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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틂씨 Jul 01. 2019

[쓰기 1일] 효율적인 책방 탐사기

[쓰기 1일]




타국에서의 삶은 장점이 많은 만큼 단점도 선명하다.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치명적인 단점은 한글로 쓰인 책을 많이 볼 수 없다는 것. 한국에 있는 동안 최대한 많은 책을 읽고, 또 좋은 책을 선별해서 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강남역의 교보문고와 사당역의 반디앤루니스에 들르고, 이수역의 알라딘에서 미리 적어둔 목록의 책을 검색한다. 출판사에 다녔던 경험으로 작가와 그 책을 만들기 위한 노고를 생각하면 책 값은 전혀 비싸지 않지만, 막상 여러 권의 책을 사고 싶은 소비자로서는 책 값이 비싸게 느껴진다. 중고책으로 살 수 있다면 중고책을 사고 싶다. 한 번 읽고 다시는 손이 가지 않을 책들을 구매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내용이 궁금한 책은 많다. 최대한 많이 읽어보기 위해 속독을 한다. 목차와 랜덤 페이지를 읽어보며 얼마나 흥미로운 책 인지, 끝까지 흥미로울 책인지 가늠한다. 어떤 책은 금세 책장을 덮게 되지만 어떤 책은 고개를 갸우뚱, 지금 읽는 것은 재미있지만 아마 두 번 읽게 되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은 보고 싶기도 하다. 읽어보아야 할 책 목록이 아직도 한참이다. 더 북 소사이어티포스트 포에틱스같은 아트북 서점도, 퀸 마마 마켓의 PARK 서점이나 홍대의 땡스북스, 사운즈 한남의 스틸북스까지 챙겨서 둘러보아야 할 곳이 많다. 서점들은 이제 큐레이션의 시대에 들어서서 저마다 다른 책들을 소장하고 있을 테니까. 아아, 이번에는 시간에 쫓겨 도서관과 독립 서점들은 못 가겠구나.


예전에 한참 여행 에세이에 빠져 있던 적이 있었다. 아마 전국에서 나오는 웬만한 신간과 베스트셀러 여행기는 거의 읽어보았던 것 같다. 도서관에서 읽은 책까지 더하면, 어떤 여행기가 좋은 여행기이고 어떤 글은 그렇지 못한 지 대충은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여행의 로망이 가득하기도 했고, 해외에서 산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지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기도 했다. 나도 여행이라면 지난 십여 년간 꽤나 해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글로 그 시간과 기억을 남겨두고 싶었지만, 남의 글을 읽고 판단하는 것과 내 글을 잘 쓰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결국 나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곤 했다. 


요즈음의 대세는 퇴사와 힐링, 우울증과 마음 돌보기, 페미니즘 정도가 아닐까 한다. 에세이는 이제 브런치에서 좋은 퀄리티의 글들을 어느 정도 읽는다 싶은 마음이 들어서 E-book 이 없어도 아쉽지 않았는데, 다른 종류의 글들은 그렇지 않았다. 좋은 소설은 다른 책 보다 고르기 어려워서(전체를 읽어봐야 해서) 실용서나 작가 위주의 글을 먼저 살피게 된다. 지금 고른 책들은 비행기에 싣는 순간 짐이 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이번 방문은 일 년 반 만이었다. 다음 방문은 언제가 될지 정확히 모르겠다. 


가족과 몇몇 친구의 방문을 제외한다면 내게 남은 온전한 일이 좋은 책을 고르러 서점에 다니기라니, 누군가 생각한다면 세상 재미없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다음 일 년 혹은 그 보다 긴 시간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좀 더 열심히 둘러보아야 한다. 나는 보통의 다른 해외에 있는 사람들과 달리 E-book 리더기가 없기 때문에.


출국할 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결국엔 나도 트렌드를 거스를 수 없었는지, 여성 관련 책 두 권과 마음 관련 책 한 권을 겨우 구매했다. 집에 있던 피로사회도 이번엔 들고 가야지. 







저는 매일의 단상에 대해 20분 동안 쓰기로 했습니다. 늘 써둔 글을 마음에 들 때까지 수정하곤 하는데, 그 완벽하게 모든 것이 마음에 드는 순간은 잘 오지 않는 것 같아서요. 미완성의, 혹은 부족한 글이더라도 꾸준히 순간을 기록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한 달 동안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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