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주한 먹구름
아론은 날고 있었어요.
바람은 잔잔했고, 하늘은 넓었고, 빛은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았어요.
'이대로라면 곧 도착할 수 있을 거야.'
아론은 날갯짓을 이어갔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공기가 달라졌어요.
싸늘해졌어요. 무거워졌어요.
아론은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어요.
멀리서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었어요.
심장이 쿵, 내려앉았어요.
그날이 떠올랐어요.
거센 바람. 쏟아지는 비. 빙글빙글 돌던 하늘. 그리고 추락.
아론의 날개가 굳어버렸어요.
'안 돼. 또 떨어지면 어떡해.'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어요.
바람이 다가와 말했어요.
"아론, 괜찮아?"
아론은 대답하지 못했어요.
눈앞이 아득했어요. 숨이 가빠졌어요.
저 구름 속으로 들어가면, 또 모든 걸 잃을 것 같았어요.
"…못 가겠어."
아론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무서워. 다시 부러지면 어떡해."
바람은 아론 곁에 머물렀어요.
아무 말 없이, 그냥 곁에 있었어요.
한참이 지났어요.
아론의 떨림이 조금 가라앉았어요.
바람이 조용히 말했어요.
"돌아가도 괜찮아."
"…뭐?"
"무리하지 않아도 돼. 오늘 못 가면 내일 가면 되고, 이 길이 아니면 다른 길도 있어."
아론은 가만히 바람의 말을 들었어요.
돌아가도 괜찮다. 다른 길도 있다.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을 편하게 했어요.
'꼭 이렇게 안 해도 되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니까, 조금 숨을 쉴 수 있었어요.
아론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먹구름을 바라보았어요.
검고, 무겁고, 무서웠어요.
하지만 그때와는 다른 게 있었어요.
지금 아론은 혼자가 아니었어요. 바람이 곁에 있었어요. 그리고 지나온 길 위에서 만난 존재들이 아론의 마음속에 함께 있었어요.
이끼가 말했던 것. 거북이가 말했던 것. 나비가 말했던 것.
아론은 작게 중얼거렸어요.
"천천히 가면 돼. 쉬어도 돼. 내 속도대로."
그리고 숨을 깊이 들이쉬었어요.
"가볼게."
"…정말?"
"응. 무서워도 가볼게. 이번엔 혼자가 아니니까."
바람은 아론을 감싸 안았어요.
"같이 가자."
아론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리고 날개를 펼쳤어요.
먹구름을 향해 천천히 날아갔어요.
구름 속은 어두웠어요.
비가 내렸어요. 바람이 거셌어요.
하지만 그날처럼 무섭지는 않았어요.
아론은 날갯짓을 멈추지 않았어요.
한 번, 또 한 번. 느리지만 꾸준히.
왼쪽 날개가 흔들렸지만, 이번엔 오른쪽이 잡아주었어요.
바람이 아론을 밀어주었어요.
얼마나 지났을까요.
문득, 빛이 보였어요.
구름 사이로 스며드는 따뜻한 빛.
아론은 그 빛을 향해 날았어요.
그리고
구름 밖으로 나왔어요.
눈앞에 펼쳐진 건, 한 번도 본 적 없는 풍경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