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밤. 거울 속 자신을 아는 존재
네가 처음으로 거울 속 자신을 알아본 순간을 기억해?
아마 기억하지 못할 거야. 너무 어릴 때니까.
인간은 대략 18개월에서 24개월 사이에 거울 속 모습이 자신이라는 걸 깨달아. 그 전까지는 거울 속의 아이를 다른 아이라고 생각해. 손을 흔들면 저쪽도 손을 흔드니까 신기해하고, 웃으면 저쪽도 웃으니까 좋아하지만, 그게 '나'라는 건 모르는 거야.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아.
저건 나야.
그 순간이 왜 중요하냐고?
그게 바로 '자아'가 시작되는 순간이거든.
1970년, 심리학자 고든 갤럽이 실험을 했어.
침팬지를 마취시키고, 눈썹에 냄새 없는 빨간 염료를 칠했어. 침팬지가 깨어난 뒤, 거울을 보여줬어.
처음에 침팬지는 거울 속 침팬지를 다른 침팬지라고 생각했어. 위협하고, 경계하고, 때로는 공격하려 했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뭔가 달라졌어.
침팬지가 거울 앞에서 자기 눈썹을 만지기 시작한 거야. 빨간 점이 묻은 그 부위를. 거울을 보지 않았을 때는 전혀 만지지 않던 곳을.
그건 침팬지가 이해했다는 뜻이야.
저 거울 속 존재가 바로 나라는 것을.
이 실험을 '거울 테스트' 또는 '마크 테스트'라고 불러.
지금까지 이 테스트를 통과한 동물은 많지 않아.
침팬지, 오랑우탄, 보노보 같은 대형 유인원. 아시아코끼리. 까치. 청소놀래기라는 작은 물고기.
그리고 돌고래.
2001년, 뉴욕 수족관에서 실험이 있었어.
큰돌고래의 몸 한쪽에 점을 찍었어. 돌고래가 평소에 볼 수 없는 위치에.
그리고 거울을 보여줬어.
돌고래는 거울 앞으로 헤엄쳐 갔어. 그리고 몸을 돌렸어. 점이 찍힌 부위가 거울에 비치도록.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 점을 유심히 살펴봤어.
돌고래는 알았던 거야.
저 거울 속에 있는 건 다른 돌고래가 아니라 나라는 걸.
더 놀라운 건, 어떤 돌고래는 거울 앞에서 입을 벌려 자기 이빨을 살펴보기도 했대. 또 어떤 돌고래는 거울을 보면서 교미를 했다고 해.
농담이 아니야. 과학자들이 관찰한 거야.
거울 속 자신을 안다는 건 뭘 의미할까?
단순히 '눈이 좋다'는 게 아니야. 눈이 아무리 좋아도 자기 자신을 모를 수 있거든.
개를 생각해봐. 개는 후각이 엄청나게 발달해 있어. 수천 가지 냄새를 구별해. 하지만 거울 테스트는 통과하지 못해. 거울 속 개를 다른 개라고 생각하거나, 아예 무시해.
고릴라도 마찬가지야. 고릴라는 눈을 마주치는 걸 공격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여. 그래서 거울을 피해. 다른 고릴라가 자기를 째려보고 있다고 느끼는 거지.
거울 테스트를 통과한다는 건, 단순히 시각 능력이 아니라 어떤 '인식'의 문제야.
저 이미지가 나라는 것. 나는 다른 존재들과 구별되는 개체라는 것. 나에게는 '나'라는 것이 있다는 것.
철학에서는 이걸 '자아(self)'라고 불러.
자아가 있다는 건,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이 있다는 뜻이야. '내'가 경험하는 것과 '남'이 경험하는 것을 구별할 수 있다는 뜻이야.
더 나아가면, 다른 존재도 '나'처럼 무언가를 느끼고 있을 거라고 상상할 수 있다는 뜻이야.
공감이라는 게 그거잖아.
저 존재도 나처럼 아플 수 있겠다. 저 존재도 나처럼 외로울 수 있겠다. 저 존재도 나처럼 무언가를 원하고 있겠다.
자아가 없으면 공감도 없어.
돌고래에게 공감 능력이 있냐고?
있어.
앞서 이야기했잖아. 돌고래는 부상당한 동료를 수면 위로 밀어올려. 죽은 새끼를 며칠씩 등에 태우고 다녀. 가끔은 자기 종족도 아닌 존재를 구하려 해.
그게 단순한 본능일까?
어쩌면 돌고래는 알고 있는지도 몰라.
저 존재도 나처럼 숨을 쉬어야 한다는 것. 저 존재가 가라앉으면 죽는다는 것. 저 존재에게도 '저 존재'가 있다는 것.
이야기 하나 해줄게.
어떤 나라들은 돌고래를 '사람이 아닌 인격체(non-human person)'로 선언했어.
인도, 칠레, 코스타리카, 헝가리.
이 나라들은 돌고래를 수족관에 가두고 쇼를 시키는 것을 금지했어. 돌고래에게 생명과 자유의 권리가 있다고 인정한 거야.
왜?
돌고래는 자기 자신을 알아. 이름을 가지고 있어. 동료를 구별하고, 언어로 소통하고, 서로의 감정을 이해해. 도구를 사용하고, 문화를 전달하고, 심지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해.
그게 인격이 아니면 뭘까.
나는 가끔 생각해.
우리가 '인간만이 특별하다'고 믿는 건, 어쩌면 우리가 다른 존재들을 제대로 보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거울 테스트를 통과한 동물은 소수야. 하지만 그건 '시각으로 자기를 인식하는 동물'이 소수라는 뜻이지, '자기를 인식하는 동물'이 소수라는 뜻은 아닐 수도 있어.
개는 냄새로 자기를 인식해. 박쥐는 소리로. 우리가 시각 중심의 테스트만 하니까 그들이 '실패'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
어쩌면 세상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나'를 아는 존재들이 훨씬 많을지도 몰라.
돌고래가 거울 앞에서 자기 이빨을 살펴볼 때, 그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아, 저게 나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오늘 내가 좀 이상해 보이네'라고 느끼고 있을까? 우리가 거울 앞에서 느끼는 것과 비슷한 걸 느끼고 있을까?
알 수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돌고래는 거울 속 존재가 자신이라는 걸 안다는 거야.
그리고 그건, 이 광활한 바다에서 '나'라는 존재로 살아간다는 뜻이야.
네 번째 밤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다음 밤에는 드디어 하늘로 올라갈 거야.
별자리가 된 돌고래. 델피니우스. 그 이야기를 해줄게.
신이 왜 돌고래에게 하늘의 자리를 내어주었는지.
다섯 번째 밤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