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s your super power?

당신만의 슈퍼 파워는 무엇인가요?

by 틂씨

당신만의 슈퍼 파워는 무엇인가요?

What is your super power?



안녕, 어쩐 일이야?!


엊그제도 만났던 D를 중앙역 앞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이 동네의 도시들은 아무래도 다들 규모가 작은 편이라, 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을 마주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우연들은 반갑다.




D는 예술을 몸으로 표현하는 퍼포머(performer)다. 하는 일의 이름만 들어도 나와는 확실히 다른 종류의 사람. 게다가 더치답게 직설적인 성격이라 인생에 망설임이라고는 가져본 적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그녀가 내게 안부를 물을 때마다 나는 망설이거나 무엇인가 핑계처럼 들리는 말을 자주 했던 것 같다. 보통 남이 뭐라고 답하건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지만 서로의 안부를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 친구는 내가 습관적으로 I'm good 이라고 답하지만 눈꼬리가 대답만큼 당당하게 웃고 있지 않거나, 멈칫하며 대답을 망설이는 순간을 늘 캐치하고 묻곤 했다. 근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근래에 직면한 고민이나 생활에 대해 결국 짧게라도 이야기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열등감이나 비교 박탈감, 사회적인 시선 같은 것들에 대한 감정들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게 된다. 그러고 나면 D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왜 그렇게 생각해? 모든 것은 맥락에 따라 다른 거야, 너는 남들하고 다르잖아. 라는 식으로 쿨한 답을 한다. 그러고 나면 나는 결국 응, 네 말이 맞긴 하지. 하고 입을 다물게 되는 것이다. 틀린 말이 아니라 더 이상 할 변명이 없으므로. 이것이 D와 나의 대화 패턴이다.




중앙역 근처의 자전거 보관소 앞이었다. 여기서 만나다니! 하며 깔깔대다 어쩐 일이냐고 묻기에 자전거 바퀴에서 자꾸 바람이 세서 타이어를 교체해야 할 것 같아서 왔다고 했다. D는 웃으며 H는 항상 공짜로 자전거 수리를 받아오던데, 한다. 응? 이게 무슨 말인가. 아니, 너 H 알잖아, 그녀가 천진난만하게 웃으면 사람들이 자전거를 종종 공짜로 수리해주고 그러던데?


H는 키가 작은 태국인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웃는 표정이 매력적이고 무척 사교적이라, 그녀가 활짝 웃으면서 뭔가 부탁하면 뭐든 다 해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드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면 사람들이 간단한 것들을 종종 공짜로 수리해주더라고 했다. 그것이 그녀의 슈퍼 파워 라며. 맞네, 그건 H만 할 수 있는 거야. 우린 안돼. 나는 결코 그녀 같은 능력은 없지. 하하.


What is YOUR super power?

그러다 D가 뜬금없이 그러는 너의 super power는 무엇이냐 묻는다.


Me? I don't know, do I have? I should find one.

글쎄, 나? 나는 잘 모르겠어. 나한테 그런 게 있나, 찾아봐야겠다.

Of course, everyone has their own super power. Let me see, yeah, you're courageous.

당연하지, 모든 사람은 하나쯤은 갖고 있어. 가만있자, 너는 용감하잖아.


응?!

내가 겁이 많은 편이며, 자주 불안에 떤다고 말하면 친구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타국에서 혼자 삶을 개척해나가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 스스로를 겁쟁이라 부르는 거야? 말도 안 돼!


그러면,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나는 용감할 때도 있지만 실은 겁나는 때가 훨씬 더 많은 걸? 하고 답한다.

그러자 또 망설임 없는 D의 대답.

아니지, 그러니까 넌 더 용감한 거야. 심지어 두려움이 있는데, 그걸 극복하고 애쓰는 중이잖아. 이 먼 곳에 와서.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겁나는 것을 극복하기까지 했으니, 너는 두배로 용감한 거지.

이쯤 되면 나는 또 할 말이 없어진다.

맞네. 하하. 그거 알아? 너의 슈퍼파워는 이거야. 사람을 설득시키는 능력. 나는 네가 말할 때마다 바로 설득돼. 고개를 끄덕이고. 네가 말하고 나면 더 이상 핑계를 댈 말이 없어지거든.

D도 동의했다.

하하하, 맞아. 사실 내가 그런 편이긴 하지.


지나가는 길에 만난 친구와의 짧은 대화였는데, 자꾸 기억에 남는다.

너는 용감하잖아. 라는 생각해본 적 없는 말.



You're courageous.
So, you should trust yourself. That's all you need to do.



늘 불안하고, 걱정을 많이 하며, 겁도 많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용감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하고 되묻게 된다. 어쩌면 스스로를 너무 가혹하게 평가하고 있는 건 아닐까. 분명 삶의 어느 부분엔가는 용기가 있었기에 이런 삶을 선택해나갈 수 있는 거겠지.


그러니까, 각자의 슈퍼파워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모두가 하나쯤은 갖고 있는 그것. 나처럼 막상 무엇인가가 떠오르지 않아도 분명 어디 한 구석엔가 어떤 방식으로든 존재할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How are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