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별을 세는 소녀」

제1화 「별을 세는 소녀」

by 시더로즈


제1화 「별을 세는 소녀」

기원전 2100년, 수메르.


우르의 밤은 별로 만들어졌습니다.

지구라트 꼭대기에 올라서면 세상의 절반이 하늘이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어둠에 잠긴 평원과, 은빛으로 빛나는 유프라테스 강줄기. 그리고 저 멀리, 모래바람 너머로 사라지는 대상들의 횃불.

엔키두아는 매일 밤 이곳에 올랐습니다.

“오늘 밤 하늘에는 몇 개의 별이 있는가.”

그것이 그녀에게 주어진 질문이었습니다.

물론 셀 수 없었습니다. 별은 세기엔 너무 많았습니다. 그러나 신관들은 그녀에게 세라고 했습니다. 세고, 기록하고, 패턴을 찾으라고.

“별들 사이에는 신들의 언어가 숨어 있다.”

대신관 에아나툼의 말이었습니다.

“그 언어를 읽는 자가 우르를 지킨다.”

엔키두아는 열네 살이었고, 고아였습니다. 유프라테스 강가에 버려진 아기. 신전의 여사제가 그녀를 주워 키웠습니다. 이름도 그때 받았습니다. 엔키두아. ‘엔키 신이 이끄는 자’라는 뜻.

그녀에게는 신전이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그날 밤도 다른 밤과 같았습니다.

엔키두아는 지구라트 꼭대기에 앉아 점토판과 갈대 펜을 무릎에 올려놓았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별들이 쏟아질 듯 빛나고 있었습니다.

하나, 둘, 셋…

별을 세기 시작했습니다. 익숙한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밤은 무언가 달랐습니다.

별들이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연결되는 것이었습니다. 별과 별 사이에 희미한 선이 보였습니다. 선들은 서로 엮이며 형태를 만들었습니다.

원.

하늘 가득 원들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엔키두아는 눈을 비볐습니다. 착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눈을 떠도 원들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선명해졌습니다. 하나의 원이 다른 원과 겹치고, 겹쳐진 곳에서 또 다른 원이 피어났습니다.

이게 뭐지?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바람이 불었습니다. 따뜻한 바람. 사막에서 불어오는 바람과는 달랐습니다. 이 바람에는 향기가 있었습니다. 꽃 같기도 하고, 오래된 파피루스 같기도 한 향기.

그리고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보이는구나.”

엔키두아는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지구라트 꼭대기에는 그녀뿐이었습니다.

“아래로 내려가거라.”

목소리가 다시 말했습니다.

“지하 서고로. 네가 찾아야 할 것이 있다.”

“누구세요?”

엔키두아가 물었습니다. 대답은 없었습니다. 바람이 멈추고, 하늘의 원들도 사라졌습니다. 별들은 다시 그냥 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엔키두아의 손은 떨리고 있었습니다.


지하 서고는 금지된 곳이었습니다.

신전의 지하 깊은 곳, 수천 개의 점토판이 잠들어 있는 곳. 오직 대신관과 선택받은 몇몇만이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엔키두아 같은 수습 서기관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장소.

그러나 그녀의 발은 저절로 움직였습니다.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어둠이 그녀를 감쌌습니다. 횃불 하나 없이, 손끝의 감각만으로 벽을 더듬으며 나아갔습니다.

왜 이러는 거지?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알았습니다. 가야 한다는 것을. 무언가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것을.

계단이 끝났습니다.

서고의 문 앞에 섰습니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무거운 문. 평소라면 잠겨 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밤, 문은 열려 있었습니다.

엔키두아는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서고 안은 생각보다 밝았습니다.

어디선가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천장의 틈새로 달빛이 스며드는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무언가.

선반들이 벽을 따라 늘어서 있었습니다. 수천 개의 점토판이 빼곡히 꽂혀 있었습니다. 왕들의 기록, 신들의 찬가, 천문 관측 일지, 계약서, 법률문.

수메르의 모든 지식이 이곳에 잠들어 있었습니다.

엔키두아는 선반 사이를 걸었습니다.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러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무언가가 그녀를 이끌고 있었습니다.

서고의 가장 깊은 곳.

벽에 작은 틈이 있었습니다. 벽돌 하나가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틈. 그 안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엔키두아는 손을 뻗었습니다.

틈 안에 무언가 있었습니다. 차갑고 단단한 것. 그녀는 그것을 꺼냈습니다.

점토판이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점토판들과는 달랐습니다. 이것은 빛나고 있었습니다.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히. 그리고 그 위에는 글자가 아닌 것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원.

일곱 개의 원이 서로 겹쳐 있었습니다. 하늘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문양. 꽃처럼 생긴, 아름다운 기하학.

엔키두아의 손끝이 문양에 닿았습니다.


세상이 사라졌습니다.

아니,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서고에 있지 않았습니다. 빛으로 만들어진 공간 안에 서 있었습니다. 사방이 하얗고, 천장도 바닥도 구분할 수 없는 곳.

그리고 그녀의 앞에 누군가 서 있었습니다.

여자였습니다. 아니, 여자의 형상을 한 무언가였습니다. 윤곽은 인간이었지만, 피부는 빛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눈은 별처럼 빛났습니다.

“오래 기다렸다, 엔키두아.”

존재가 말했습니다.

“당신은 누구예요?”

“나는 이난나의 목소리다.”

이난나. 사랑과 전쟁의 여신. 하늘의 여왕. 엔키두아는 무릎을 꿇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꿇지 않아도 된다.”

존재가 말했습니다.

“네가 나를 부른 것이 아니다. 내가 너를 불렀다.”

“왜요?”

“네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존재가 손을 들었습니다. 빛의 공간에 문양이 나타났습니다. 점토판에 새겨진 것과 같은, 일곱 개의 원.

“이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모르겠어요.”

“이것은 메(Me)다.”

메. 신들의 법칙. 우주를 지배하는 원리. 엔키두아는 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난나가 에아 신에게서 메를 훔쳐왔다는 신화를.

그러나 메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개념. 원리. 규칙.

“메가… 이렇게 생겼나요?”

“메는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존재가 말했습니다.

“이것은 메의 가장 순수한 형태다. 모든 창조의 씨앗. 태초에 존재했던 설계도.”

문양이 천천히 회전했습니다. 원들이 겹치는 곳에서 빛이 피어났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완전하지 않다.”

“완전하지 않다고요?”

“일곱 개의 원 중, 지금 빛나는 것은 하나뿐이다.”

엔키두아는 자세히 보았습니다. 존재의 말이 맞았습니다. 일곱 개의 원 중 하나만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나머지 여섯은 희미하거나 어두웠습니다.

“나머지 원들은 다른 시대, 다른 땅에 흩어져 있다.”

“왜요?”

“완전한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존재가 대답했습니다.

“완전한 문양은 세상을 창조할 수도, 파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나누었다.”

“우리라고요?”

“태초의 수호자들.”

존재의 눈이 더 밝게 빛났습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수호자가 필요하다. 각 조각을 지킬 자들이.”

엔키두아는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부른 이유가 그건가요?”

“너는 볼 수 있다, 엔키두아.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별들 사이의 선을. 문양 속의 노래를.”

“노래요?”

“들어보아라.”

존재가 말했습니다.

엔키두아는 귀를 기울였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무언가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웅웅거리는 소리였습니다. 낮고 깊은, 세상의 바닥에서 울려오는 것 같은 소리. 그것은 점점 커지며 화음이 되었습니다. 하나의 음이 아니라 여러 음이 겹쳐진 화음.

그리고 그녀는 알았습니다.

이것은 원들이 내는 소리였습니다. 원들이 서로 만나며 만들어내는 진동. 우주의 맥박.

“들려요.”

엔키두아가 속삭였습니다.

“그래서 네가 선택받았다.”

존재가 말했습니다.

“첫 번째 원의 수호자로

빛이 사그라들었습니다.

엔키두아는 다시 서고 안에 서 있었습니다. 손에는 여전히 점토판이 들려 있었습니다. 문양은 더 이상 빛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 들리지 않는 소리의 떨림.

“수호자…”

그녀가 중얼거렸습니다.

그때, 서고 입구에서 빛이 비쳤습니다. 횃불의 빛. 누군가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거기 누구냐?”

대신관 에아나툼의 목소리였습니다.

엔키두아는 재빨리 점토판을 옷 속에 숨겼습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습니다. 금지된 서고에 무단 침입한 것. 발각되면 신전에서 쫓겨날 수도 있었습니다.

대신관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횃불을 든 그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 빛났습니다. 그는 엔키두아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는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가 왔구나.”

“대신관님…?”

“기다리고 있었다.”

에아나툼이 말했습니다. 그의 눈이 엔키두아의 옷 속, 점토판이 숨겨진 곳을 응시했습니다.

“그것을 찾았구나. 별을 세는 소녀.”



서고의 깊은 곳에서, 대신관과 소녀가 마주 앉았습니다.

횃불이 두 사람 사이에서 타올랐습니다. 엔키두아는 점토판을 내려놓았습니다. 문양이 희미한 불빛에 반사되어 일렁였습니다.

“이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대신관이 물었습니다.

“메라고… 들었습니다.”

“누구에게?”

엔키두아는 망설였습니다. 이난나의 환영을 보았다고 말해도 될까요. 믿어줄까요.

“말해도 된다.”

에아나툼이 말했습니다.

“나도 보았으니까.”

“대신관님도요?”

“오래전에.”

노인이 눈을 감았습니다.

“나도 너처럼, 별을 세다가 원을 보았다. 그리고 이 점토판을 찾았지. 오십 년 전의 일이다.”

“그럼 대신관님이 수호자인 건가요?”

“아니.”

에아나툼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나는 보기만 했다. 듣지는 못했다.”

그가 엔키두아를 바라보았습니다.

“너는 들었지?”

엔키두아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소리가… 노래처럼 들렸어요.”

“그래서 네가 선택받은 것이다.”

대신관이 말했습니다.

“나는 오십 년 동안 기다렸다. 문양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자가 나타나기를. 그리고 마침내 네가 왔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지켜야 한다.”

에아나툼이 점토판을 가리켰습니다.

“이 조각을. 그리고 그 안의 지식을.”

“지식이요?”

“문양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그 안에는 우주의 비밀이 담겨 있다. 만물의 구조, 생명의 원리, 시간의 흐름… 네가 노래를 들을 수 있다면, 언젠가 그 비밀을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대신관이 일어섰습니다.

“그러나 조심해야 한다. 이 문양을 탐하는 자들이 있다.”

“누구요?”

“그림자 직조자들.”

에아나툼의 목소리가 낮아졌습니다.

“그들은 불완전한 문양의 힘을 사용하려는 자들이다. 여섯 개의 원만으로 세상을 지배하려고 하지. 그들이 이 조각을 손에 넣는다면…”

“어떻게 되는 건데요?”

“세상의 균형이 무너진다.”

대신관이 말했습니다.

“일곱 개의 원은 완전한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여섯 개의 원은… 찢어진 천과 같다. 세상에 구멍을 만든다.”

엔키두아는 점토판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아름다운 문양. 그 안에 그토록 무거운 비밀이 담겨 있다니.

“저 혼자서… 할 수 있을까요?”

“혼자가 아니다.”

에아나툼이 미소 지었습니다.

“다른 시대에, 다른 수호자들이 있다. 너는 꿈에서 그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녀는 기억했습니다. 빛의 사막. 그곳에서 만났던 세 개의 그림자.

“만났어요. 이미.”

“그래, 문양이 너희를 연결한 것이다.”

대신관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시간은 원이니까. 원 위에서는 모든 점이 만난다.”


그날 밤, 엔키두아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점토판은 옷 속에 숨긴 채로. 작은 창으로 별빛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그녀는 점토판을 꺼내 달빛 아래 놓았습니다.

문양이 희미하게 빛났습니다.

그리고 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속삭임처럼 작았습니다. 그러나 점점 커졌습니다. 원들이 부르는 노래. 태초의 멜로디.

엔키두아는 눈을 감았습니다.

꿈이 그녀를 데려갔습니다.

빛의 사막이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세 개의 그림자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집트의 소녀 네페르티.

인도의 소년 아루나.

시간 이전의 소녀 나아마.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습니다.

아직 서로의 이야기를 모릅니다.

아직 서로의 시련을 모릅니다.

그러나 알고 있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문양이 그들 발밑에서 빛났습니다.

네 개의 원이 조금 더 밝아졌습니다.

“일곱 중 넷.”

문양이 속삭였습니다.

“아직 셋이 남았다.”

“그러나 괜찮다.”

“원은 원을 부른다.”

“꽃은 반드시 핀다.”


우르의 밤이 깊어갔습니다.

지구라트 꼭대기에서, 별들이 여전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엔키두아는 알았습니다.

별들 사이에는 선이 있다는 것을.

선들은 원을 만든다는 것을.

원들은 노래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노래를 듣는 자가 있다는 것을.

수천 년의 시간을 건너,

서로 다른 하늘 아래에서.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