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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금 Jul 04. 2019

[하루 20분 3일] 생각 없이 웃기로 하였다.

웃는다는 게

20년 넘게 이른 아침 출근하는 게 습관이 되어 버린 나.

오늘도 열심히 준비하여 집을 나섰다. 남편이 운전하는 차에서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다는 것은 즐거움 중의 최상의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된다.


출근하면 걸려오는 전화에 쳐내야 하는 업무에 눈코 틀새 없지만 출. 퇴근할 때만큼은 남편에게 여느 왕비 못지않은 예우를 받는 기분 정말 즐겁다. 이렇게 편안함을 느낄 때 라디오에서 덜 깬 잠을 몰아내 주는 한방을 날려준다면 기쁨의 배가 된다.


출근할 때마다 듣는 FM 김성경의 아침&뉴스를 듣는다. 오늘 역시 김성경 씨가 어떤 내용으로 우리를 설레게 할지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데 서울 지하철 안내방송에 대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우리가 지하철을 타든 기차를 타든 안내방송을 듣게 된다. <여기는 00 역입니다. 내리실 분은 내릴 때 소지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여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들려올 때도 있지만 무심히 지나가버릴 때가 많았다.


그래서일까 오늘 김성경 씨가 소개한 어느 지하철 기관사의 정차역 안내 멘트가 압권이었다.

먼저 퇴근길 버스기사의 <오늘도 수고하신 여러분! 즐거운 저녁 되세요.>라는 익살스런 멘트를 소개하더니 이어 지하철을 운전하는 어느 기관사의 안내방송을 소개했다.


기관사는 역에 가까워지자 방송을 시작했다. 갑자기 <여기는>에서 멈추더니 몇 초후 다시 <여기는>에서 멘트를 중단했다. 지하철에 타고 있는 승객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긴장하며 기관사의 다음 말이 들려올 때까지 초조해하고 있었다.


잠시 후 <여기는 무슨 역일까.....>라고 말한 후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을 전하며 잠깐 동안이지만 '웃음'을 선물하고파 멘트를 지연시켰다고 말하자 약속이나 한 듯 이 기관사의 뜻대로 지하철에서는 잠깐 동안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는 이야기였다.


쫓기듯 살아내는 이 바쁜 시간 속에서 단 몇 분이라도 맘껏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요즈음 목젖이 보일 정도로 웃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pixabay - 말. 키스. 아침



[하루 20분 나는 한다]에 도전한 지 3일째 되는 날이지만 목표가 너무 원대했나 보다. 이렇게 '나의 웃음'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것도 처음인 거 같다.


하하하. 호호호. 히히히. 헤헤헤.......


쓰다 보니 웃음의 종류가 다양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오늘은 나의 도전 목표 <생각 없이 웃기로 하였다.>에 어울리는 '헤헤헤'가 어떨까 생각한다.

내가 이러면 누군가는 내일 비올 것을 걱정하는 이도 있겠지. 아니면 오래전 함께 근무했던 상사의 말씀(?)처럼 속없는 이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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