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24+25일]
너무 더워서 잠을 설쳤다. 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면 어쩔 수 없이 열대야도 함께 온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여전히 얇은 오리털 이불을 덮고 자는 데에 별 문제가 없었는데, 어젠 해가 져도 뜨끈한 공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새벽 다섯 시가 못 되어 잠에서 깨고 말았다. 눈에 정말 최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손을 더듬어 기어코 스마트 폰을 켠다. 눈에 형광빛 조명이 쏟아진다.
최대한 불을 끄고 나면 폰을 꺼내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 노력은 뭔가 심심하거나 공허한 느낌이 들면 금세 잊혀지기 일쑤다. 손 끝만 뻗으면 닿는 곳에 있는 폰을 켜지 않을 수가 없다. 켜기만 하면 온갖 세상만사 쉽고 재밌고 흥미로운 일들이 펼쳐지는 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브런치.. 이것들의 가장 큰 맹점은 멈추지 않는 AI의 추천이다. 추천해 준 것들을 모두 봐도 그다음 추천을 멈추지 않는 무시무시한 존재들.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한, 추천은 끝나지 않는다. guilty pleasure처럼 한 편으로는 죄책감을 느끼고 다른 한 편으로는 쾌감을 느끼면서 서칭을 계속한다. 미련한 자여. 가족과 함께 살지 않은 후로 이런 경향은 더 심해진 것 같다. 혼자 있는 공간에서는 어떻게든 빈 구석이 느껴지기 마련인데, 그 찰나의 공허한 순간을 견디질 못하는 것이다.
눈이 확실히 더 나빠진 느낌이 든다. 난시는 한쪽에만 미세하게 있어서 안경 도수로 집어넣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했는데, 그새 난시도 심해진 것 같다. 한쪽 눈을 감고 나면 나머지 시야는 더 흔들려서 그쪽 눈 만으로 뭔가 볼 수 없게 되었다. 나빠진 느낌을 실제로 느낄 정도라면, 이미 결과적으로 뭔가 크게 변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겁이 덜컥 난다. 내일부터는 절대로 어두운 곳에서 폰을 켜지 말아야지. 마음을 먹어 보지만, 지키지 못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이미 근시 도수도 마이너스로 떨어졌는데. 이러다 노안이라도 오는 날이 오게 되면 어쩌지.
어쨌든 이번 주는 피서 전쟁이다. 어떻게든 에어컨이 있는 곳으로 도망쳐야 한다. 목과 팔과 다리뿐만 아니라 귀 끝과 발등까지 선크림을 꼼꼼히 바르고서. 우리 집은 서쪽으로 창이 잔뜩 나 있어서 겨울엔 오후의 빛이 많이 드는 것이 장점이지만, 이렇게 더운 날엔 집이 온실이 된다. 동생이 가족을 위해 여러 개 샀다며 굳이 캐리어에 넣어준 손 선풍기는 아마도 이번 주에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