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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테리어브라더스 Apr 19. 2019

트렌드에 반(反)하다

‘라보토리(LABOTORY)’로서 글을 써 내려 가는 이유


가치 있는 논증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거나 혹은 우리의 생각을 변하게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을 공유하는 방법은 우리가 팀원들과 디자인 토론을 하거나 클라이언트에게 디자인을 제안할 때 등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직 라보토리는 주장과 취향을 논할 정도로 대단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이 쑥스러우면서도 이런 글을 쓰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이 기회를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독자들과 건강한 소통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요즘 ‘트렌드’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요즘 주변이나 클라이언트에게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하지만 이젠 ‘트렌드’라는 단어조차 진부할 정도로 화려하고 빠른 변화의 시대다. 그만큼 타오르는 것도 빠르고 식는 것도 빠르다.

이렇게 휘발성 짙은 삶에 반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며 기존에 가지고 있던 관념이 변하고 있다.그중 하나는 소유에 대한 인식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무엇을 소유하는 물질적 가치보다는 자신이 느낄 수 있는 경험적 가치를 더 추구하는 것이다.

공간을 대하는 시각에서도 무언가를 소비만 하는 공간보다 가치 있는 경험과 그 경험을 공유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이를 얻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현재 공간 디자인 업계는 넘쳐나는 이미지 속 급변하는 트렌드에 노출되어 있다. 그때문에 많은 디자이너들이 돋보이기 위해 화려한 방법으로 더 자극적인 행위들을 택하곤 하는데 이것은 사람들이 물질적 가치에서 경험적 가치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흐름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문제를 직시해야 하는 디자이너의 숙명


디자이너는 더 나은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자이너 자신부터 취향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깊게 고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타인의 시선, 타인이 좋아하는 것 등 타인을 위한 초점에 더 집중하게 되어 본질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자극적인 이미지들의 짜깁기가 대부분일 경우가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그곳의 고유한 스토리나 특색 없이, 의미 없는 장식들이 공간을 채우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러한 공간들의 일부가 ‘핫플레이스’로 불린다는 것이다. 본래 사람들이 ‘핫플레이스’를 찾는 이유는 특색 있고 독특한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열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런 휘발성이 짙은 소비의 공간들은 열망을 충족시키지 못할 뿐더러 상대적 박탈감까지 줄 수 있다. 공간 디자이너는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인테리어브라더스TV의 김문덕 교수님 인터뷰 중 매우 공감했던 부분이 있다. ‘공간은 하드웨어고 액티비티는 소프트웨어’라는 말씀이었는데 사람이 행동하는 소프트웨어 없이 하드웨어만 존재한다면 그 공간은 껍데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 공간에 담겨있는 스토리, 사용자의 수요, 그 외 형상학적인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고 껍데기만 복제하는 것이 너무나도 쉬워진 지금, 교수님의 말씀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서울커피 before 모습. ⓒLABOTORY

2년 전 익선동 골목은 옛것을 그대로 보존한다는 이유에서 인지, 내부에서 어떠한 행위를 하는지 보이지 않는 폐쇄성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서울커피 sketch 디자인. ⓒLABOTORY

한옥 구조에서 가장 재미나게 활용할 수 있는 마당의 역할을 하는 공간이 없어서 햇빛이 내부로 유입되지 않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벽체를 철거하여 외 내부의 개방성을 높이고 천장을 뜯어서 외부 채광을 내부로 들여 한옥의 마당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커피 After 모습. ⓒLABOTORY

서울커피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할 수 있는 80년대 아이템을 현재의 옛것과 이질감이 나지 않도록 설계·시공했다. 한국적인 자연스러운 미를 표현하기 위해 마감재는 러프함을 강조했다. 접시와 트레이의 형태는 어떤 것을 쓰는 것이 좋을지 고민했고 커피가 테이블 위에 올려졌을 때 모습까지 계산해가면서 마감재와 테이블 크기를 정했다. 


가치 있는 사명감


우리는 이러한 자극적인 요소가 모인 익선동 골목에 여러 가지 브랜드를 디렉팅했다. 진행한 프로젝트들은 신규브랜드로 대중에게 처음 보이는 매장임에도 당시 가장 핫한 골목상권에 도전하고자 했다. 물론 디자인을 함에 있어 트렌드하고 화려한 장식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만 화려한 것들이 즐비한 골목상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다만, 장식적인 요소가 공간을 지배해버리는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 장식이 중요하다면 이 브랜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과 어울리는지, 이것이 어떠한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는지 고민했어야 했다. 

또한, 타겟층의 특징과 이곳에서 어떠한 행동을 할지 직접 빙의(?) 되어 우리가 설정한 것들이 좋은지 온종일 앉아있어 보기도 했다. 이런 행위는 굉장히 큰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하지만 골목의 특성과 건물 자체가 가진 기운을 어떻게 끌어올릴지에 대한 가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칼리가리 sketch 디자인. ⓒLABOTORY

익선동은 낮과 밤이 다른 동네다. 카페와 음식점이 오전부터 초저녁까지 영업하는 반면 주류와 관련한 업종은 보통 늦은 오후에서 자정까지 문을 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낮에는 식사하기 좋은 분위기 좋은 한옥 건물 내 서정적인 공간이길 바랐고 저녁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클럽에 온 듯한 ‘야한’ 공간이길 바랐다. 

칼리가리 내부 모습. ⓒLABOTORY

사람들이 익선동을 찾는 이유는 동양적인 이미지를 보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칼리가리 브루잉의 브랜드 이미지는 서구적이다. 때문에 동양적인 형태를 따르되 마감재는 기존과 대비되는 재질감을 사용했다. 들면 호롱불의 형태를 현대화시킨 오브젝트가 되고 병풍이 조명이 된다. 

칼리가리 외부의 모습. ⓒLABOTORY

한옥 대문은 투명유리 위 금속 덩어리 손잡이인 것처럼 하나의 소재에 있어 형태를 유지하면 재질을 변화시키고 재질을 유지하면 기능을 변경하는 방법으로 두 가지의 재미있는 대비를 보여주고자 했다. 

결국 우리가 진심으로 공간을 느껴야만 이를 사용자에게 전함과 동시에 특별한 경험 또한 느끼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진심이 닿는다면 물질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삶에서 경험적 가치에 더 중심을 두는 삶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항상 반성한다. 마음을 다했다고 생각했던 그 시기에도 지금 되돌아보면 더 나았던 정답이 있었고 왜 그때 한번 더 고민해보지 않았는지 후회하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자신을 탓하면서도 이러한 사명감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고자 한다. 우리들이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고 진심을 다해 전하고자 한다면 지금보다 많은 사람이 각자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 더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낭만적인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디자이너로서 사명감을 안고 트렌드에 맞춰 사는 또 다른 방법이지 않을까?


글 | 정진호(LABO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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