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이방인"

by 시더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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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선샤인에 나오는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


"나는 그의 이름조차 읽을 수 없다. 동지인 줄 알았으나, 모든 순간 이방인이었던 그는 적인가, 아군인가, "



이 말이 가슴에 스칠 때, 오래된 흉터가 욱씬거리 듯 마음을 자극했다.

나는 드라마를 보거나 영화를 볼 때, 감정이입을 잘한다.

그래서 특정 배우의 감정에 금방 몰입돼 눈물을 흘리기도, 칼로 찌르거나 다치는 걸 잘 못 보기도 한다.

범죄 수사극을 좋아하지만, 잔인한 장면은 자극이 너무 심해서 못 보는 모순점이랄 까,


그래서 이런 나의 성향은 사람과의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좋아하는 감정이 커 질수록 상대방에 대해 더욱더 궁금해하고, 사랑을 쏟고 보살피고 기뻐하며

상대방의 세상에 흠뻑 빠지곤 했다가, 내가 기대했던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상대방의 모습과 다를 때 심리적인 충격을 크게 받았다.

그렇게 무너진 나의 마음은 다쳐, 이별 후 한참을 상실감에 젖어 살았다.


지금생각해 보면, 그런 큰상실감이 당연한 거였다.

내 일부로 여겼던 것이 떨어져 나가면 상처를 입고 고통이 큰 것처럼 나는 사람과의

거리조절하는 것에 서툴렀고, 아무리 가깝고 사랑한 사람이라도, 상대방은 타인이었다.


때때로 사람은 나 스스로를 속이기도 하고, 나에 대해서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새로운 상황에 들어서면 나의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편안해지고, 그리고 내가 좋다고 여겼던 사랑하던 그 사람이

낯설어질 때, 난 저 이방인의 향기를 짙게 느끼고, 서늘하고 시린 외로움을 느꼈다.


지금은 좀 달라진 부분이 있다. 누굴 만나던 적정 거리를 두고 대하고, 저 사람은 남이다. 를 먼저 마음에 새기고,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일수록 천천히 관찰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불꽃같은 나의 마음과 감정에 나도 상대도 우리 사이의 관계도 타버리지 않으려면,

내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00년도 안 되는 삶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스쳐 지나갈 까?

나는 인연이라는 게 우연이 아니라, 삶에서 특정 상황에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내게 중요한 사람일수록

다 이유가 있어서 만나는 거리고 생각한다. 그게 좋았던 나빴던, 아군이라면 내 든든한 동지가 될 수도 있고, 적이라면 내게 배움을 주기 위해 만나게 된 것일 거라고 생각한다.


매일매일 사회관계망에서 살아가며 생각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아군처럼 대할 까, 적대적인 사람일 까,

내가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질 때 사람들은 모두 적이고 서로를 죽이고 못살게 구는 사람처럼 보였고, 내가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며 사랑이 넘친다고 여겨 먼저 사랑을 보여줬을 땐 친절한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도 때론 아군이기도 적이기도, 타인에게도 때론 아군이 도, 적이기도 하다. 인간은 본래 불 완전하며 매일 변화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든 상황을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가질 수 있고, 평정심을 잃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그리고 낯선 "이방인"에게 나도 새로운 "이방인" 일 테니,

이방인에게 조금의 친절을 베풀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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