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소식을 접한 이후로 엄마는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이 삼일 밥도 거의 먹지 못했다. 일주일 넘게 앓은 끝에 이틀 전 엄마는 내게 선언하듯 말했다. 엄마, 내일부터 그림 다시 그린다! 다시 기운 차려야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어제도 기운을 차리지 못했던 엄마가 오늘 오래간만에 스케치북을 폈다. 엄마는 산호가 가득한 바닷속을 그리기 시작했다. 기운을 차린다는 건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다는 말이다. 이제 엄마에게 평범한 일상은 하루에 얼마간이라도 그림을 그리는 일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