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낙원

낙원

by 시더로즈

9화. 낙원

황금빛이었어요.

하늘 전체가 부드러운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었어요.

아래로는 초록빛 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그 사이로 은빛 강이 반짝이며 흐르고 있었어요.

꽃들이 피어 있었어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색깔의 꽃들. 분홍, 보라, 하늘색, 그리고 이름 붙일 수 없는 빛깔들.

공기는 달콤하고 포근했어요.

아론은 멍하니 그 풍경을 바라보았어요.

'이런 곳이… 정말 있었구나.'

아론은 천천히 내려갔어요.

숲 가장자리, 작은 호수 옆에 내려앉았어요.

호수 위로 연꽃이 떠 있었어요. 수면은 거울처럼 맑았어요.

아론은 물가에 다가가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았어요.

낯선 얼굴이 보였어요.

아니, 낯선 건 아니었어요. 분명히 자기 얼굴이었어요.

하지만 뭔가 달랐어요.

예전의 아론과는 다른 눈빛. 상처를 지나온 깃털. 그리고… 어딘가 평온해 보이는 표정.

'이게 지금의 나구나.'

아론은 한참 동안 물속의 자신을 바라보았어요.

그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어요.

"어서 와요."

고개를 들어보니 하얀 새 한 마리가 앉아 있었어요.

깃털이 눈처럼 희고, 눈동자는 호수처럼 맑았어요.

"오래 기다렸어요."

아론은 물었어요.

"…날 기다렸어요?"

하얀 새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이곳은 상처 입은 존재들이 찾아오는 곳이에요. 부러지고, 지치고, 길을 잃은 존재들이 다시 쉬어갈 수 있는 곳."

아론은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그제야 보였어요.

나무 아래서 쉬고 있는 다람쥐. 물가에서 조용히 앉아 있는 사슴. 꽃밭 위를 천천히 나는 나비들.

모두 어딘가 상처를 품고 있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모두 평화로워 보였어요.

"여기선 아무도 서두르지 않아요."

하얀 새가 말했어요.

"아무도 누구를 재촉하지 않아요. 그냥 있는 그대로, 쉬면 돼요."

아론은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폭풍에 휩쓸리던 그날. 부러진 날개로 떨어지던 그날. 다시는 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날들.

그 모든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왔어요.

'내가 정말… 여기까지 온 거구나.'

눈물이 흘렀어요.

바람이 아론의 곁을 감싸며 속삭였어요.

"잘했어, 아론. 정말 잘했어."

아론은 호숫가에 앉았어요.

햇살이 깃털 위로 내려앉았어요.

따뜻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냥 여기 있어도 되는 시간.

아론은 눈을 감았어요.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마음이 완전히 편안했어요.

얼마나 지났을까요.

아론은 천천히 눈을 떴어요.

노을빛 하늘이 보였어요. 꽃향기가 났어요. 어디선가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렸어요.

아론은 작게 미소 지었어요.

'여기가 내 자리구나.'

드디어, 도착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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