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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확행 Nov 02. 2023

늦은 밤까지 일하는 그대에게

수고했어요, 오늘도.

저녁 9시가 훌쩍 넘은 시간입니다.



혹시 아침 8시 40분부터 지금까지 일하고 계신가요?

예정되어 있던 야근인가요, 갑작스러운 퇴근 실패인가요?

컴퓨터와 책상 위에는 콘트라베이스를 선두로 고카페인 커피캔들이 줄 지어 있나요?

사무실 커피메이커로 내린 아메리카노로는 도저히 대적할 수 없는

까다롭고 복잡한 업무의 연속이지 않을까 감히 짐작해 봅니다.

@unsplash






영업 마감시간이 다가오는데  아직 매장에는 손님들이 가득한가요?

매장 청소도 해야 하고, 정산 마감도 해야 하는데 말이죠.

손님들이 필요한 물건만 빨리 골라서 후닥후닥 나가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당연하게 드는

매우 피곤한 목요일 밤입니다.

2시간 전. 쓰다만 제품을 가지고 와서 반품해 달라고 행패를 부리던 진상고객을 상대하느라

매장 뒤편 창고에서 늦은 저녁으로 먹었던 편의점 도시락이 아직도 체기로 남아 있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아직도 수업 중이신가요?

오후 3시부터 지금까지 화장실도 못 가고 계속 수업 중이신가요?

저녁 공강시간에 마침 걸려온 걸려온 급한 학부모 상담 전화 때문에

동료 선생님께서 사다 주신 이탈리아 비엠티는 뜯어보지도 못하셨죠?

예상치 못한 긴 통화로 목소리는 잠기고,

워터렌즈라고 했지만 렌즈 아래 안구는 속절없이 메말라 가고 있을 선생님의 컨디션을 떠올려보니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옵니다. 휴우.


 



그래도 우리 조금만 힘을 내 보아요.

어서 퇴근해서 집으로 가요.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깨끗하게 머리를 말리고

무겁디 무거운 몸뚱이를 이불 위로 던집시다.

뽀송한 이불에 얼굴을 묻고

오늘 하루도 수고한 나를 조용히 토닥여 주어요.


수고했어요, 오늘도.


@unsplash


덧붙여)

꼭 보고 싶은 것도 없으면서 뭐 볼 거 없나 넷플릭스 뒤지기 없기.

쇼츠 영상 무한 스크롤에 낚여 12시 넘기기 없기.

따뜻한 카모마일 차 한잔 마시고 어서 잠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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