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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배 Jan 13. 2021

10년 전 젊은이들의 7가지 질문.

제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었다.

지난주 처음으로 혼자 운영해 본 독서모임, ‘일요독서회’의 첫 모임이 있었다.

2017년부터 지인이 꾸준히 운영해왔던 모임이지만, 코로나의 여파로 작년 한 해 중단되었다.

생각을 공유하고 싶은 갈망이 사라지지 않아 최초 창시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포맷을 빌려,

혼자서 온라인으로 사람을 모아 화상회의로 진행했다.

손수 제작한 모집 포스터


3개월 간 총 4권의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는다.

사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는다.”는 기획은 작년에 이미 시도했다.

코로나로 중단되기 이전 마지막으로 진행했던 기획이었다.


회차를 조금 바꾸어 4권을 또 읽어보기로 했다.

나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정말, 정말 좋아한다.

시도의 ‘다양성’이 사랑스럽다.


대체로 다루고 있는 주제가 일관되지 않으며,

일반적 서사를 따르지 않고,

범상치 않은 소설적 시도와 때로는 기괴하고 기이한 문학적 형식들.


소설은 명확히 답을 제공할 때보다, 훌륭한 질문을 던져줄 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에 모임을 가지며 읽었던 2011년 제2회 작품집 역시, 젊은 작가들이 던져준 7개의 질문은 아름다웠다.


편한 생각 회로에서 벗어나,

다소간 불편하지만 호기심 어린 두뇌의 회전을 느끼게 해 준 이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물속 골리앗] - 김애란

작가는 소설 속에 아이를 버려 두었다.

모든 것을 잃고도 아이가 기억해야 할 것은,

거친 물 바다에서도 그에게 ‘골리앗’만큼 큰 존재감을 가진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였다.


수많은 거대한 이슈에도 잊어서는 안 될 사회 속 많은 작은 ‘존재들’.

작가는 큰 재난을 통해 이를 설명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누구에게나 잊어서는 안 될 소중한, 그들에게는 ‘골리앗’ 같은 이름이 있다는 사실 말이다.



[여름] – 김유진

과거로 묘사된 여러 환경, 배경들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작가가 겪었던 그녀의 주변 환경이었다.

지극히 혐오하는 벌레, 먼지, 기침, 몸짓 등은

모두 작가가 변변치 않은 환경에서 글을 쓸 때 보았던 것들이다.

이 관점에서 주인공 Y, B는 결국 같은 사람. 작가의 두 자아가 아닐까 생각한다.


멀끔하지 못함에 익숙한 B, 애써 모른 채 고급함을 유지하며 글을 쓰는 Y.

사이에 나오는 인터뷰들까지.

억지로 잊으며 현실적 만족을 추구해가는 작가의 고뇌가 느껴졌다.

본질적 의식과 의미를 억지로 찾아내려고 해도,

현실적 ‘상쾌함’에 이끌리는 불쾌한 작가의 뇌 속으로 빠지는 것 같았다.

지향점은 보이지만, 주변에 예민하게 이끌리며 흐름을 벗어나는 작가를 말이다.



[이반 멘슈코프의 춤추는 방] – 이장욱

이반 멘슈코프는 한 남자가 꿈에서 사랑하는 소녀에게 살해당했고, 실제로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죽게 되었다는 호러 소설로 스타가 된 작가다.

그가 자취를 감춘 방에 ‘나’는 도착한다.

방은 말 그대로 춤을 추고 방을 소개해 준 안드레이는 갑자기 음흉하다.

‘나’는 꿈에 있는지, 현실에 있는지 모르겠다.


이장욱이 실제로 방문했던 러시아의 풍경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다.

꿈과 현실의 묘한 경계에서 진행되는 기묘한 이야기는 마치 작가가 쓴 작품(꿈)과 작가의 본질(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가치관이 미묘하게 드러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한 땅이 러시아였다는 사실에 더욱 음산하게 공감했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오늘은 참으로 신기한 날이다] – 김사과

처음부터 끝까지 분노로 차 있는 이야기이다.

일어난 사건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으나,

그가 벌인 잔인한 분노의 인과는 언뜻 이해가 된다.

아니 그 심정이 꽤나 잘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된다.


우리 속에 숨은 지독한 잔인함, 분노에 대한 극한의 표현과 그 행동의 적극적 합리화를 위해 노력하는 작가의 모습이 느껴졌다.

분노의 정당화를 세심하게 ‘설명’하고 위로하는 소설이란 느낌이었다.



[허공의 아이들] – 김성중

두 명의 아이들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투명해졌다.

세상은 점점 허공으로 떠오른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속도보다 더 빨리 세상이 하늘을 향해 성장한다.

죽고자 하는 소녀, 살고자 하는 소년.

살아야 할 의미를 잃어가는 소녀는 점점 투명해진다.


이 소녀가 과연 불가피하고 안타깝게 의지를 잃어 사라진 것으로 보아야 할까?

난 이 소녀가 바라는 또 다른 세상을 향해 좋은 ‘의지’를 가지고 갔다고 생각한다.

선택의 옳고 그름 및 아이들의 대립 구도와 ‘사라짐’에 집중하기보다,

아이들이 더 아름다운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남겨주지 못하고 커버린 세상에 집중이 필요할 것 같다.



[너의 변신] – 김이환

기술적 진보에 대한 인간의 탐욕은 진정한 ‘자아’를 남겨 놓을 수 있을까.

마음대로 고칠 수 있는 우리의 신체는 과연 나의 일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까.

다소 고질적인 고민이자, 많이 논의되어 온 이 주제에 대한 참신한 고민이 느껴졌다.


우리가 퍼즐처럼 신체를 조합할 수 있게 되고,

심지어는 우리의 생각마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조합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과연 그것이 옳은 진보의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할 수 있을지.

유난히 질문과 의문형의 문장만 많이 남게 되는 소설이었다.

진짜로 세상이 그럴 것도 같고, 설마 그렇지 않을 것도 같아서 그렇다.



[떠떠떠, 떠] – 김성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더듬을 배웠다.

마지막 소설에서 이토록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끊임없이 꿈을 꾸는 이와 말을 할 수 없는 이의 사랑.


관심 어린 시선조차 너무나 큰 상처가 되는 이들은 정말 마음으로, 그리고 몸으로 사랑을 한다.

인형 탈을 쓰고 바둥거리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사랑해’라는 말을 위해 50개가 넘는 음절을 뱉어내는 남자의 모습은 눈물을 멈출 수 없게 했다.

정말 사랑스러웠다.






어떤 작품이 좋았다고 고르기에는,

젊은 작가들의 7가지 고민이 하나 같이 애절했다.


2011년의 그들은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았던 것도 같고, 외모지상주의가 두려웠던 것도 같고,

커다래지는 현실적 욕구에 고뇌했던 것도 같다.


하지만, 이런 해석으로 파악할 수 없는 그들의 섬세함이 분명 더 클 것으로 생각한다.

감히 몇 번 책을 넘겨보았다는 자격으로 작품들의 평가나 해석을 쉽사리 하지는 못하겠다.


세밀하고 감동적인 질문들을 던져준 작품들에 감사하며 다음 독서모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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