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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테리어브라더스 Feb 02. 2018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 다녀오다

[공간산책 첫번째]21세기 미술관, 문화를 향유하는 열린 미술관

학술 세미나 겸 서울의 무더운 여름을 피할 목적으로 목적으로 일본 이시카와현에 위치한 가나자와라는 곳을 처음 방문하게 되었다. 가나자와는 메이지 유신 직후까지 일본 5대 도시의 하나로 꼽히는 도시이며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전쟁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아서 옛 거리나 주택, 문화유산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


덕분에 가나자와는 일본의 전통적인 도시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도시가 되었다. 뿐만아니라 유명 건축가의 뮤지엄, 미술관 등이 있기 때문에 나는 학술 세미나에 앞서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사실 내 머릿속에 그려져 있던 가나자와는 '전통과 공예품의 도시', '게이샤의 도시' 정도였기 때문에, 일본 전통 문화의 도시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21세기 미술관을 방문한 후로는 가나자와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다. 오직 미술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그 도시를 다시 방문할 의사가 생길 정도로.


세계적인 일본 건축 스튜디오, 세지마가즈요와 니시자와류에(SANAA)가 공동 설계한 가나자와의 21세기 미술관은 가나자와시의 중심부에 위치해있다. 누구나 언제든지 쉽게 방문할 수 있으며 다양한 만남과 체험의 장이 될 수 있는 공원 같은 미술관을 지향하고 있다.


열린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미술관의 건축 공간은 앞과 뒤의 구분이 없는 유리 아트써클을 사용했고, 천정의 자연광, 빛을 담을 수 있는 뜰 등을 통해 빛과 공간의 개방성도 배려했다.


또한, 지역 주민을 위해 야간개관과 다양한 디자이너의 상품이 가득한 매력적인 뮤지엄숍, 다양한 식사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등 이용자의 다양한 요구에도 대응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21세기 미술관은 즐거움, 안락함, 편리함이 키워드인 미술관이다. 기존에 볼 수 없던 '함께 누리는 미술관'이며, 공간 자체를 즐기는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새로운 미술관은 공생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전통의 도시 가나자와의 새로운 매력과 활력을 창출해 나아가고 있다.


21세기 미술관 외관. 미술관은 지름 11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원형의 유리로 둘러 쌓여있다.


미술관은 지름 113m에 달하는 거대한 원형의 유리로 둘러 싸인 건물로 다양한 ‘시선의 권리’를 선사함과 동시에 다채로운 빛을 담으며 ‘열린 문화 공간’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공원이 미술관을 둘러싸고 있어 공원에 온 사람들도 미술관 내부를 자연스럽게 관찰할 수 있고 미술관을 이용하는 관람객 역시 공원 밖에 위치한 조형물과 공원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즉, 미술관 안에서 공원을 바라보는 관람객, 공원에서 미술관 안을 바라보는 지역주민 그리고 건물 유리에 비친 다채로운 이미지들이 스스로의 '시선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그 자체로 공간 상호작용의 체험을 작동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21세기 미술관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미술관 내부와 외부, 모두에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우리가 쉽게 만나보지 못하는 설치 미술가들의 작품들이 내, 외부 모두 위치하고 있어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Colour activitiy house,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2010


21세기 미술관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작품은 *국내 ‘리움’ 갤러리에서도 전시했었던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이다. 올라퍼 엘리아슨은 덴마크 출신의 작가로 물성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빛과 색채의 은유적 실험 작품을 통해 비물질성의 투명성, 반사성을 나타내며 관람객에게 작품과 상호관계성을 가지게 하며 새로운 경험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작가이다.


*올라퍼 엘리아슨은 2016년 리움 갤러리에서 '세상의 모든 가능성'이라는 개인전시를 한 적이 있다. 비, 안개, 바람, 무지개 등 비물질적 요소를 미술관에 들여놓은 것이 특징이며, 관람자가 참여하면서 각자의 해석을 유도하는 열린 전시의 형태였다.


가나자와 미술관에 설치된 'Colour activity house'는 달팽이처럼 미로의 형태를 띄고 있다. 블루, 레드, 옐로우 세 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라운드 유리로 시선이 투과된다. 유리를 투과해 관찰하는 주변의 풍경은 관람자의 시선이 겹쳐짐에 따라 다채로운 색의 공간이 연출된다. 단순한 공간 컬러의 대입으로 자연과 미술관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제공하는 작품을 미술관 입구에서부터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물성의 본질에 집중하여 비물질성의 색 표피의 투명성으로 공간의 연속성과 상호관계성을 느끼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Green Bridge, 패트릭 블랑(Patrick Blanc), 2004


일본 전통의 구조나 문화의 역사, 그리고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웅장함이 특징인 가나자와에서 자라나기 적당한 100여 종의 식물로 뒤덮여 있는 이 거대한 설치 작품은 무수히 많은 전시 콘텐츠를 관람하던 관람객에게 잠시나마 쉴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을 제안하고 있다.


사실 기존의 미술관들은 전시의 콘텐츠들을 담기에 주목에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관람객의 쉼의 문화를 공유하기에는 부족한 모습들이 많이 보이는데, 21세기 미술관은 설치된 미술 작품 하나만으로도 관람객에게 쉼의 문화를 알려주고 향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The swimming Pool, 레안드로 에를리치(Leandro Erlich), 2004


디자이너가 주로 찾아보는 이미지 서칭 사이트 중에 ‘핀터레스트’라는 사이트가 있다. 그 사이트에서 설치 미술에 관해 서칭하다보면  위 이미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르헨티나 설치 미술가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The swimming pool’은 지상과 지하에서 작품 내, 외부를 모두 관람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작품의 안과 밖에서의 시선의 교류, 공간의 새로운 체험을 통해 실제 수영장에 있는듯한 공간을 제시하여 적극적인 체험을 유도한다. 햇빛의 기울기나 양에 따라 의도치 않게 변화되는 극적인 감정 또한 느낄 수 있다.

*'공간을 전복시키는 예술가'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우리가 볼 수 있는 이미지라는 것은 찰나의 이미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The swimming poop처럼 그의 작품은 환영을 주고 착시효과를 일으킨다.


미술관 한 켠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관람객들. 21세기 미술관이 오직 관람을 위한 공간이 아닌 관람객의 쉼을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사진 한 장으로 느낄 수 있다.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전통 문화를 현대 문화로 유지하고 발전 시키는 것에 집중하여 이 시대의 지역사회가 지향하고 이뤄나가야 할 지역 문화 발전의 모습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21세기 미술관은 지역의 정체성이자, 하나의 브랜드 스케이핑적 요소로 나타나고 있다. 다채로운 전시 콘텐츠들을 하나하나 켜켜이 쌓아 그것이 하나의 작품뿐만 아니라 미술관 공간의 전체로서 융화되고 형성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 미술관은 ‘향유’의 의미를 통해 미술관과 지역과의 공생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가나자와에서뿐만 아니라 일본 전체에서도 미술관 방문자 수 1위 미술관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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