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온전한 '나'일수 있도록 하는 이런 번거롭지만 필요한 정화의 시간
푸네로 가는 국내선을 기다리는 외국인은 내가 유일해보였다. 다들 커다란 눈으로 한번씩 나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이제 매일 하루에 몇잔씩도 마실테지만 시간도 남았겠다 첫 짜이를 사먹기로 했다. 공항짜이는 시중(?)가격의 한 10배정도는 되는듯.
푸네행은 이번이 2번째. 푸네는 인도 가운데쯤 위치한 마하라슈트라 주의 도시로 뭄바이에서 차로 서너시간정도 떨어져있으며 그다지 볼거리는 읎다. 나는 그럼 왜 푸네에 가는가?
나는 요가강사이고, 현재 Iyengar 요가를 수련 및 공부중에 있는데
B.K.S. Iyengar 선생님의 가르침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인스티튜트가 바로 이 푸네에 위치해 있기 때문!
같은 에어인디아도 국내선은 훨씬 비좁은 느낌.
옆자리 인도남자애가 두시간동안 큰소리로 영상을 틀어놓고 보는 바람에 비행이 좀 괴로웠다. 그누구도 말리지 않는다 오히려 영상보다 더크게 떠들뿐! (믿길지 모르겠지만 노래를 부르는사람도 있..)
짧은 비행에도 기내식은 꼭 내준다. 좀 슬프게 생긴 뉴이어 디저트케잌도 받았다.
찰흙같은 맛이 났지만 떡국 대신 꾸역꾸역 먹었다.
2년만에 돌아온 푸네공항은 바로 옆에 쇼핑몰이 생기면서 앱으로 택시부르고 타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인도에서 밤도착 택시잡기는 안전이 최우선이므로 이에 아주 후한 점수를 주고싶다. 그래도 푸네는 다른 지역보다 치안이 훨씬 좋은편.
새해 카운트다운 전 무사히 호텔 도착. 인도에서 묵어본 숙소중에 가장 비싸고 깨끗한 방이었다.
시차때문에 먼저 2025년에 살고있는가족,친구들과 안부 메시지를 주고받은뒤 커다란 침대에 혼자 덩그러니 누워 새해 폭죽소리를 듣고 있자니 어쩐지 2024년으로부터 막 도망나온 탕아가 된 심정이었다. 쓸쓸하기도 후련하기도.
'이제 다 괜찮다, 내가 사랑하는 인도에 와있으니'
새해의 아침부터 무척 바빴다.
일단 돈이 하나도 없어서 근처 atm에 돈을 뽑으러 갔다. (인도 루피는 하루아침에 모든 돈이 종잇장이 되었다는 화폐개혁이후로 한국 은행에서 취급하지 않아 국내 환전이 불가. 달러 현지 환전 또는 해외 atm 사용가능 카드로 현금인출 해야 함)
재작년에도 두달간 머물던 동네라 길은 금새 눈에 익었다.
반가운 가게들, 종종 들르던 작은 시바템플에 가서 이번 체류도 잘 부탁드립사 기도도 드리고-
인도 유심을 개통하러 갔는데,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서로 새해덕담 나누느라 손님인 나는 영 뒷전이었다.
3번째 인도에 오니 이제 이런일쯤은 화도 나지않고 너그럽게 기다려줄 여유가 생겼다. (그래도 중간중간 한소리 가볍게 잡도리 해줘야함)
호텔에서 나와 한달여간 머물 셰어하우스에도 체크인했다. 마찬가지로 지난번 두달동안 머물던 집이라 오랜만에 놀러온 할머니네 집처럼 느껴졌다. 조금씩 더 낡은것 빼고 그대로~ 아직 다른방 친구들은 도착전이라 며칠간은 혼자 전세내고 쓸수있다!
인스티튜트에도 등록하러 들렀다.
들어서면 정신없는 바깥과 확연히 공기가 달라지는 어떤 전설같은 장소이자 성소.
2년전 처음 RIMYI 에 도착했을땐 사진에서만 보던 공간안에 들어와있다는 사실에 너무 설레서 숨쉬는 것도 잠시 까먹었던것 같다..ㅎ 특히 수련실 안은 켜켜이 쌓인 수많은 이들의 호흡과 에너지가 고스란히 베어난다.
인스티튜트가 올해로 어느덧 50주년을 맞아 1월에 큰 기념행사를 하며 다음주부터 2주간 인텐시브 코스가 열릴 예정이었다. 나도 그 코스에 참가하기 위해 조금 일찍 도착을 한거고, 인스티튜트도 사람들을 맞을 준비에 한창이었다. 코스전까지 이번주 일반수업도 들을수 있다고 해서 시간표를 받았다. (RIMYI 는 기존 아엥가요가를 몇해간 수련해온 학생들만 사전 신청후 오피스의 승인을 받아야 수업을 들을수 있다. 아엥가 공인자격 선생님과 수련했다는 추천서도 필요)
급한 일들을 해치우고 드디어 현지 첫끼.
좋아하는 인도음식중 하나인 Pav bhaji를 먼저 시켰다. 버터로 구운 빵에 매콤한 커리를 찍어먹는, 맛이 없을수 없지만 간단한 음식이다. 뭔가 좀 심심해서 한국에서 먹기힘든 오크라볶음도 같이 시켰다.
식당 직원들이 전부 나와서 내가 먹는걸 앞에 서서 구경했다. 오랜만에 겪는 상황이라 나도 일일 먹방 크리에이터가 된냥 즐겼닼ㅋ 푸네는 관광지가 아니라서 아직도 외국인을 보면 신기해한다. 특히 코로나 이후 한국사람이라고 하면 너무너무 좋아함. K-컬처 만만세!
그렇게 좋아하는 인도에 새해부터 와서 두달간은 내가 좋아하는 공부만 할수 있으면서도 첫 일주일 동안은 마음 한구석이 어쩐지 너무 쓸쓸했다. 뭘까 늘 바쁘던 한국생활의 관성이 남아서일까 라고 생각했는데, 찬찬히 생각해보니 이유를 찾았다. 2년전 푸네에 왔을땐 전 남자친구와 함께였기 때문이었다.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우린 헤어졌고, 2년이라는 시간동안 내 마음에선 다 정리가 되었는데- 이 곳 푸네에서는 그와의 시간이 그대로 멈춰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곳의 시공간과도 다시 작별하는 애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원래 '나'인 부분은 내가 다 바꿀수없더라도 그 나를 온전한 '나'일수 있도록 하는 이런 번거롭지만 필요한 정화의 시간은 꼭 필요하고 그게 내가 여행을 그리고 요가를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