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제 3 의 고향!
저는 이인배 라고 합니다. 가입은 해 두었는데 이제서야 첫 글을 쓰게 되었네요.
간단한 소개를 하자면, 컴퓨터를 전공했고 미국에서 10년 넘게 살았던, 개발자 출신의 투자자 입니다.
지금은 한국에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일을 케이큐브벤처스에서 하고 있어요.
(그 간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보따리 풀겠습니다. ^^)
아무튼 저는 기술적이고 신기하고 재미있고 진지하고 유의미한 그 모든 것들을 좋아합니다. 각설하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거의 3년을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올해 6월에 미국 친구들의 결혼식을 위해 서부로 다시 여행을 갈 계기가 생겼습니다.
가는 김에, 몇 년만에 다시 조우하는 친구들이 무엇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를 엿보기 위해,
많은 약속을 잡아서 사람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물론 간 김에 실리콘밸리에 진출해 있는 케이큐브 패밀리사도 만나고 왔지요!)
액션스포츠의 대명사가 된 고프로는 샌프란시스코에서 30 마일 정도 떨어진 산마테오 (San Mateo) 시 중심에서 조금 남단에 위치해 있습니다. 고프로 본사와 주차장을 같이 쓰고 있는 옆 건물의 SolarCity 는 얼마 전 Tesla Motors 의 Elon Musk 가 $2.8B 의 인수 제안을 한 것으로 조금 더 세간에 알려진 가정용 대체에너지 회사이고, 또한 그 외에도 주변에는 Delicio.us, Marketo, SnapLogic (PaaS), Edmondo, Sony Entertainment/Playstation Network, Movidius 등의 회사들도 포진되어 있다고 합니다.
샌프란시스코로 들어 오자 마자 공항에서 바로 렌트카를 빌려서, 산마테오로 달려 갔습니다.
친구를 기다리며 로비에 준비되어 있는 전시관을 둘러 보니, 고프로가 장착 되어 있는 레이싱카와 스포츠바이크도 전시되어 있는 것을 구경했는데, 잘 찾아 보시면 고프로 액션캠이 어딘가에 달려 있습니다.
레이싱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관도 하나 구비되어 있더군요.
하드웨어 회사라서 보안을 이유로 사무공간을 구경하지는 못했지만, 어쨌거나 몇 년만에 다른 위치에서 서로 만난 친구 Magnus 는, 현재 고프로가 준비 중인 Karma 드론을 총괄하는 프로덕트 매니저로 뽑혀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하지만 애사심은 넘치는 녀석 입니다.
고프로가 진행하고 있는 드론 사업에 대해서 솔직히 토로하는 것이, DJI 등의 중국 업체들이 드론 시장에 너무 빨리 잘 뛰어 들었고 높은 점유율을 빨리 차지해 버려서, 고프로는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자기네가 만들고 있는 제품은 스스로 봤을 때 남들과 경쟁해 볼만 하다고, 좋을 거라고 하더군요.
군용을 제외한 상용, 민간용 드론 관련 산업이 커지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다 보니, 아직 미국 FAA 에서도 최근에서야 관련 규제를 신설하는 등, 아직 시장 성장과 기술 발전의 가능성은 여지가 많아 보이는 유망한 분야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산업용, 레이싱용 드론 같이 범용 드론이 아닌 특수목적 드론 제품들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고프로의 최근 카메라 관련 매출이 주춤하고 있다고는 하고, 또 초기 멤버들도 슬슬 엑싯을 하거나 이직을 시작하였다고 해서 회사 분위기도 초반 같지는 않은 부분도 있다네요. 상장까지 하고 역사가 14년이나 된 회사이다 보니 성숙기에 접어 든 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타이밍이라, 더욱 더 드론사업부에 대한 내/외적 기대치가 매우 높다고 하면서, 연말에 출시 될 예정인 Karma 를 주목해 달라고 당부 받았습니다.
(드론 하나 주면 안잡아먹지)
(펌웨어 엔지니어가 매우 절실히 필요하다고 하니, 개발과 아웃도어 스포츠에 관심 많고 실리콘밸리에서 생활해 보고 싶은 분들은 한 번 도전해 보셔도 되지 않을까요! 저런 테슬라를 몰고 다닐 수도 있을 지도...)
임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로비 입구에서 약 10m 떨어진 곳에 빨래 수거함이 놓여 있었습니다. 유료로 서비스 해 주는 PurpleTie 라는 업체가 있나 봐요. 사용법은 세탁물을 가져 와서 넣어 놓으면 끝나는 식으로 매우 간단한 것 같네요, 매일 아침 직원들의 동선을 줄여 주기 위해 출근길에 통째로 세탁물을 담아서 가져 올 수 있도록, 또 세탁서비스 수거함의 위치도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신경 써 주는 회사 마인드가 좋아 보입니다.
바로 옆 동네에서 오후 5시에 열린 KOTRA x KVIC 주관 행사에 시간 맞춰 가려고 했는데,
실은 입국하는 비행기가 많이 연착 되는 바람에, 약속도 밀렸었고 결국 행사장에는 늦게 도착을 했습니다.
그래도 저녁 약속 전까지 잠깐이나마 구경을 하러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Hero City 는 Draper University 소속의 협업공간 이고, 내부 전경은 입주자들이 너무 열심히 일을 하고 계셔서 제가 사진을 찍지는 못 했지만, 여기 공식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시면 어떻게 멋있게 벽화를 꾸며 놓았는지를 아실 수 있습니다. 눈에 확 들어 오더군요.
참고로 Draper U. 는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 가문으로 유명한 Draper family 의 3대손인 Tim Draper 가 설립을 한 학교 입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창업과 창업투자 역사 자체가 오래 되어 벤처투자자 가문이라는 것도 존재한다는 것 자체도 멋지고, 또 entrepreneurship program 전문 학교를 세워서 운영한다는 것 또한 멋지죠. 인당 입주비는 월 400불 정도인 것 같은데, Bay Area 시세 치고는 싼 편인 것 같네요.
행사장이 지하에 있어 내려 가다 보니, 왼편에 Boost VC 사무실이 있었습니다. 여기는 VR 그리고 Blockchain 기술에 집중해서 투자를 하는 편으로 알려져 있고, 호주의 멋진 8i 라는 가상현실 기술업체에 투자를 한 전적도 있죠. 8i 는 아주 재미있는 회사라서, 한 번 찾아 보세요~
이벤트 홀에 들어가 보니, 열기 넘치는 발표 진행이 되고 있었습니다. 약 3분씩의 발표 시간이 주어 졌고, 2분 정도 심사 패널의 Q&A 가 진행 되는 포맷이었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시느라 KOTRA Silicon Valley 지사 분들과 KVIC 분들이 고생 많이 하셨으리라 생각 되었습니다. 주변을 둘러 보니 양복을 입으신 중소기업청 분들도 출장을 나오신 듯 했고, 또 낯익은 회사 로고들과 대표님들의 얼굴도 꽤나 보였습니다.
제가 마침 케이큐브 패밀리사인 스트라티오 Stratio 의 발표 차례 몇 분 전에 도착을 해서,
RippleBuds 의 발표 마무리를 잠깐 듣는 것으로 땀을 식히며 다음 경청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형 대표님 화이팅! 앞 팀도 그렇고, 3분이라는 시간 안에 회사 소개 및 사업 내용을 전부 다 설명하기에는, 준비해 오신 자료 모든 페이지에 대한 소개를 한 마디 씩만 하시는 걸로 끝나게 생겼습니다. 숨 넘어갈 정도로 빠르게 발표를 마치셨어요. 박수!
스트라티오에 대해 짧게 소개 드리자면, 근적외선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제작하는 기술을 가진 회사이고, 사무실은 산호세 San Jose 에 위치해 있습니다. 비침투식 검사/검진을 할 수 있도록 특수한 능력을 가진 단파적외선 (SWIR, Short Wave Infrared) 을 감지해 주어서, 예를 들면 사과 속이 썩었는지, 특정 사물의 내부 heat map 을 잰다던지, 아니면 (대표님이 행사 때 자주 언급하시는 ㅋㅋ) 비아그라 알약의 진품과 가품을 구별할 수 있도록 분광 측정을 해 준다던지 등, 아주 다양한 활용도를 자랑하는 멋진 미래지향적 기술을 개발하셨고, 그 것을 바탕으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LinkSquare 라는 handheld device 를 곧 출시 예정에 있습니다. 프로토타입을 2016년도 CES 에 출품도 하셨었구요!
대표님과는 따로 점심식사를 하기로 약속 드리고, 저녁 약속을 향해 바로 이동했습니다. 가는 길에 동선이 또 잘 맞아서,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유산인 애플 신사옥을 차를 타고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진짜 UFO 같아 보일지 매우 궁금하기도 했어요. 과연?
제가 애플을 다녔던 2008년 소싯적 시절에는 모든 건물들이 Infinite Loop 근처에 모여 있었는데, 직원 수가 계속 급증하면서 결국엔 저렇게 크게 확장이전이 필요한 시점까지 왔네요. 회사의 내부 분위기도 예전의 그 nimble 한 느낌 보다는 상당히 많이 대기업 스러워졌다고 하니... 세월이 무상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잡스 형님은 그립다...)
가까이서 보니 너무 광대해서 인지, 원형 footprint 를 지닌 건물 같은 느낌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완공되고 나면 꼭 방문해서 저 건축물의 중심에서 파노라마 사진을 한 번 (아니, 두 번이겠네요) 찍어 보렵니다.
(참, 저는 전부터 공사 현황을 여기에서 계속 진척도를 모니터링 해 왔습니다. 어느 착한 매니아께서 bird-eye view 사진을 계속 모아서 텀블러 블로그에 올리시더군요. 짱!)
마지막으로, 고맙게도 하루 재워 준 쿠퍼티노의 친구네 집에서 바로 Nest thermometer 의 실제 사용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모양은 참 이쁘고, 또 매우 두꺼운 편이기도 했습니다.
친구 말로는, 다 좋은데 본인 아파트와 100% 호환 되지는 않는 (나름 치명적!) 문제가 있다고 해요. 중앙 냉방 시스템과 연동이 되지 않아서, 난방은 잘 조절이 되어 밤에는 문제가 없는데, 냉방기를 틀 땐 Nest 가 소용이 없다고 해요. 이런 불쌍한! 예전 동료들이 네스트에 잔뜩 몰려 가서 일하고 있는데, 민원 넣어 줄게 친구야.
스크롤 압박을 고려해서 1편은 여기까지 쓰는 걸로 하고,
2편과 3편은 나중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