 별 대신 꿈을 보았습니다.


끝없는 사막이었습니다.

모래가 아니라 빛으로 이루어진 사막.

그녀의 발밑에서 원들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하나, 둘, 셋…

원들은 서로 겹치며 꽃을 만들어갔습니다.


그녀의 옆에 누군가 서 있었습니다.


“너도 보여?”


목소리는 이상했습니다.

수메르어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엔키두아는 알아들었습니다.



기원전 1300년, 아비도스.


네페르티는 오시리스의 석관 앞에서 기도하다 잠들었습니다.


그녀는 열여섯 살이었고, 신전의 신관이었습니다.

죽은 자들을 위해 주문을 읊는 것이 그녀의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비밀이 있었습니다.

죽은 자들이 가끔 대답한다는 것.


오늘 밤, 죽은 자 대신 꿈이 대답했습니다.


사막이었습니다.

그녀가 아는 사막과는 달랐습니다.

모래가 빛났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발밑에서 문양이 춤추고 있었습니다.

신전 벽에 새겨진 것과 같은, 그러나 살아있는 문양.


그녀의 옆에 소녀가 서 있었습니다.

이상한 옷을 입은, 별을 세는 눈을 가진 소녀.


“여기가 어디지?”


네페르티가 물었습니다.



기원전 1500년, 히말라야.


아루나는 명상 중에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그는 열두 살이었고, 사원에서 태어나 사원에서 자랐습니다.

버려진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들은 그를 특별하게 대했습니다.

그가 때때로 눈을 감고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그가 본 것은 사막이었습니다.


빛의 사막.

그리고 그 위에 서 있는 두 소녀.


“세 번째가 왔네.”


별을 세는 눈의 소녀가 말했습니다.


아루나는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습니다.

그것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생각이었습니다.


문양 위에서는 모든 언어가 하나였습니다.


그때, 빛 속에서 누군가 걸어왔습니다.



시간 이전, 에덴의 동쪽.


나아마는 할아버지의 금속판을 안고 잠들었습니다.


그녀는 열다섯 살이었고, 에녹의 손녀였습니다.

에녹.

죽지 않고 하늘로 걸어간 남자.


그가 남긴 것은 이야기와, 하나의 금속판뿐이었습니다.


금속판에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일곱 개의 원.


그것을 볼 때마다 나아마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것 같은.


내일이면 비가 옵니다.

삼촌 노아가 만든 배에 올라야 합니다.

세상이 끝납니다.


그래서일까요.

오늘 밤, 꿈이 그녀를 데려갔습니다.


사막이었습니다.

빛으로 된 사막.


그리고 세 개의 그림자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네 번째야.”


누군가 말했습니다.



네 명의 아이가 빛의 사막 위에 섰습니다.


그들의 발밑에서 문양이 빛났습니다.

일곱 개의 원 중 네 개만이 빛나고,

나머지 셋은 아직 어둠 속에 잠겨 있었습니다.


“왜 우리를 부른 거야?”


나아마가 물었습니다.


대답은 땅에서 왔습니다.


모래가 일어났습니다.

아니, 빛이 일어났습니다.

형상을 만들었습니다.


인간도 아니고 신도 아닌,

순수한 기하학.

원들이 겹쳐 만들어낸 형태.


“너희는 조각이다.”


문양이 말했습니다.


“흩어진 나의 조각.”

“각자의 시대에서 나를 지키는 자들.”


“우린 서로 다른 시대에 살고 있어요.”


엔키두아가 말했습니다.


“시간은 원이다.”


문양이 대답했습니다.


“원 위에서는 모든 점이 만난다.”

“여기는 그 만나는 곳이다.”


“나머지 셋은요?”


아루나가 물었습니다.

그의 눈은 어둠 속의 세 원을 보고 있었습니다.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올 것이다.”

“너희가 기억하는 한.”


“우리가 뭘 기억해야 하는데요?”


네페르티가 물었습니다.


문양이 더 밝게 빛났습니다.

너무 밝아서 눈을 뜰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보았습니다.

눈을 감았는데도 보았습니다.


완성된 문양을.

일곱 개의 원이 모두 빛나는 순간을.

그 안에서 피어나는 꽃을.


“이것을.”


문양이 말했습니다.


“원은 원을 부른다.”

“꽃은 반드시 핀다.”

“그날까지, 각자의 조각을 지켜라.”



빛이 사그라들었습니다.

사막이 멀어졌습니다.

아이들의 의식이 각자의 시대로 돌아갔습니다.



기원전 2100년, 우르.


엔키두아가 눈을 떴습니다.

지구라트 꼭대기, 차가운 밤공기.


손바닥에 이상한 자국이 있었습니다.

두 원이 겹친 모양.

물고기의 눈.


잠시 후 사라졌지만, 그녀는 알았습니다.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기원전 1300년, 아비도스.


네페르티가 눈을 떴습니다.

오시리스의 석관 앞, 꺼져가는 횃불.


그녀의 손바닥에도 같은 자국이 희미하게 빛났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들었습니다.


석관 속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을.


“때가 되었구나.”



기원전 1500년, 히말라야.


아루나가 눈을 떴습니다.

스승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그는 사흘 동안 깨어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루나에게 그것은 한순간이었습니다.


그의 손바닥에는 자국이 없었습니다.


대신,

그의 눈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이제 그는

사람들 사이를 연결하는 선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시간 이전, 에덴의 동쪽.


나아마가 눈을 떴습니다.


창밖으로 첫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금속판은 여전히 그녀의 품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양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어둡던 원 하나가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삼촌이 그녀를 불렀습니다.


“나아마, 배에 올라야 한다.”


그녀는 금속판을 가슴에 품고 일어섰습니다.


세상은 끝나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양은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녀가 기억하는 한.

그들이 기억하는 한.


원은 원을 부른다.

꽃은 반드시 핀다.


빗소리가 세상을 덮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