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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확행 Jan 22. 2024

어느 친미주의자의 여행 버킷 리스트

다시 가 보고 싶은 그곳  


다시 가보고 싶은 여행지를 꼽으라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할 수 있는 그곳. 나파밸리. 


시간과 비용 뭐 이런 거 다 재지 않고 정말 자유롭게 여행을 떠난다면, 미국 서부에 있는 나파 밸리에 꼭 다시 가보고 싶다. 7년 전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들과 같이 여행할 때 잠시 들린 적이 있었는데, 유명한 와이너리 두 군데를 구경하고 다음 일정을 위해 오래 머무르지 못한 아쉬움이 큰 여행지였다.

@google


시기는 여름과 가을의 경계를 넘나드는 계절이면 좋겠다. 불어오는 바람에 두 계절을 모두 느끼며,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옷차림으로 나설 수 있게 말이다. 얇은 긴 청바지에 반팔 티셔츠든, 너무 짧지 않은 반바지에 풀 오버 상의. 두 개 중에 하나는 짧고, 하나는 길면 되는 그런 날씨.



대형 체인 호텔 대신, 작은 정원이 딸린 깨끗한 B&B에서 머물고 싶다. 집주인께서 직접 준비해 주는 아침 식사는 따뜻한 갓 구운 크루아상과, 치즈, 에그 스크램블 그리고 커피 한 잔이면 충분하지 싶다.

@Pinterest


남편과 함께 둘러볼 와이너리 몇 군데를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설정하고, 이 순간의 풍경과 공기를 기억하게 해 줄 주옥같은 애정 플레이 리스트를 틀며 하루 여행을 시작하고 싶다. 너무 옛날 노래만 나올 가능성이 높으니, 간간히 아마존 뮤직 알렉샤가 추천하는 노래들도 환영한다. 길을 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포도나무가 만들어 내는  초록 파도에 몸을 맡길 마음의 준비는 이것으로 충분하겠다.

 



캘리포니아 로컬 와인을 다양하게 맛보고, 넓고 넓은 와이너리를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 크레용으로 색칠해 놓은 듯한 높은 채도의 파란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포도나무가 만든 초록 물결과 만나는 지평선을 한참 동안 서서 바라보고 싶다.

@https://www.visitnapavalley.com

나파밸리 와인 트레인을 타고 초록 파도를 가로지르고 싶다. 기차 안에서 맛보는 멋진 식사와 와인도 너무나 즐겨보고 싶은 것.  기분을 더 낸다면, 이른 아침 열기구를 타고 아침햇살이 쏟아지는 나파밸리를 내려다보고 싶다. 투어 후 제공되는 칵테일과 아침 식사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https://www.visitnapavalley.com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는 "No-Plan Day"에는 이름 없는 작고 예쁜 마을에 머물면서 그 동네 거리를 거닐며 꽃집, 소품 가게를 구경하다, 동네 서점에 들어가 가장 읽기 만만해 보이는 얇은 책 한 권을 충동구매할 예정이다. 공원 벤치에 않아 서점 모퉁이 카페에서 산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시며 책 읽는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



해가 막 지기 전 저녁에는 마을 중심지에 있는 아레나에서 펼쳐지는 초 가을밤 음악 공연을 한참 즐기다가, 어둠이 완전히 깔리기 전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리쿼샵에 잠시 들러 며칠 전 봐두었던 와인을 몇 병 사서 숙소로 돌아오리라. 언제 누구랑 함께 마실지 상상하는 이 순간이 행복의 정점이다.

@google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하루 일정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직 가보지 못한 멋진 비치들, 박물관이나 미술관 각각 한 군데씩 골라 여유 있게 둘러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이 상상 가득 여행은 오롯이 우리 부부, 특히 나를 위한 여행이다. 그 모든 시간과 순간들이 오롯이 나의 취향을 위해 쓰이는 그런 꿈같은 여행. 언제 이렇게 여행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만으로도 행복한 기분이 든다. 아마 비용과 시간에 대한 제약 없이 마음껏 꿈꿀 수 있어서 더 그런 것일지도.



당신의 꿈의 여행지는 어디인가?

어디로 가서, 무엇을 보고 느끼며,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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