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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테리어브라더스 Feb 09. 2018

블랙콘크리트_SYSTEM만의 도시를 만드는 재료

2016년 2월, 우리는 패션 전문기업 ‘HANDSOME(이하 ‘한섬’)’으로부터 SYSTEM(이하 ‘시스템’)의 새로운 매뉴얼 디자인 현상설계 의뢰를 제안받았다. 한섬이 우리에게 요구한 것은 이러했다.
 
“차별화된 디자인, 그리고 시스템이 수년간 진행해왔던 매뉴얼 디자인에서 탈피된 새로운 디자인을 원해요.”
 
사실 새롭고 차별화된 디자인은 누구나 바라고 꿈꾸는 것이다. 우리는 오직 시스템만의 새롭고 차별화된 디자인이 무엇인지 찾아보기로 했다
.


(좌)시스템은 시크하고 다양한 믹스매치를 통해 절제된 디테일로 시티웨어를 캐주얼 버전으로 풀어낸다. (우) 시스템은 20대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에게 사랑받고 있다.


먼저 시스템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짧게 설명하자면, 1990년 런칭한 시스템은 런칭 당시의 브랜드 컨셉인 ‘Mix Match Layer’를 현재까지 꾸준히 전개하면서 시대를 앞서가는 트렌드를 누구보다 먼저 접목시킨 국내 최고의 영 캐릭터 캐주얼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시스템은 자유롭고 역동적인 젊은 도시의 여성상을 표현하는 브랜드이며 다양한 연령대와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소비자층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들 모두를 만족시키면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상상해보았다.

그곳은 마치 하나의 작은 도시와 같았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이 존재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도시’였던 것이다.

그런데 도시 역시 다양한 도시가 존재했다. 예를 들면, 서울은 굉장히 복잡하고 빠르게 급변하는 차가운 도시라고 볼 수 있지만 파리는 여유롭고 천천히 흘러가는 따뜻한 도시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시스템만의 도시가 무엇인지 상상해보았다.

도시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도시엔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도시의 상징적인 요소로 높게 솟은 빌딩을 꼽았다. 그렇다면 빌딩을 상징하는 물질은 무엇일까? 금속, 콘크리트, 유리 이렇게 3개의 자재로 정의할 수 있다.


빌딩을 이루는 요소1. 금속
빌딩을 이루는 요소2. 콘크리트
빌딩을 이루는 요소3. 유리


이 세 가지 자재를 통해 어떻게 시스템만의 도시를 구현할 것인지 다양한 레퍼런스 이미지들을 리서치해보며 시스템만의 DNA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떠올리는 도시의 상징적 이미지는 높게 솟은 빌딩, 그리고 화려한 야경 등 차갑고 남성적인 도시 이미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시스템은 절제된 디테일로 풀어내는 여성 캐주얼 브랜드이기 때문에, 우리는 시스템만의 DNA는 내추럴한 미니멀리즘과 시크함이 공존하며 여성성이 드러나는 것이라 정의했다.

회의를 하며 세 가지 자재 중에서도 '콘크리트'의 물성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나왔다. 도시의 상징적 자재 중 금속이나 유리는 다루기가 상당히 어렵고 예민한 소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콘크리트에 좀 더 집중해보았고, 다양한 색상과 다양한 패턴을 구현할 수 있고 다른 소재와도 믹스매치가 가능할 것이라 판단했다.
 
그렇게 우리는 콘크리트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다양한 스터디를 통해 시스템만의 DNA를 가진 첫 번째 콘크리트 판넬(아래 사진)이 탄생했다.


첫 번째 콜크리트 판넬 샘플링


첫 번째 콘크리트 판넬은 플로링, 타일, 패브릭, 매쉬망 등 다양한 재료들을 콘크리트에 찍어내어 다른 소재와의 직접적인 믹스매치가 아닌 간접적인 믹스매치를 통해 시스템의 여성성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시스템의 브랜드 철학이 바로 다양한 믹스매치를 통해 절제된 디테일로 풀어내는 캐주얼 웨어이기 때문에 우리는 직접적으로 소재 자체를 드러내서 믹스매치 하는 것이 아닌 소재가 가진 특징들을 믹스매치하는 간접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그러나 첫 번째 콘크리트 판넬은 제작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간접적인 믹스매치를 통해 다양한 재료의 패턴들이 너무 강하게 드러나 여성성이 너무 부각되어 좀 더 시크하고 도시적인 느낌을 더 살려보고자 두 번째 콘크리트 판넬 디벨롭을 시작했다. 이번 스터디에선 시크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색상 구현에 집중하기로 했다.
 
우선 우리는 현존하는 콘크리트 색상 중에 가장 일반적인 다크 그레이, 라이트 그레이는 배제하기로 했다.


다크 그레이와 라이트그레이는 일반적인 색상이라 시스템만의 유니크함을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색상들은 너무 흔하고 일반적인 콘크리트 색상이라 시스템만의 유니크함을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컬러 중에서 블랙 컬러에서 느껴지는 시크함과 무게감이 시스템만의 도시와 잘 맞아떨어졌고, ‘블랙 콘크리트’ 자체의 희소성도 있었기에 최대한 ‘블랙’에 가까운 색상 구현을 하기 위해 다양한 스터디를 하였다.

그러나 자칫 ‘블랙 콘크리트’가 남성성을 부각시킬까 우려스러워 여성성을 부각시키고자 칼라 유리와의 믹스매치를 통해 좀 더 역동적인 여성성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패션 매장에 주를 이루는 요소 중에 행거, D/T 테이블, 악세서리 선반, 피팅룸, 카운터 등이 있는데 그중 우리는 어디에 ‘블랙 콘크리트’를 배치하면 좋을지 다양한 디자인을 적용해보며 적절한 밸런스를 찾기 위해 수백 장의 투시도를 그렸다.

'투시도1'(아래 사진 왼쪽 위)에서는 블랙 콘크리트 기둥과 블랙 도장의 디스플레이 테이블을 전면으로 내세운 시안이다.


투시도1, 2, 3, 최종 디자인(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


전체적인 공간 밸런스에서 시스템만의 도시라고 보기엔 도시다운 힘이 느껴지지 않고 단순히 옷만 걸려있는 일반 브랜드 매장처럼 느껴져, 공간 전체에서 블랙 콘크리트가 차지하는 비율을 조금씩 늘려가면서 도시다운 묵직함과 시스템만의 DNA를 표현하고자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아갔다.
 
최종 디자인 시안(위 사진 오른쪽 아래)처럼 좌측 벽면의 블랙 콘크리트 기둥과 우측 벽면의 블랙 콘크리트 판넬과 악세사리 선반, 그리고 매장 전면의 디스플레이 테이블이 내추럴한 미니멀리즘과 다양한 믹스매치를 통해 시크한 여성성을 나타내는 시스템이 가진 고유의 브랜드 분위기를 잘 나타내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꿈꾸던 시스템만의 도시였던 것이다.


완성된 블랙 콘크리트가 배치된 시스템 매장


최종 디자인 시안을 적용한 완공 사진이다블랙 콘크리트와 자갈을 섞어 만든 기둥과 디스플레이 테이블그리고 높이 3m의 벽체 판넬과 악세사리 선반은 사진에서처럼 완벽한 블랙 색상을 구현하였고블랙과 그레이그리고 컬러 유리의 적절한 밸런스가 매장의 분위기를 드러낸다.

이렇게 완공된 시스템은 브랜드 측에서도 가장 시스템다운 매장이라며 호평을 받았고우리 역시 수많은 스터디 과정 중에 끝이 보이지 않아 지칠 때도 있었지만 디자이너로서의 굉장한 만족감과 자부심을 느끼며 마감한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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