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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틂씨 Jul 04. 2019

[쓰기 3일] 이럴 줄은 몰랐는데,

[쓰기 3일]





반칙이다.

매번 공항을 떠날 때마다 나는 주로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 편이었다.

엄마가 살면서 처음으로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하고 유럽에 왔을 때에 딱 한번 위기가 있었지만, 무사히 그녀를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태우고 나서야 화장실에 가서 한 번 울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자식들은 부모님이 여행을 오시면 여행 내내 어떻게든 한 번 이상은 싸우게 되고, 그러고 나선 뒤돌아서 내내 후회를 하거나 눈물을 찔끔 흘리고야 마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종일 아주 작은 혹은 짧은 어떤 것들이 마음을 자꾸 건드렸다. 잘못해서 툭 건드리면 눈물이 터질 것 같아 먼 산을 자주 봤다. 뭐지, 왜지,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니었는데. 떠나는 것은 늘 신나는 일이었고, 돌아오는 길은 지난했다. 그래서 떠나는 여정 속의 나는 늘 신났었는데. 슬픈 적은 정말 한 번도 없었는데.



엄마를 잃은 엄마의 곁에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결국 그 시간 내내 나를 돌본 사람은 여전히 엄마였다. 엄마의 눈꺼풀이 어느새 외할머니의 그것처럼 조금 내려왔어도, 조카 손자를 본 것으로 치자면 이미 할머니라는 호칭이 낯설지 않게 되었어도, 아직은 내가 엄마를 돌보는 것보다 엄마가 나를 돌보는 것이 더 익숙해서 어떻게 해야 엄마한테 잘 할 수 있는지를 몰라 자주 발을 굴러야 했다. 서툴러도 이렇게 서투를 수가 없다. 이미 기름종이에 넘치도록 적힌 빚이 잔뜩인데, 이번에 빚이 또 늘었다.




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될 줄. 엄마가 여행을 왔던 시간보다 조금 더 긴 시간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나는 여전히 주는 것보다 받아가는 것이 많은 자식이었고, 그래서 이번엔 엄마를 비행기에 태우고 돌아서서 울던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부터 비죽비죽 터져 나오던 울음이 잘 참아지지 않을 거라는 걸. 뭐야, 끝까지 엉망진창이네. 늦은 밤 공항에서 혼자 배낭을 메고 빠알갛고 말간 눈을 한 채로 야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서성이는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오늘의 20분이 참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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