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의 의도와 다른 행동을 유도하는 것
뇌를 빼고 제품을 쓰다보면 어느새 내 의도와 다른 행위를 하고 있는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레이패턴의 영향을 받으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레이패턴이 무엇인지, 다크패턴과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왜 윤리적인 디자인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적었습니다.
그레이패턴은 거짓이나 강요는 아니지만 사용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즉 사용자의 목적과 맥락에 따라 그 선악이 바뀌는 패턴입니다.
예로 사용자가 구독 취소를 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들겠습니다.
사용자는 깊숙한 곳에 숨겨진 구독 취소 버튼을 찾아 눌러요.
제품이 묻습니다.
"왜 구독을 해지하려고 하나요?"
사용자가 대답합니다.
"비싸서요"
제품이 오른쪽 바지 주머니를 뒤지더니 종이를 하나 꺼냅니다.
"이 버튼을 누르면 3개월 동안 30% 할인된 구독료로 모실게요." 제안합니다.
이런걸 리텐션 오퍼라고 하는데 이 자체가 그레이패턴인 건 아닙니다.
예시를 준비했습니다.
1. 사용자의 의도에 연결된 행동을 숨기지 않습니다.
2. 계층을 사용자의 의도와 다른 곳으로 옮깁니다.
3. 사용자의 의도인 행동의 계층을 한 단계 더 낮춥니다.
4. 버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지나가길 기다립니다.
"숨김의 단계에 따라 다크패턴이 되기도 하나?" 싶으시겠지만 사실 위 예시는 모두 그레이패턴입니다.
원래의 여정 중간에 사용자의 목표와는 다른 장치를 끼워 넣었으니까요.
사용자의 의도와 다르게, 사용자가 생각을 안 하면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 그레이패턴입니다.
그레이패턴이 아니려면 아래 요건들을 충족해야합니다.
1. 의도 존중 - 사용자가 취소 버튼을 눌렀다면 취소 부터 시켜줘야 합니다. 중간에 끼지 않습니다.
2. 대칭성 - 구독하는 데에 2번의 클릭이 필요했다면 취소도 2번의 클릭으로 가능해야 합니다.
3. 진짜 선택권 - 리텐션 오퍼를 사용하더라도 취소가 끝난 뒤에 제안해야 합니다.
그레이패턴이 호랑이라면 다크패턴은 황야의 무법자입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으면 아무 일이 없을 수 있는 호랑이와 달리
황야의 무법자는 일단 쏘고 봅니다.
아래는 예시인데요.
1. 사용자의 자존심을 건들이는 Confirmshaming
2. Roach Motel 중 채널 비대칭
3. Roach Motel 중 가짜 오류
Roach Motel: 가입은 쉽게, 탈퇴는 최대한 어렵게 만드는 다크패턴 종류
지금은 구독 취소라는 맥락에서만 예시를 보여드렸는데요.디지털 세상을 살펴보면 다양한 다크패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무료 체험 종료라고 써놓고 누르면 유료 결제로 넘어가서 바로 결제하는 경우도 있고요.
슬쩍 보험이나 옵션을 장바구니에 추가 시켜주는 경우도 있고요.
이중부정문을 사용해서 혼란과 실수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크패턴이나 그레이패턴은 수치 상에서는 잘 작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람의 심리적 취약점을 악용하고 단기적 지표 개선에 사용하기 때문인데요.
근데 사실 수치 상 잘 작동하는게 당연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다크패턴을 사용했기 때문이 아니라 브랜드 자산도 같이 팔고 있기 때문이니까요.
윤리적인 필터 없이 A/B test에 의존하여 지표를 개선하는 행위도 '데이터 드리븐'이긴 합니다.
하지만 데이터에 전환율은 실시간으로 보이지만 신뢰도의 하락은 안 보이는 곳에서 조용히 일어납니다.
한번 잃은 신뢰는 되돌리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