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마음을 적어 보내요, 메리 크리스마스!

2020.11. 당신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by 틂씨





연말이 다가오는 시간은 늘 생경하다. 어떻게 또 한 해가 갔지. 게다가 2020년 올해는 더더욱 유별났으니까. 사람들은 무슨 말만 하면, It's 2020.(2020년 이잖아) 하며 샐쭉하게 답했다.


아직은 연말이라기엔 조금 이르지만, 유럽에서 크리스마스는 연중 가장 큰 행사이자 휴일이므로 찬바람이 불 때부터 각종 상점들은 윈도우 디스플레이와 판촉에 애를 쓴다. 특히나 지금 유럽은 부분적인 락다운(ㅣockdown)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대대적인 행사가 열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행도 갈 수 없고 가까운 친지를 만날 수도 없는 사람들은 대신 집안을 꾸밀 무엇인가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아니면 가족에게 보낼 선물을 사거나. 일반 중고 물품 가게에도, 슈퍼마켓에도, 크리스마스용 물품들이 잔뜩 들어 찼다. 빨갛고 초록색이거나 아니면 흰색 혹은 금빛으로 반짝이는 물건들.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은 요즈음엔, 주로 산책을 다니거나 번화가에서 윈도우 쇼핑을 하곤 한다. 매년 비슷하지만, 또 새로운 상품들로 매장이 가득 차 있는 걸 보면 반짝거리는 기분이다. 하지만 예쁘다고 해서 그게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지. 크리스마스 트리에 다는 오너먼트들이 다양하게 화려함을 뽐내고 있지만, 그걸 달 만한 트리가 없는 사람은 그저 구경만 할 뿐이다. 그러고 보니 벌써 카드도 잔뜩 나왔네.






크리스마스에 뭔가를 챙기려는 마음은 크지 않지만 지인들에게 연하장을 겸하는 간단한 엽서나 카드를 쓰는 것은 매년 거르지 않고 해왔다. 언젠가는 손으로 만든 카드를, 언젠가는 시리즈로 된 엽서를 사서 돌리기도 했지만, 어느 해에는 오직 가족에게만 카드를 썼다. 카드를 쓰는 것은 생각보다 꽤나 시간과 품이 드는 일이라, 선택의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누구에게 쓸지, 누구까지 준다면 누구는 보내지 않는 편이 좋을지 같은 마음들, 가족까지 하면 총 몇 장이 되겠구나 하는 계산들. 생각나는 사람에게 맞는 카드를 고르는 일 또한 시간이 든다. 늘 가장 예쁘고 고급스러운 카드는 동생과 엄마 몫이었다. 카드에는 그냥 그때그때 생각나는 말들을 적었다. 딱히 쓸말을 정해두지 않아도 막상 펜을 들면 글은 쉽게 써졌다. 함께 사는 가족에게는 몰래 숨겨 두는 스릴을, 멀리 사는 친구들에게는 부러 만나는 기회나 혹은 우편으로 맞이 할 설렘을 담아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시간과 카드의 퀄리티 중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눈앞에 있는 카드가 딱히 예쁘거나 특별하지 않아도 지금 산다면, 내용을 생각하고, 펜으로 글씨를 눌러쓰고, 또 일일이 주소를 물어, 우표를 붙이고 다시 우체국/혹은 함을 찾아 보내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럼 아무리 코로나로 세계의 국제 우편 시스템이 엉망이 되었어도, 크리스마스 전에는 한국에 도착할 것이다. 연말까지는 한 달도 더 남았으니까. 하지만, 올해 처음 본 크리스마스 카드가 가장 예쁜 것일 리가 없다. 발품을 팔아 돌아다니면 분명히 더 예쁜 카드를 찾을 수 있겠지. 선물까지 같이 보낼까.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는 데에 있다. 그러다 어, 어, 어, 하는 사이 진짜 연말이 될 테지. 그땐 이미 국제 우편으로 뭔가를 보내기엔 늦는 것이다. 몇 번이나 그렇게 시간을 놓쳤었다.


가장 예쁜 카드를 정해진 시간 안에 맞춰서까지 보낼 자신이 없다. 올해의 나는 이만큼이나 일찍 시간을 자각한 것을 칭찬하며, 처음 본 카드와 엽서를 그냥 샀다. 지금 당장 쓸 거야. 대단하거나 완벽하지 않더라도, 지금 생각난 이 마음을 담아서. 결국 카드를 동봉하여 알맞은 우표를 붙여 우편함에 넣는 데에는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4주도 더 남았으니까, 아무리 배송이 밀려도 연말 전에 도착하겠지. 별다른 이야기는 없어도, 영어가 찍힌 스탬프가 누군가에게 조금의 설렘이라도 줄 수 있다면. 그 정도가 내가 바라는 전부다.




언제 도착할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이른 마음을 적어 보냅니다.
당신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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