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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박탄호 Oct 09. 2021

무명작가의 글쓰기

이름 없는 삼류 작가는 이렇게 글 쓴다. 






무명작가의 글쓰기



번뜩이는 창의력과 짙은 감성, 찰진 표현력이 부족하다. 작가로서의 재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괜찮다. '노력하는 천재'를 따라잡진 못해도 평균 이하를 벗어날 방법은 있다.



바로 기본이다. 세상사 그러하듯 기본이 탄탄하면 쉽게 안 무너진다. 글도 마찬가지다. 맞춤법과 문법을 비롯해 몇 가지 토대만 지키면 중간은 간다. 그렇다면 무명작가가 생각하는 기본이란 무엇인가.





1. 글 쓰는 목적을 명확히



 '글 쓰는 목적'을 명확히 하자. 설득, 표현, 전달, 주장 등 기록해야 하는 이유를 구체화하자는 뜻이다. 이를테면 내게 글쓰기란 소통과 전달이다. 따라서 한글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하는 글을 쓰는 데 초점을 맞춘다. 




https://blog.naver.com/inb4032/221770288659



2. 구체적으로 쓰기



몇 해 전, 블로그에 경상남도 산청군과 창원시 '관광 안내판 실태'를 소개했다. 위 포스팅에서 언급한 대로 안내판에 실린 글은 엉망진창이었다. 난해한 단어와 가독성이 떨어지는 표현, 향토 사학자들이 쓴 어려운 글을 최소한의 감수와 교정도 없이 붙여 넣기 한 탓이다.





블로그 포스팅이라면 모를까 '국민의 역사 이해' 목적으로 설치한 관광 안내서는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하는 문장이어야 한다. 역사학자들만 알 법한 거창하고 화려한 용어는 필요 없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자기만족으로 쓰는 글이라면 모를까, 남에게 소개하는 글이라면 최대한 쉽게 써야 한다. 따라서 글 쓰는 목적을 세운 후 구체적으로 적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 ) 화개 장터 유래 안내판



섬진강 수운이 문을 열었던 그때부터 영남과 호남을 잇던 이곳에 사람이 모였고, 요새로 단장되어 화개관이라 불러진 삼한시대에 상터 구실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화개장은 1726년에 번성기를 맞아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시장이 되었고, 객주의 오고감이 끊이질 않았으나 교통과 유통구조 발달로 쇠퇴하기 시작하였다.
영호남인이 어우러져 정감이 가득하고 김동리 소설 '역마'의 배경이며, 조영남의 노래 '화개장터'로 널리 알려진 이곳. 1997년부터 4년에 걸쳐 옛 모습을 복원하여 장을 세우고 유래를 적어 지나가는 길손을 불러 여기가 화개 장터임을 알린다.




###



위 글은 화개 장터 길목에 자리한 시장 유래 안내판이다. 많은 이야기를 실은 듯 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두리뭉실한 서두로 장터의 '오랜 역사'를 드러내고자 한 바는 알겠으나 안내판에는 걸맞지 않은 문장이다.  게다가 전문성도 결여했다.




먼저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에 언제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는지.'를 알리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또한 삼한시대에 '화개관'이라 불린 역사적 근거는 무엇이며 '상터'(교역소, 상업 지구 정도로 썼지 싶다.)는 무슨 의미인가. 나아가 1726년에 '시장'이 번영한 '역사적 계기'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교통, 유통 구조 발달과 '화개 시장의 쇠퇴'는 무슨 연관성을 갖는가? 이를 설명하는 게 '안내판'인데 윗글에는 필요한 정보가 부재하다. 




(물론 고등 교육에서 국사를 배운 사람이면 18세기에 걸친 상업경제 발달이 '시장의 번영과 관계' 하며, 조선 말기에 증기선과 철도가 등장하면서 나룻배가 오가던 시장이 쇠퇴했음' 정도는 유추 가능하지만... 더욱 쉽고 정확하게 써야 한다.)






3. 쉬운 단어와 문장



대체 어떤 이유로 저런 글이 나왔을까? 어려운 단어와 난해한 문장이 '있어 보인다.'라는 착각과 '안내판의 목적'을 잊은 '두리뭉실함'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관광 안내판은 사실 및 지식 전달을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초등학생도 쉽게 읽고 이해하는 '문장'을 실어야 한다. 비단 안내판뿐만 아니라 교양서적이나, 에세이와 같이 대중이 읽는 모든 서적은 읽을 사람을 고려해 '가독성'과 알기 쉬운 문장 작성에 힘 기울여야 한다. 








4. 군더더기 최소화



군더더기도 줄여야 한다. 장황한 문장과 부자연스러운 어투, 쓸데없는 형용사는 생략하자는 말이다. 아래 문장은 몇 해 전에 읽은 『부의 지도를 바꾼 회계의 세계사』에서 발췌한 내용 일부로 어색한 일본어 번역체와 군더더기가 많았다.



이케아(IKEA)라는 유명한 가구회사가 있다. 이케아를 많은 사람들이 스웨덴 회사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이케아는 네덜란드의 비공개 기업이다. 분명히 스웨덴에서 세워졌지만 현재는 네덜란드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


다나카 야스히로 지음/황선종 옮김(2019), 『부의 지도를 바꾼 회계의 세계사』, 위즈덤하우스. 中에서



만약 나라면...




➡ 이케아(IKEA)라는 유명 가구회사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스웨덴 회사라 생각하는 글로벌 회사는 사실 네덜란드 비공개 기업이다.




정도로 줄이고 바로 다음 문장에 스웨덴에서 네덜란드로 본거지를 옮긴 이유를 설명할 것이다.






5. 조사 '-의'



이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다. 그중 가장 큰 '오류'는 일본어에서 비롯한 조사 '-의'의 남발이다.




예)


중세가 끝나갈 무렵, 과학이 진보하자 가톨릭 교회는 조금씩 권력을 잃어갔다. 신의 시대에서 인간의 시대로의 이행은 교회의 권위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중세 말기, 상인 세력을 등에 업은 왕권이 강화하는 과정에서 가톨릭 교회의 권위가 축소했다.





6. 주어와 서술어 호응을 지키자.



한때 '차기 대선 주자'로 이름 떨쳤으나 '성추문'으로 몰락한 정치인이 있다. 선한 인상과 학문적 소양을 갖춘 그는 종종 대중매체에 출연해 '정책'과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그를 볼 때마다 이상하리만치 답답했다. 말이 장황한 탓에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지 않았다. 그가 이러한 실수를 반복한 데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긴 호흡이다. 몇 문장으로 나눠야 할 이야기를 하나로 이으려니 말하는 사람도 힘들고 듣는 사람도 지쳤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었다.




'00 정권 10년간 서민 경제는 등한시하고 부자감세와 종부세 개편 등으로 대기업과 기득권에 특혜를 몰아준 덕에 자영업자는 도산하고 서민 경제가 나빠졌는데 이 와중에도 정부는 국민들 생활에는 관심이 없고 기업은 세계 경제 핑계 대며 돈을 안 풀고 있고 언론은 '경제적 분배'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고 있다.



혹은...



왜냐하면 - 때문이다.로 끝나야 할 문장을 '왜냐하면 blah blah, 어쩌고 저쩌고, なんちゃらかんちゃら'다'로 끝내는 일도 많았다.





7. 단문



6번에서 언급한 문제는 '단문'으로 해결 가능하다.




지난 10년 xx 정부는 서민 경제를 등한시했습니다. 정부가 부자 감세와 종부세 개편 등으로 기득권에 '부'를 몰아주는 사이 빈부격차가 심화하고 많은 자영업자가 도산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답이 없고 기업은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여기에 언론은 한술 더 떠서 '분배'를 주장하는 세력을 '빨갱이'로 배척합니다.




8. 소리 내어 읽기



작성한 문장을 소리 내어 읽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다. 눈으로 볼 때는 '괜찮았던 문장'도 이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예)



도장의 역사는 이토록 오래되었으며, 6,000년도 더 이전에 메소포타미아 남부의 수메르 사회에서 도장이 출현했다. 도장은 일족 또는 개인의 재산이 축적된 시기에, 사적 소유권의 상징으로 필요해졌다고 여겨진다.




수정본



➡ 약 6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수메르 사회에서 세계 최초의 도장이 출현했다. 도장의 기원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개인 재산 발생과 함께 사적 소유권'을 분명히 하기 위해 탄생했다.'라고 하는 설이 유력하다.



(글쓴이께 죄스러운 마음에 책 출처는 비공개.)




괜찮은 책이었는데 가독성이 아쉬웠다. 탈고, 윤문 작업 때 몇 번 소리 내어 읽어봤더라면 더 좋은 글이 탄생했을 텐데 안타까웠다. 그런 의미에서 기록 후에는 최소 2-3차례 소리 내어 읽어보자. '호흡'과 '가독성' 확인이 가능하다.







9. 지나친 피동 표현은 자제 (Feat. 이중피동)



이어 피동형이다. 설명에 앞서 두 가지 정의를 소개한다. 주어가 직접 동작이나 행위를 하는 것을 '능동'이라 한다. 반면 주어가 다른 주체에게 특정 동작을 당하게 되는 것을 '피동'이라 부른다. 능동성을 가진 우리말 특성상 '피동'은 가급적 자제하는 게 맞다. 아예 안 쓸 순 없지만 '지나친 남용과 이중 피동 사용'은 가독성 저하를 낳기에 조심해야 한다. 



*이중피동 ➡ 두 개의 피동 표현을 동시에 쓰는 것


ex)


1. 예년에 비해 2.4%가량 성장할 것으로 보여진다.


2. 조속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또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어질 것이다.


3. 국민 세금이 허튼 곳에 쓰여지고 있다.


4.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회복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해결책이 짜여져야 한다.




위에 쓴 4가지 예시가 이중 피동문이다. 얼핏 보면 그럴싸한데 좋은 문장은 아니다.




➡ 전년 대비 2.4%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 조속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같은 사고가 반복할 것이다.

➡ 국민 세금이 허튼 곳에 쓰인다.

➡ 정부 주도 하에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짜야 한다.)




몇 가지 사례를 더 추가하자면




'일본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이상 코로나19 유행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코로나19로 인한 대량 실업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정부의 조속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



와 같은 문장이 있다. 이들은 아래 문장과 같이 고치는 걸 어떨까?



➡일본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한 코로나19의 유행은 계속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한 대량 실업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조속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물론 지금까지의 주장이 '일절 피동 표현을 쓰지 말자.'라는 뜻은 아니다. 이따금 피동 표현이 자연스러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나친 피동 표현은 가독성에 악영향을 미치기에 자제할 필요가 있다. 




10. 반복



같은 단어나 접속사를 반복 사용하는 것도 피하자. 어떤 사례를 나열할 때 '그리고'라는 접속사가 나오면 다음에는 또한, 아울러, 나아가 등으로 바꿔 사용하자는 말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지칭 대명사'를 사용해 특정 단어의 반복을 피하는 것도 무명작가의 글쓰기 포인트다.




11. 생각은 그때그때 기록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 '영감'을 놓치지 말자. 생각날 때마다 기록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예쁜 수첩에 '영감 노트'라 적을 필요도 없다. 평소 자주 쓰는 수첩이나 공책이면 충분하다. 휴대폰 메모장도 괜찮다. 아울러 휴대폰 녹음기도 '영감'의 증발을 막는 좋은 수단이다. 




또한 '쓰고 읽기'를 일상화하자. 앞서 언급한 대로 나 같은 모지리는 죽어도 김영하, 김초엽, 김애란 등 노력하는 천재를 못 이긴다. 예상컨대 평생 3류 작가로 살다 사라질 것이다.  다만 꾸준히 쓰고 읽음으로써 평균 이상 글쓰기는 가능하다 믿는다. 따라서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그때그때 기록하려 한다. 기억은 일시적이지만 '문자'는 영원하기에.  




그밖에



-하고 있다 / -할 수 있다. 표현 피하기

-에 관한, -에 대한, -를 통한 남용 금지

-독서와 라디오 청취 등으로 단어, 문장 수집

-혐오와 분노 자제




등... 여러 규칙을 세워 글을 쓰는 것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것저것 다 신경 쓰다 보면 맛깔난 글이 안 나온다. 따라서 먼저 기록한 다음 천천히 '탈고'하는 과정을 추천한다.




정리


1. 당신은 왜 글을 쓰는가

2. 구체적으로 쓰기

3. 쉬운 단어와 문장

4. 군더더기 최소화

5. 조사 '-의'

6. 주어와 서술어 호응을 지키자.

7. 단문

8. 소리 내어 읽기

9. 지나친 피동 표현은 자제 (Feat. 이중피동)

10. 반복

11. 꾸준히 기록하기


그밖에...







마침


이상으로 '무명작가'가 글 쓰는 방법을 마칩니다.  글 쓰는 취향은 개인차가 있음에 '아 얘는 이렇게 쓰는구나... '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 불쾌함을 느끼셨다면...  '댓글'대신 마음속으로 '네가 그러니까 삼류 작가밖에 못 되는 거야. 브런치에 글을 17개나 올렸는데 구독자가 38명 밖에 안 되는 거 실화? ㅋ 평생 그리 무명으로 살아라.' 라 욕 한 번 한 다음 창 닫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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