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전날 밤
그날 밤, 아론은 잠이 오지 않았어요.
풀밭에 누워 별을 바라보았어요. 낮에 보았던 그 빛이 자꾸 떠올랐어요.
수평선 너머, 황금빛으로 빛나던 그곳.
'저건 뭘까. 어떤 곳일까.'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설렘인지, 두려움인지, 잘 모르겠었어요. 어쩌면 둘 다였을지도요.
"잠이 안 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어요.
이끼였어요.
아론이 처음 쓰러져 있던 그 자리에서 여전히 보드랍게 자라고 있는 이끼.
"응. 생각이 많아서."
"무슨 생각?"
아론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어요.
"저 멀리…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어."
이끼는 잠시 조용했어요.
그리고 부드럽게 말했어요.
"떠나는 거야?"
"…응. 아마도."
"그렇구나."
이끼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어딘가 쓸쓸한 게 느껴졌어요.
아론은 말했어요.
"네가 없었으면 나 여기서 못 일어났을 거야. 그거 알지?"
"나는 그냥 여기 있었을 뿐이야."
"그게 나한테는 전부였어."
이끼는 한참 아무 말이 없었어요.
그러다 작게 말했어요.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아론은 고개를 숙여 이끼를 바라보았어요.
"고마운 건 나야."
달빛 아래, 이끼는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어요.
다음 날 아침, 아론은 연못가로 갔어요.
거북이가 느릿느릿 풀 위로 올라오고 있었어요.
"일찍 왔네."
"응. 작별 인사하러."
거북이는 멈춰 섰어요.
"어디 가는데?"
아론은 수평선 쪽을 바라보았어요.
"저기. 어제 빛이 보였거든."
"멀겠다."
"응. 아마 많이 멀 거야."
거북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잘 가."
"…그게 다야?"
"뭘 더 바라는데?"
아론은 피식 웃었어요. 거북이다웠어요.
"잘 있어."
"응. 너도 잘 가."
거북이는 덧붙였어요.
"힘들면 쉬어. 멀리 가려면 천천히 가야 해. 그거 잊지 마."
아론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안 잊을게."
"그리고…"
거북이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말했어요.
"가끔은 뒤돌아봐도 괜찮아. 여기 있던 시간도 네 일부니까."
아론은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고마워. 진짜로."
"고맙긴. 우린 친구잖아."
거북이가 아론과 바람이 했던 말을 따라 했어요.
아론은 웃음이 났어요.
"그래. 우린 친구야."
아론은 언덕 위로 올라갔어요.
바람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준비됐어?"
아론은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처음 떨어졌던 곳. 이끼가 자라난 자리. 연못가. 거북이. 매일 아침 날갯짓을 연습하던 언덕.
이 모든 게 아론의 일부가 되어 있었어요.
아론은 두 날개를 펼쳤어요.
"응. 준비됐어."
바람이 아론을 감쌌어요.
"그럼 가자."
아론은 깊이 숨을 들이쉬고, 힘차게 날아올랐어요.
이번엔 뒤돌아보지 않았어요. 앞만 보았어요.
수평선 너머, 빛나는 그곳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