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 어떤 코로나 비극에 관하여
사람들이 점점 지쳐가고 있어. 벌써 코로나가 세계를 뒤덮은지 1년이 넘었잖아. 끝날 것 같다가도 다시 이어지는 이 상황이 도대체 몇 번째야. 내가 지친만큼 다른 사람들이라고 다르지 않겠지.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라는 것을 알아. 우리는 모두 지구적 차원의 재앙을 맞아 버텨나가고 있는 중이니까.
이건 그러니까 친구의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야.
작년(2020년) 크리스마스 때, 그러니까 몇 개월 지나지 않았지. 그때 일어난 비극이거든.
J와 V는 커플이야. 작년 겨울의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두 번째 락다운을 실행했고, 그래서 전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각자의 자리에 머무르게 되었어. 유럽의 크리스마스는 한국의 설이나 추석처럼 가족과 함께하는 명절이니까, 그들에게는 더 큰 의미로 다가왔을 거야. 각자의 부모님을 뵈려고 계획했던 하우스메이트들도 결국 집에 모여 우리끼리 조촐한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와인을 마시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어.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이 국경을 걸어 잠갔고, 막 영국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려오던 시절이었지.
다시 J와 V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그들은 영국 출신이거든. 그런 세계적인 비상 상황에서도 굳이 가족을 보겠다고 영국으로 돌아간 거야. 각자의 부모님에게 인사를 하고 함께 저녁을 먹고 좋은 시간을 보냈던가 봐, 그때까지는.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혹은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벌어진 거지. V의 부모님이 먼저 어딘가에서 코로나에 감염되었고, 덕분에 J와 V도, 그리고 J의 부모님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해. 당연한 일이지. 가족끼리 친밀한 시간을 보냈을 테니까. 아프기 시작한 후로 코로나 검사를 받았는데, 모두가 양성이 나와서 그들은 각자의 집에 격리되었어. 그런데 그 와중에 V는 음성이 나왔다고 혼자 네덜란드로 돌아왔대. (물론, 그녀는 얼마 간의 시간차를 두고 결국 네덜란드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되었지만.) J는 부모님과 영국에 격리되었고. 문제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각 부모님은 많이 아프셨고, 결국 양쪽 아버지들이 돌아가셨대. 이 모든 비극은 이번 크리스마스를 얼마 지나지 않고 벌어졌어.
아무도 그런 비극을 기대하지 않았겠지만, 그런 일은 실제로 벌어져. 국가적 재난 차원에서 사람들에게 그렇게 경고를 하고, 거의 모든 비행 편을 전부 캔슬시켰는데도, 굳이 기차를 타고 부모님을 만나러 갔던 거야, 그 둘은. 자신들은 괜찮을 거라고 믿고. 세상이 아무리 어떻다고 해도, 그게 보통 내 일이 될 확률은 무척 희박하다고 생각하니까. 그 일이 일어난 후로, 그 둘은 다른 사람들과 만나지 않고 조용히 숨듯 지내고 있다고 들었어, 아직까지는.
곧 4월이 지나면 봄이 오고, 해가 길어지고, 사람들은 점점 밖으로 나올 거야. 각 나라별로 상황은 다르겠지만 백신 접종도 어떻게든 진행되고 있겠지. 그렇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여전히 존재해.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J와 V에게 묻는다면 그들은 어떤 대답을 할까. 과연,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 알았다면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꼭 영국에 돌아가서 가족과 보내려고 했을까? 그들에게 지난 겨울은 어떤 트라우마로 남게 될까. 나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어.
나라별로 조금씩 다르겠지만, 한국에서도 여전히 올해 설에 많은 사람들이 국가 차원의 경고를 무시하고 어떻게든 '내 가족'은 괜찮다고 생각했다는 것을 알아. 전해 듣기도 했고, 실제로 벌어지기도 했지. 어쨌든 경계가 강화된 이후니까 한국까지 영국발 변이까지는 많이 전해지지 않았을지도 몰라. 다만, 누군가에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 결코 내 일이 될 수 없다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사람들이 좀 더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면 좋겠어. 당신 덕분에 당신의 소중한 누군가가, 혹은 다른 어떤 사람이 생명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 닿도록 느껴진다면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을 계속할 수 있는지.
이건 단지 바이러스 이야기가 아니야. 소수자나 장애에 대한 차별이나, 어떤 종류의 폭력, 세상의 그 어떤 일에도 해당돼. 당신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심코 흘려보내거나 경고의 사인을 무시했던 그 일이, 결국 당신의 곁으로 살면서 한 번은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정말 한 번만 다시 생각해봤으면 해. 그 생각을 했을 때도 지금 나의 행동과 생각이 정당한지 말이야.
어떤 비극은 그럴만해서가 아니라, 벼락이 내리치는 확률로도 생겨날 수 있어. 때로는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도 일어나기도 해. 솔직히 말하자면, 어떤 사람의 일생동안 비극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어. 그게 언제가 되었든. 그렇지 않아? 그러니까, 적어도 내 손으로 직접 비극을 만들어내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때로는 타인의 비극에도 기꺼이 손을 내밀어 줄 수 있기를 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