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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테리어브라더스 Feb 28. 2018

젠틀몬스터, 패러다임을 파괴하다

지금의 젠틀몬스터를 있게 한 체험마케팅

2011년 3월 11일 일본 혼슈의 북동 해안에 9.0 규모의 강진이 일어나면서 지진성 해일인 쓰나미가 몰려오는 장면을 나는 TV로 보고 있었다. 역류하는 바닷물을 따라 선박이나 자동차들이 떠밀려 오는데 그 상황을 모르는 자동차들은 바다 쪽을 향해서 달리고 있었다. 지각을 격렬하게 변동시킨 쓰나미가 일본 열도를 강타했던 그 시기. 선글라스 차림의 조용하면서 온화한 괴물인 "젠틀몬스터"가 디자인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 곁에 홀연히 나타났다.


아이웨어 브랜드 매장으로 느껴지지 않는 젠틀몬스터의 컨셉스토어. (오른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논현점, 대구점, 북촌점, 홍대점. 출처: 젠틀몬스터 홈페이지)


디자인 흐름의 물결이 바뀌고 있다


사실 그 전만 해도 아이웨어 브랜드가 독자적으로 존재감을 확립하기 어려운 시기에 선택한 그들의 전략은 기존 패러다임의 전복이었다. 선글라스는 의상과 달리 패션 아이템 중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부수적인 것인데, 부수적인 꼬리가 몸체인 패션의 흐름을 흔드는 방식이 나타난 것이다.

젠틀몬스터의 김한국 대표는 기존 방식과는 다른 비즈니스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기존 사고를 파괴하는 전략을 택하였으며 결국 성공하였다. 그것은 이제까지의 흐름에 식상한 대중들의 생각에 대한 판단과 함께, 스마트폰이라는 소통수단에 의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대한 확신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전복적인 경향의 디자인계 변화는 80년대 후반에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는 디자이너"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 1976-2007)가 에스프리 매장을 통하여 시도했던 실험이다. 그는 당시의 미니멀한 모더니즘 트렌드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Esprit store by Ettore Sottsass


그는 "공간이 판매하는 제품의 배경"이라는 과거의 틀에서 탈피를 선언했다. 에스프리 제품의 배경이 되는 디스플레이 대는 물론 계단 등 실내공간을 색채감이 있게 디자인하여 본말을 전도하는 디자인으로 충격을 주었다. 그는 합리적 기능주의라는 당시의 흐름에 대한 새로운 대안은 기능주의가 갖지 못했던 감성이라는 향신료를 공간에 가미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그런 변화를 위해서는 기능은 좀 포기해도 된다고 생각하였다.

이것은 "디자인은 말랑말랑한 사고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넨도(진흙이라는 뜻)의 사토 오키가 "현 시대의 디자인에는 유머를 가미해야 한다"고 말하며 디자인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것과도 어떤 의미에서는 같은 접근일지도 모른다
.


사토 오키는 "좋은 디자인이란 당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소트사스의 접근과 젠틀몬스터의 공간은 가시화된 결과물은 다르지만 어딘지 모르게 닮은 구석이 있다. 소트사스는 판매 공간의 배경이 상품인 의상보다 튈 수도 있다는 기존 사고를 전복시키는 접근을 하였고, 젠틀몬스터는 전시장인지 판매공간인지를 모르게 하는 체험적 방법의 마케팅 전략을 취해서 성공한 것이다.


젠틀몬스터의 배트와 건너편의 탬버린즈가 보이는 가로수길 전경


젠틀몬스터 현상


젠틀몬스터나 탬버린즈나 판매공간의 이미지보다는 전시장일 거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사실 가로수길에서 탬버린즈를 처음 보았을 때, 댄스 교습장인가 하는 생각도 하였다. 인스타그램에 탬버린즈가 올라오기는 하는데, 인스타그램 특성상 설명은 적고 이미지만 있어서 어떤 용도의 공간인지 들어가서도 알 수가 없었다.


비행선을 모티브로 설치한 매장


가로수길에 가면 내가 속칭 '젠틀몬스터 빌리지'라고 부르는 곳이 있다. 신사점을 필두로 리미티드 에디션을 판매하는 신사 패래럴, 고객들을 위한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벤트 공간인 배트 그리고 자회사가 만든 화장품 브랜드를 위한 탬버린즈. 같은 정체성을 공유하는 것 같은 그곳들은 마치 원스톱 서비스를 위한 공간들처럼 근처에 포진하고 있다.

글을 쓰기 위해서 며칠 전에 신사점을 방문하니 전시를 새롭게 하면서 전체 공간도 바뀌어 있었다. 사실 10번 이상은 가본 공간이지만 현장감을 느끼기 위해서 다시 방문했더니 전체를 흰 까마귀를 소재로 하여 스토리텔링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흰 까마귀를 가지고 스토리텔링을 이용한 감성 체험공간으로 만든 젠틀몬스터 신사점


"까마귀가 서식하는 숲에 괴생명체가 탄 비행물체의 출현→비행물체에서 촉수를 지닌 괴생명체의 침입과 장악→알을 구하기 위한 까마귀의 비행물체의 탈취 성공→50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 살아난 흰 까마귀의 회상과 까마귀떼들의 퍼포먼스"라는 스토리의 흐름을 전개하는 공간이 지하 1층으로 이어져 있었다. 사이사이에 선글라스를 쓰고 인증샷을 찍는 고객과 상담하는 직원을 보면서 나는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지하 1층의 까마귀들의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전시 공간


일반적인 판매공간은 판매를 위한 것이 일순위인데, 젠틀몬스터에서는 감성적인 체험이 우선순위였다. 1층과 지하 1층은 오로지 전시공간이고, 마치 공사 중인 것처럼 가림막으로 위장을 한 배트(BAT)에 물건을 산 고객이 비번으로 열고 입장하면 키치적인 복고 분위기의 포장마차에서 달고나 시식 체험을 하게 하는 등 전시와 체험 위주로 공간이 구성되어 있다.


구매를 한 고객에게 제공하는 달고나 체험
배트 실내에 설치된 달고나 체험 공간은 복고적이며 키치적인 분위기다.


상당히 임대료가 고가인 가로수길에 위치한 공간을 달고나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할애한다는 발상은 일반적인 장사꾼들이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터무니없는 발상이고 비상업적인 접근인 것이다. 물론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선글라스와 설국열차의 틸다 스윈턴과의 컬레버레이션에 힘입어 LVMH에서 6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일반적인 사고로는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 젠틀몬스터의 전략이다.
 
나는 이것을 디자인은 물론 마케팅에 있어 젠틀몬스터 현상이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배트 근처에 위치한 닥터 자르트의 외부에 면한 곳에 인투 더 미스트(Into the mist)라는 안개를 체험하는 설치미술 공간을 마련한 것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젠틀몬스터 현상의 영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놀라움과 설렘이라는 감성적 체험을 제공하는 판매공간. 이제 제품만을 판매하던 시대는 지났다. 체험을 판매하는 시대가 되었다.


젠틀몬스터 현상이 영향을 준 인접한 닥터 자르트의 인투 더 미스트 전시 공간


젠틀몬스터의 공간에 입장하는 순간 고객들은 필립 스탁의 돈키호테 컨셉처럼 초현실의 세계에 온 것 같은 체험을 하게 되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이 스타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선글라스를 쓰고 셀카를 찍은 후,인증샷을 인스타 등에 올리면 자신은 스타가 된 것같은 기분을 만끽하고 그 이미지들은 전세계로 젠틀몬스터를 홍보한다.


즉, 개개인의 고객이 홍보원이 되는 것이다. 단 어떤 제품을 쓰더라도 아무런 제재가 없어 고객이 왕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공간이 젠틀몬스터이다.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 굴에 들어갔을 때, 초현실적인 환상의 세계를 만난 것과 같은 분위기가 이 공간에서는 실현되는 것이다. 지금 젠틀몬스터 현상에 따라 아더 에러 등이 그것을 추종하면서 또 다른 추종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탬버린즈, 젠틀몬스터 현상의 바톤을 이어받다


탬버린즈는 현재까지는 젠틀몬스터 빌리지의 마지막 주자이다. 탬버린즈의 쇼원도를 통해서 보이는 춤을 추는 동영상은 평범한 일반인들은 댄스교습장 내지는 댄스를 통한 다이어트를 위한 상업공간 정도로 착각하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른 점은 외관이 기존의 젠틀몬스터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탬버린즈의 외관도 다른 젠틀몬스터 매장과 차별화되어있다.
기능적인 느낌보다 감성적인 오브제 같은 탬버린즈의 안내데스크


젠틀몬스터의 자회사가 만든 화장품 브랜드를 위한 플래그십스토어인 탬버린즈는 확고한 이미지를 쌓은 모회사와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모회사는 국내는 물론 중국, 싱가포르, 뉴욕으로 확장하고 있지만 화장품은 선글라스와 달리 피부에 발랐을 때, 확실한 효과를 보증해야 한다.
 
선글라스는 착용하면 한 순간에 배우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화장품은 기존의 아모레 같은 강자들과의 대결이 만만치 않기에 더 큰 임팩트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모회사가 유커들의 호응에 힘입어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화장품 시장은 오랜 노하우와 함께 체험 후에 나타나는 효과가 선글라스와는 기본적으로 다르기에 외관부터 차별화하였다.


화분 같은 소품도 컨셉인 댄스에 맞춰 움직이게 연출한 탬버린즈 실내 인테리어.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출시된 제품들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회사의 후광을 느낄 수 있는 지역에 위치하면서 더 강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공간장치나 체험적인 이벤트가 필요하다.

겨울철 건조한 피부를 위해 출시한 화장용 핸드크림인 댄스인핸스 크림의 홍보를 위해서 젊은이들이 댄스를 하는 홍보영상을 만들어서 보여주면서 공간 자체도 기존 디자인 어휘에서 탈피한 역동적인 공간이나 집기로 이미지를 통한 감성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


댄스를 컨셉으로 한 탬버린즈 실내는 디자이너들의 작품들과 설치적인 공간으로 구성하였다.


안내 데스크나 원형계단의 구조, 핸드레일 등을 보면서 과거 소트사스가 감성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기능의 일부를 부차적으로 처리한 것 같은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다분히 실내외공간이 기존 어휘를 의도적으로 탈피한 디테일들이 보였고, 공간은 조명에 의해서 팔색조처럼 바꿀 수 있게 연출하였다.
 
감각적인 아트와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코스메틱 브랜드로서 공간이나 제품은 물론 향, 패키지 디자인에 이르는 모든 것에 미적 가치를 부여한다는 탬버린즈의 캐치프레이즈처럼, 공간의 곳곳에는 공간적인 장치들과 함께 전 세계의 디자이너들과 컬레버레이션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토마스 바거, 지에타 등의 인테리어 오브제와 스타스 칼리시니코프의 사진부터 국내 작가인 양승진, 이우연 등 10명의 작가들이 만든 작품들이 만화경을 이루고 있다.
 
화장품을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콘텐츠로 인식하고, 코스메틱 분야에 머무는 것이 아닌 틀을 탈피한 컨텐츠로 가치를 표현하기 위한 행사인 모멘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젠틀몬스터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감성적인 체험을 하드웨어인 공간과 함께 소프트웨어인 프로그램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의도였던 것이다. 이러한 탬버린즈의 가장 하이라이트 공간은 여성용 화장실이다. 일반적인 화장실이 아닌 라운지 같은 분위기로 연출하여 화장과 함께 셀카를 위한 공간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


여자 화장실은 라운지 같은 분위기로 화장을 고치면서 셀카를 찍을 수 있는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탬버린즈가 성공하면 그 시도들은 악셀레이터를 밟은 자동차처럼 고속주행을 할 것이다. 공간을 돌아보면서 댄스라는 컨셉을 소품에도 표현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기계장치에 의해 움직이는 화분 등 체험에 세심한 신경을 쓴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탬버린즈의 앞날이 장미빛으로만 장식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제품에서 확실한 승부가 이루어진다면 젠틀몬스터의 기존 디자인을 전복시키는 시도는 계속되면서 쓰나미처럼 파급 효과를 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젠틀몬스터 중국 청두점의 스토어의 컨셉이 쓰나미가 지나간 후 여러 형태로 재창조된 생명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란 점이 의미심장하다. 어차피 시대의 흐름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그 선두주자가 젠틀몬스터인 것이다. 젠틀몬스터에서 탬버린즈로 이어지는 디자인의 쓰나미를 통해서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글 | 김문덕(건국대글로컬캠퍼스 실내디자인전공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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