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스의 태양
2주 후, 페루 쿠스코
"와... 완전히 다른 세상이네요."
강설이 공항 밖으로 나오며 감탄했다.
시베리아의 혹한과는 정반대로, 페루는 따뜻하고 햇살이 찬란했다.
"안데스 산맥은 얼음과 태양이 공존하는 곳이야."
할머니가 설명했다.
"높은 곳은 만년설이 덮여 있지만, 햇빛은 열대처럼 강해."
"신기하다."
린이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공기가 엄청 희박해."
"고산병 조심해야 해."
무극이 당부했다.
"쿠스코가 이미 해발 3400미터야. 성역은 더 높은 곳에 있고."
다음날, 잉카 유적지
"여기가 마추픽추예요?"
강설이 놀라며 물었다.
"아니야. 여기는 사크사이와만이야."
현지 가이드인 파블로가 설명했다.
"마추픽추보다 더 오래된 잉카 유적이지."
거대한 돌들이 정교하게 쌓여 있었다. 돌과 돌 사이에는 종이 한 장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완벽했다.
"어떻게 이렇게 정확하게 쌓았을까?"
린이 감탄했다.
"잉카인들은 태양의 자손이라고 믿었어."
파블로가 말했다.
"그들은 태양신 인티를 섬겼지. 그리고 전설에 따르면..."
파블로가 목소리를 낮췄다.
"태양의 힘을 다루는 사제들이 있었대. 빛으로 돌을 녹이고, 자유자재로 형태를 바꿀 수 있었다고."
"빛으로요?"
강설이 관심을 보였다.
"혹시 그게 프로스트 만다라와 관련이 있을까요?"
"아마도."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덴진은 각 대륙의 고유한 힘을 배웠어. 안데스에서는 태양의 힘을 배웠을 거야."
산을 오르며
"이상해요."
강설이 중얼거렸다.
"뭐가?"
린이 물었다.
"지금까지 성역들은 모두 얼음과 눈의 힘이었잖아요. 근데 여기는 태양이라니..."
"그게 바로 조화야."
무극이 설명했다.
"차가움과 뜨거움, 어둠과 빛. 모든 대립되는 것들의 조화."
"그런 의미구나..."
해발 5000미터를 넘어서자,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괜찮아?"
린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네... 괜찮아요."
하지만 강설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있었다.
"잠깐 쉬자."
할머니가 바위에 앉았다.
"고산병은 무시하면 위험해."
그때 앞쪽에서 이상한 빛이 보였다.
"저게 뭐지?"
황금빛 빛기둥이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성역이야!"
무극이 일어섰다.
"하지만... 뭔가 이상해."
"뭐가요?"
"빛이 너무 강해. 평소라면 이렇게 강하게 빛나지 않아."
성역 입구
황금빛 빛기둥의 근원지에 도착했을 때,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거대한 태양 모양의 문이 산에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문 앞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누구야?"
린이 경계하며 물었다.
문 앞의 인물이 돌아섰다. 젊은 여성이었는데, 놀랍게도 잉카 전통 의상을 입고 있었다.
"기다렸어요, 프로스트 만다라의 계승자."
여성이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누구세요?"
"내 이름은 킬라. 태양의 사제예요."
"태양의 사제?"
"네. 우리 가문은 500년간 이 성역을 지켜왔어요."
킬라가 설명했다.
"덴진님이 떠나시기 전에 우리 선조에게 부탁하셨죠. '언젠가 계승자가 올 것이다. 그때까지 이곳을 지켜달라'고."
"500년이나요?"
"네.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어요."
킬라가 문을 바라봤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어요."
"무슨 문제요?"
"문이... 열리지 않아요."
"뭐라고요?"
"3일 전부터 문이 스스로 빛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동시에 단단하게 잠겨버렸죠."
킬라가 걱정스러운 표情을 지었다.
"뭔가 성역 내부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강설이 문에 다가가 손을 댔다. 순간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다.
"아야!"
손을 뗀 강설의 손바닥이 빨갛게 변해 있었다.
"설아!"
린이 재빨리 치유 만다라를 사용했다.
"이건... 태양의 힘이 폭주하고 있는 거예요."
킬라가 심각하게 말했다.
"만약 이대로 두면 성역이 폭발할 수도 있어요."
"폭발이요?"
"네. 그럼 이 산 전체가 날아가고, 쿠스코 도시도 위험해져요."
할머니가 긴급하게 말했다.
"어떻게든 문을 열어야 해."
"하지만 어떻게요?"
"프로스트 만다라로."
무극이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배운 건 모두 차가운 힘이었잖아. 뜨거운 태양의 힘을 어떻게..."
"조화야."
강설이 깨달았다.
"차가움과 뜨거움의 조화!"
강설이 다시 문에 손을 댔다. 이번에는 뜨거움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뜨거움도 자연의 일부야. 거부하지 말고, 조화를 이루자.'
그녀의 손에서 프로스트 만다라가 피어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푸른 빛이 아니라 푸른색과 황금색이 섞인 빛이었다.
"저게..."
킬라가 놀라며 바라봤다.
"얼음과 불의 조화!"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성역 내부
문 안으로 들어가자 숨이 멎을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거대한 지하 공간이었는데, 천장에는 거대한 태양 만다라가 빛나고 있었다. 바닥에는 얼음 만다라가 새겨져 있었다.
"위는 태양, 아래는 얼음..."
린이 중얼거렸다.
"완벽한 대칭이네."
"하지만 균형이 깨졌어."
무극이 지적했다.
"태양 만다라가 너무 강해져서 얼음 만다라를 압도하고 있어."
정말로 천장의 태양 만다라는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지만, 바닥의 얼음 만다라는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균형을 맞춰야 해."
강설이 말했다.
"어떻게?"
"제가 얼음 만다라에 힘을 불어넣을게요."
강설이 바닥 만다라 중앙에 섰다.
"그럼 균형이 맞춰질 거예요."
"위험해!"
린이 말렸다.
"지금 태양 만다라가 폭주하고 있어. 자칫하면..."
"괜찮아요."
강설이 미소지었다.
"우리 함께니까."
린과 무극이 강설의 손을 잡았다.
"합성 만다라: 태양과 달의 조화!"
세 사람의 힘이 합쳐지자, 바닥의 얼음 만다라가 강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천장의 태양 만다라도 안정을 찾았다.
두 만다라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아름다운 빛을 발했다. 푸른 빛과 황금 빛이 교차하며 환상적인 광경을 만들어냈다.
"성공했어!"
킬라가 감격하며 외쳤다.
그때 덴진의 환영이 나타났다.
"잘했어, 강설아."
"덴진님!"
"네 번째 깨달음을 받아라. 대립의 조화."
덴진의 기억 - 안데스 산맥
젊은 덴진이 얼음 만다라를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태양이 너무 강해서 만다라가 녹아내렸다.
"안 돼..."
여러 번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때 현지 잉카 사제가 다가왔다.
"왜 태양을 적으로 생각하십니까?"
"뭐라고?"
"태양은 적이 아니에요. 동반자예요."
사제가 미소지었다.
"차가움과 뜨거움은 대립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완성시켜요."
덴진이 깨달았다.
"그렇구나... 대립이 아니라 조화!"
그가 다시 만다라를 그렸다. 이번에는 태양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얼음 만다라와 태양의 빛이 만나 완벽한 균형을 이뤘다.
"이것이 네 번째 깨달음이다. 대립하는 것들의 조화!"
현재
강설이 눈을 떴다.
"대립의 조화..."
그녀가 손을 들어올리자, 푸른 얼음과 황금 불꽃이 동시에 피어났다.
"이건..."
"얼음과 불을 동시에 다룰 수 있게 됐어!"
린이 놀라며 말했다.
"네 번째 성역 완료야!"
킬라가 무릎을 꿇으며 인사했다.
"500년간의 사명을 완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감사해요."
강설이 킬라를 일으켜 세웠다.
"덕분에 새로운 걸 배웠어요."
저녁, 쿠스코 시내
"이제 남은 성역이 셋이야."
할머니가 말했다.
"알래스카, 알프스, 그리고 남극."
"점점 끝이 가까워지네요."
강설이 말했다.
"하지만 왜 불안할까요?"
"나도 그래."
린이 동의했다.
"뭔가 큰 일이 곧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마도..."
무극이 심각하게 말했다.
"혼돈교단 잔당들이 마지막 발악을 준비하고 있을 거야."
"우리가 강해질수록 그들은 더 필사적이 될 거야."
할머니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조심해야 해."
하지만 강설은 두렵지 않았다.
"괜찮아요. 우리 함께니까."
그녀가 린과 무극의 손을 잡았다.
"어떤 어려움이 와도 이겨낼 수 있어요."
세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창밖으로 안데스의 석양이 보였다. 황금빛 태양이 눈 덮인 산봉우리를 물들이고 있었다.
차가움과 뜨거움, 어둠과 빛.
모든 대립되는 것들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 16화 끝 -
17화 '알래스카로 가는 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