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떻게 지내요?
How are you?
How are you? How are you doing? 혹은 How's it going?
요즘 어떻게 지내? 오늘 기분이 어때? 일은 잘 되어가?
영어권의 어딘가에 살고 있는 당신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될 그 말.
How are you? 의 공포에서 대해서 말해볼까 한다.
하나는 내용적인 측면에서, 또 하나는 형식적인 측면에서.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말이 어째서 두려운 말이 되었느냐고 묻는다면, 그 말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자발적이든 비 자발적이든 소속이 없는 경우가 많았던 나는 그 상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학교를 휴학했거나, 졸업은 했는데 아직 직장이 없거나, 해외에서 머물다 귀국했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소위 말해 백수이거나 준비생, 아니면 프리랜서인 기간이 인생에 자주 있었다. 물론 대한민국의 성실한 유전자를 타고난 인간으로서 속한 곳이 없다 해도 하는 일이 없지는 않았다. 무작정 놀고먹는 일은 오히려 성실히 일하는 것보다 어렵다. 이력서에 적히지 않는, 그렇다고 명확히 설명하기도 애매한 시간들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직장에 다닐 때 딱 한 가지 좋았던 점이라면 안부인사에 쉽게 답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 회사 다니지 뭐." 그 문장은 너무 명확해서 부가적인 설명이 뒤따르지 않아도 됐으니까.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라도 그걸 설명할 말이 마땅치 않을 때, 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러게, 뭔가 하고 있긴 한데 그걸 뭐라 불러야 할까. 언제까지나 어딘가에 닿지 않은 허공을 헤매는 사람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도 괜찮은 걸까. -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한 시간 했어. 오는 길에 마트에서 저녁거리를 사고, 1+1의 묶음으로 된 샴푸까지 샀지. 그걸로 간단하지만 따뜻한 1인분의 저녁을 해 먹었고, 몇 개의 이메일을 읽고 답을 했어. 낮에 도서관에서 인생에 딱히 도움은 안 될 것 같지만 마음에 드는 여행 에세이 책을 두 권 읽기도 했고. 도서관 밥은 싸지만 역시 맛은 없는 것 같아 - 이런 자잘한 말들로 안부를 전하기는 어려웠다. 왜인지 모르지만, 떳떳하지 못한 기분이 들어서.
처음 한국을 떠나 살게 되었을 땐, 만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인사와 동시에 묻는 말이 How are you? 인데, 그 문장이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를 몰라서 당황하곤 했다. 의문사 How와 be 동사인 are, 그리고 인칭 대명사인 you 각자의 뜻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것이 합쳐진 하나의 문장이 되었을 때 의미가 도무지 한글로 와 닿지 않았다. 너는 어떻냐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우리말에 없는 개념이다. 게다가 How's it going? 은 또 어떤가, 심지어 What's up? 은 또 다른 말이다.
질문이 무슨 뜻인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니 제대로 답을 할 수도 없었다. 구글링을 해도 원하는 답이 완벽하게 나오지는 않았다. 당연하게도 그것은 너무나 일상적인 말들인 데다 딱히 완벽한 정답이 있는 질문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나는 그래서 사람들을 관찰했다. 같은 질문에도 누군가는 당장 나를 만나기 전까지 하던 사소한 일들까지 줄줄이 읊는 친구가 있는 반면, 늘 Good이라고 말하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는 친구, 꿋꿋이 Good도 Great도 아닌 I'm OK 라고만 말하는 친구까지 다양했다. 영어는 적어도 나에게는 연역적 추리가 아닌 귀납적 사고를 요하는 언어였다. 관찰하고, 사례를 모아 거꾸로 추측한다. 이런 뜻이라서 이렇게 답하는 거였구나.
안부 인사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한참이 걸렸다. 그렇지만 지금도 나는 종종 대답을 망설인다. 넌 요즘 어떻게 지내? 라는 말에 단답형의 답이 쉽게 튀어나오지 않을 때, 한글로 치자면 그냥 그렇지 뭐. 라고 얼버무린 답을 하고 싶을 때. 하지만 결국 대게는 I'm good, you? 하고 넘기게 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의 사소한 안부를 정말로 궁금해하는 건 아니니까. 괜찮지 뭐, 넌 어때? 하고.
내 목표 중 하나는 How are you? 에 초연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무엇을 하건 간에 이 간단한 안부 인사에 망설이거나 말을 돌리는 대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닌 일인지 몰라도,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
그리고 그 다음에 상대에게 안부를 물어야지.
So, How about you? tell me more.
그래서, 너는 어떻게 지낸다고?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