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

by 시더로즈



나는 외로움을 잘 타지 않는다. 그 사실을 혼자 살면서 처음 알았다. 외할머니가 고2 때 돌아가셨는데, 그 이후 나는 늘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떨칠 수가 없었다.

성인이 되지 않아서 새아빠와 엄마랑 살게 된 집은 내게 낯설고, 슬프고 외로운 곳이었다.


나는 학생 때 따돌림을 많이 당한 학생이었다. 시골 분교를 다닐 때도 반에 몇 명 되지 않는 친구들 사이에서 약한 친구를 괴롭히고 차별하고 편 가르기를 하며 지내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차라리 왕따가 되는 것을 선택했다. “유별한 아이” 누구에게도 나의 행동을 이해받지 못했지만 할머니는 내가 울며 집에 올 때마다 학교에 쫓아가서 호되게 화를 내주셨다. 내 탓이나 혼을 내기 보디, 나를 왕따 시키고 내게 상처 입힌 친구들을 혼내주는 할머니는 내게 든든한 울타리였다.


할머니는 다정한 사람은 아니었다. 홀로 6남매를 키우시고, 할아버지의 외도로 공장을 다니시며 벌이를 하셨고 이모들을 독하게 키우셨다.

이모들은 쉽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심지가 굳게 자랐고 쉽지 않은 환경 때문이었는지 날카롭고 자존심이 쎄 서로 자주 싸우곤 했다.

할머니는 그럴 때마다 너무 속상해하셨다. 우리 엄마는 나를 일찍 낳아서 100일도 안되어 나를 할머니께 버리고 갔는데 엄마와 14살 차이 나는 친아빠는 나를 고아원에 보내라며 외면했음에도 할머니는 호되게 나를 지키셨다고 한다.



할머니는 신실한 기독교인이셨다. 어릴 때 할머니를 쫓아 교회를 종종 가곤 했는데 할머니가 기도할 때마다 울고 울고 한이 서려 기도하는 모습이 어린 내가 보기엔 이상하고 무서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신이 내려온 게 아니라 가슴이 아프고 서려 기도로 한을 풀어내려는 할머니의 아픈 기도였음을, 이제는 알 수 있다.


할머니는 폐암을 오래 앓다가 돌아가셨다. 할머니랑 살면서 곁에서 할머니의 아픔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늘 슬프고 두려웠다. 그리고 아픈 할머니 앞에서 싸우는 철없는 이모들이 미웠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부터 병원에서 종종 간호를 했는데 내가 살면서 본모습 중에 가장 온화하고 다정한 모습이어서 나는 낯설지만 두려웠고 아팠다. 그렇게 할머니는 하늘나라로 떠나갔다.


사랑은 뭘까, 생각한 적이 있다. 나는 그 어떤 말로도 어떤 것과도 억만금을 주고도 사지 못할 사랑을 받았다는 걸 시간이 지나 느끼고 있다. 비록 부모는 아니지만, 할머니는 나룰 포기하지 않았고 늘 내편이었고 나를 유별난 아이 취급하지 않았다. 그게 그저 사랑이었다는 걸 이제야, 이제야 알 것 같다.


10년이 넘게도 지난 부재가, 여전히 아리고 그리운 것은 내가 받은 것이 진짜 사랑이어서

더 그립고 그립고 아리다.


보고 싶은 나의 할머니, 사랑하고, 고맙습니다.



이전 06화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