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가라앉는 것을 건져올리는 자들

가라앉는 것을 건져올리는 자들

by 시더로즈






아리온이라는 시인이 있었어.

기원전 600년쯤, 그리스의 레스보스 섬에서 태어난 사람이야. 그는 리라를 연주하며 노래했고, 그 시대 최고의 음악가로 불렸어. 코린토스의 왕 페리안드로스가 그를 초대해서 궁정에서 살게 했을 정도였지.

어느 날, 아리온은 시칠리아에서 열리는 음악 대회에 참가했어.

당연히 우승했지. 상금으로 은화가 가득 든 자루를 받았어. 그는 그 보물을 들고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어.

문제는 배의 선원들이었어.

그들은 아리온의 보물을 탐냈고, 바다 한가운데서 그를 죽이기로 했어.

"죽여야겠소."

선장이 말했어. 아리온은 둘러싼 선원들을 바라봤어. 칼을 든 자도 있었고, 몽둥이를 든 자도 있었어.

"보물을 가져가시오. 내 목숨만 살려주시오."

아리온이 말했어. 하지만 선장은 고개를 저었어.

"시체는 말이 없지. 당신을 살려두면 코린토스에 도착해서 우리를 고발할 테니."

아리온은 알았어. 이 배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없다는 것을.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노래 한 곡만 부르게 해주시오."


선원들은 서로를 바라봤어. 이 남자의 노래가 얼마나 대단한지 소문으로 들었거든. 죽기 전에 한번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들은 허락했어.

아리온은 리라를 들었어.


그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 아폴론 신에게 바치는 노래를. 바다와 하늘과 별에 대한 노래를.

그의 목소리가 바다 위로 퍼져나갔어.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


배 주위로 돌고래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거야. 한 마리, 두 마리, 수십 마리. 그들은 배 옆을 헤엄치며 물 위로 뛰어오르고, 마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것 같았어.

노래가 끝났어.

아리온은 리라를 내려놓고 뱃전 위에 섰어. 그리고 바다로 뛰어내렸어.

선원들은 그가 가라앉는 것을 지켜봤어. 배는 계속 항해했어. 끝난 줄 알았지.

하지만 아리온은 죽지 않았어.


돌고래 한 마리가 그의 몸 아래로 파고들었거든. 아리온을 등에 태우고, 해안을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어.

아리온은 돌고래 등에 올라탄 채 바다를 건넜어.

타이나론 곶, 포세이돈의 신전이 있는 곳까지. 그곳에서 돌고래는 아리온을 모래 위에 내려놓았어.

아리온은 살아남았어.

그는 걸어서 코린토스로 돌아갔고, 왕 페리안드로스에게 모든 이야기를 전했어. 왕은 처음에 믿지 않았어. 하지만 며칠 뒤 그 배가 항구에 도착했고, 선원들은 왕 앞에 끌려왔어.



"아리온은 어디 있는가?"


왕이 물었어. 선원들은 태연하게 대답했어.

"아, 그 시인이요? 시칠리아에서 잘 지내고 있을 겁니다."

그때 아리온이 모습을 드러냈어.

선원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고 해.

이게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전해준 이야기야.

2,600년 전의 이야기. 당연히 전설이고, 과장이 있을 거야.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가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돌고래가 가라앉는 존재를 수면 위로 밀어올리는 건 실제로 관찰되는 행동이거든.

어미 돌고래가 죽은 새끼를 등에 태우고 며칠씩 헤엄친 기록이 있어. 숨을 쉬게 하려고. 이미 숨을 거둔 새끼인데도. 놓지 못하고 계속 수면 위로 밀어올리는 거야.

부상당한 동료 돌고래를 양쪽에서 받쳐서 수면 위로 데려가는 모습도 관찰됐어.

그리고 가끔, 아주 가끔, 그 대상이 돌고래가 아닐 때도 있어.

인간일 때도.



왜 그럴까?


왜 돌고래는 자기 종족도 아닌 존재를 구하려 할까?

과학자들은 여러 가설을 내놓았어.

어떤 이들은 그것이 '본능의 오작동'이라고 해. 돌고래에게는 가라앉는 새끼를 밀어올리는 본능이 있는데, 그 본능이 다른 대상에게도 발동하는 거라고. 실수라는 거지.

어떤 이들은 '호기심'이라고 해. 돌고래는 지능이 높고 호기심이 많아서, 물에 빠진 이상한 존재를 가지고 놀다가 우연히 살려주는 것뿐이라고.

합리적인 설명들이야.

하지만 나는 그 설명들이 뭔가를 놓치고 있다고 느껴.

인도, 칠레, 코스타리카, 헝가리.

이 네 나라는 돌고래를 '사람이 아닌 인격체(non-human person)'로 선언했어.

수족관에 가두고 쇼를 시키는 것을 금지했어. 돌고래에게는 생명과 자유의 권리가 있다고 인정한 거야.

왜?

돌고래의 뇌는 인간의 뇌와 크기가 비슷하거나 더 커. 뇌주름도 많아. 거울 속 자신을 알아봐. 이름을 가지고 있어. 서로 다른 '언어'를 써. 동료의 감정을 이해하고 위로해.

그리고 위기에 빠진 다른 존재를 구하려 해.

어쩌면 그건 본능의 오작동이 아니라,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것의 표현인지도 몰라.

공감. 연민. 혹은 그보다 더 오래된 무언가.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렇게 믿었어.

죽은 사람의 영혼이 바다를 건너 저승으로 갈 때, 돌고래가 그 영혼을 등에 태우고 인도한다고.

로마인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어. 돌고래가 죽은 자의 영혼을 '축복받은 섬'으로 데려간다고.

켈트 신화에서도 돌고래는 영혼의 안내자야.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전혀 다른 시대에, 같은 이미지가 반복돼.

가라앉는 것을 건져올리는 존재. 이쪽 세계에서 저쪽 세계로 건너가는 것을 돕는 존재. 경계를 넘는 자들의 안내자.

어쩌면 고대인들은 무언가를 보았던 거야.

돌고래가 죽은 새끼를 등에 태우고 헤엄치는 모습. 부상당한 동료를 수면 위로 밀어올리는 모습. 물에 빠진 누군가를 해안으로 밀어주는 모습.

그리고 그들은 생각했겠지.

이 존재는 가라앉는 것을 그냥 두지 않는다. 이 존재는 경계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 존재에게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의무가 있다.

과학의 언어가 없었던 그들은, 그것을 '영혼의 안내자'라고 불렀어.

아리온의 이야기에서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 있어.

그가 죽기 전에 노래를 불렀다는 것.

죽음을 앞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 도망칠 수도 없고, 싸워 이길 수도 없고, 협상도 통하지 않아. 아리온에게 남은 건 오직 노래뿐이었어.

그는 노래했어.

그리고 돌고래들이 왔어.

노래가 돌고래를 불렀을까? 아폴론 신이 보냈을까? 우연이었을까?

알 수 없어.

하지만 중요한 건, 아리온이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했다는 거야. 아름다운 것을 만들었다는 거야.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어딘가에 닿았다는 거야.

가라앉기 직전에 부른 노래가, 등을 내어줄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거야.

세 번째 밤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내일은 또 다른 이야기를 해줄게.


거울 속 자신을 알아보는 존재들. 스스로를 '나'라고 인식하는 존재들.

그것이 왜 그렇게 특별한 걸까?

네 번째 밤에 계속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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