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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테리어브라더스 Jan 26. 2018

전깃줄, 안경점의 오브제가 되다

[자재주의_vol.1_백종환(WGNB)]

엔드피스는 안경점이다. 엔드피스는 안경에서 테(rim)와 안경다리(temple)를 연결시켜주는 안경귀 부분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안경점은 판매 공간, 조립실, 검안실 이렇게 세 개의 공간으로 나눠진다. 그 가운데 판매 공간과 조립실-검안실을 기능적으로 구분하면서 곡선 벽체가 만들어졌다. 공간에 하나밖에 없는 벽체는 매우 중요했고, 우리는 전선줄을 니팅해서 그 벽면을 마감하였다. 이는 단순이 예쁜 곳이 아닌 중요한 기능을 가진 벽체였으며, 공간에서 중심을 잡아줄 아이덴티티가 될 벽이 되었다.


처음 클라이언트에게 제안한 시안은 이렇지 않았다.


처음 클라이언트에게 제안한 시안은 위 이미지와는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 처음에 우리는 안경을 단순히 시력을 보정하기 위한 도구가 아닌 패션으로 접근했다. 생각해보면 나도 안경을 쓰는 사람이고 안경을 좋아하는데, 안경을 구매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시력이 더 나빠져서가 아니라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안경테가 눈에 보였을 때라고 기억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패션이었고 나아가 이 공간을 이끌어가는 컨셉 스토리를 드레스 룸으로 끌고 나갔다.


신발을 엄청 사랑하는 사람의 집에는 옷이 있어야 할 곳에 신발이 가득 진열되어 있다. 만약에 안경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어떨까? 멋진 드레스 룸 안에 안경이 옷 대신 멋지게 진열되어 있을 것이고, 그 주변에는 옷과 안경의 어울림을 피팅 할 수 있는 큰 거울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안경이 주인공이 되는 멋진 드레스 룸을 만들었고, 이를 클라이언트에게 설득시켰지만 클라이언트의 아쉬움 10% 덕분에 전체적으로 다시 시작했다.


그 10%는 이 안경점 브랜드 네임인 ‘엔드피스’ 느낌이 공간에 보였으면...하는 바람이었다. 엔드피스는 안경을 접어서 보관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쉽게 바라보면 가구에 쓰이는 경첩과 같아서 이를 인상파 화가가 풍경을 보듯이 바라보면 ‘ㄴ’형태로 보여 진다. 많은 안경, 선글라스들이 이 곳에 그들만의 디테일을 담기도 하고, 브랜드를 표현하기도 한다.


안경의 엔드피스가 'ㄴ'형태의 가구로 오브제화되는 과정. 엔드피스의 많은 디자인이 'ㄴ'을 기본형태로 하였다.(출처: WGNB 홈페이지)


안경이 놓여지는 가구와 마찬가지로 벽체 형태 역시 'ㄴ' ⓒWGNB


우리는 그 형태를 가지고 여러 개의 조각들을 만들었고, 조합해 보았다. 공간에 하나밖에 없는 벽체도 'ㄴ‘형태에서 시작되었고, 안경들이 놓여지는 가구들의 형태들도 ’ㄴ‘형태에서 시작해 변형시켜 갔다. 그리고 공간 안에 무심히 놓아두었고, 때에 따라 움직여 매장의 작은 변화도 가능하도록 배치하였다.


이제 조립실과 검안실을 나누는 곡선 벽체가 남았다. 벽체 역시 자연스러운 ‘ㄴ’자 형태로 세웠고 벽체 마감에 대한 논의가 계속 이어졌다.


클라이언트가 요구한 이 벽체가 가져야 할 중요한 기능이 있었다. 작은 매장이다보니 주로 한 명의 직원이 상주하는데, 작업을 하러 조립실 안에 들어가 있으면 손님이 들어왔는지 나갔는지 눈으로 확인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매장에서는 조립실-검안실이 보이지 않아야 하고, 조립실-검안실 안에서는 매장 관찰이 가능하여야 된다는 것이다. 


많은 의견이 나왔다. 유리, 타공판, 메탈라스 등 많은 소재들이 아이디어로 나왔고, 이 벽체가 오브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과 첫 번째 디자인안인 드레스 룸, 패션의 DNA가 이 벽체에 녹아났으면 하는 의견도 많았다. 그 때 전선을 뜨개질하듯 꼬아서 오브제 조명을 만드는 이광호 작가의 작업이 생각났다.


이광호 작가가 작업한 전깃줄을 이용한 조명(출처: www.kwangholee.com)


그 뒤로 이광호 작가와 미팅을 하면서 아직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벽면 전체를 니팅하는 작업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그 공간에 맞는 전선의 컬러와 굵기를 정하였다컬러는 눈을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컬러라고 생각되는 그린을 저채도로 가져왔으며굵기는 니팅 되었을 때 시스루의 기능을 살펴보고 정하였다이 공간에 맞는 전선을 새로 뽑아내었기에 3주정도의 제작기간을 걸쳤다이 후 저채도의 그린 컬러는 엔드피스의 브랜드 컬러가 되었고바닥 마감재인 테라조 조각들 중에서도 같은 컬러를 넣어 마감하였다.


외부에서 본 엔드피스 매장ⓒWGNB


완성된 엔드피스 안경점ⓒWGNB


전선으로 니팅 된 벽이 만들어지고 공간에 조명들이 켜졌을 때 예상대로 매장에서는 조립실이나 검안실 내부가 보이지 않았다이는 매장의 조도보다 조립실검안실의 조도를 현저히 낮게 했기 때문이다반대로 조립실검안실 안에서는 매장이 시스루 되어 보여 지게 되었다.


전선을 이용했기 때문에 밖에서는 조립실 내부가 보이지 앉지만, 조립실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게 되었다. ⓒWGNB


전선이라는 흔한 소재를 조금 다르게 바라봄으로써 오브제 월을 만들어 공간의 중심이 되어주었고기능적인 부분도 해결해 주었다.


전선이라는 소재. 공간에서는 마감재로 쓰이는 소재가 아닌 주로 벽 속에 숨어서 전기를 흐르게 하는 소재이지만,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이 매장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멋진 오브제 월이 되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바라보는 많은 것들은 어쩌면 항상 뻔하고 지루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조금 다른 시점으로 들여다보면 마법처럼 경이롭고, 실용적 가치를 뛰어넘는 그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완성된 엔드피스 보러 가기


글 | 백종환(WG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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